"주목하지 않는 이웃 목소리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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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공동체FM> 개국 3주년
정수경 대표, "주민과의 소통은 여전히 실험 중"

정수경(45) 대표
정수경(45) 대표
2005년 8월, 소박한 우리 동네와 이주노동자의 이야기가 있는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가 대구 성서하늘에서 첫 전파를 탔다. 성서지역은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과 이곡동 일대로 공단이 형성돼 있어 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개국하는 날의 흥분과 설렘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해마다 개국 생일을 맞으면서 감흥은 조금 덜해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생일이니까... 3년간 유지한 것만해도 다행이죠. 호호. 동네 라디오를 통한 주민과의 소통은 여전히 고민거리고, 여전히 실험 중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덧 3년. 지난 22일 개국 3돌을 맞은 대구 성서지역을 무대로 하는 소출력라디오 'SCN성서공동체FM' 정수경 대표(45)의 말이다.

이와 같은 공동체 라디오란 지역공동체를 위해 구성원들이 직접 제작과 운영에 참여하는 매체다. 기존의 정규출력 라디오와 달리,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FM 주파수(88∼108MHz)대역에서 작은 출력을 이용해 반경 5Km 내외의 작은 지역에 방송하는 비영리 공익매체를 말한다.

특히, 성서공동체FM 앞에는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정 대표를 비롯한 성서공동체FM 일꾼들은 지난 2004년 9월 방송위원회가 '소출력 라디오 방송 시범사업자' 공모에 나서자, '참언론대구시민연대'를 비롯한 8개 단체로 컨소시엄을 꾸려 공모에 참여했고, 같은 해 11월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동네 엄마와 노동자...평범한 이웃이 만드는 '동네방송'

2005 년 4월에 주파수(FM89.1MHZ)를 확정해 5월 9일 시험방송에 들어간 뒤, 이 해 8월 2일 방송국 허가를 받아 8월 22일 1W의 작은 출력을 이용,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전파를 쏘아올렸다.가청권역은 500m~2km(자동차는 3~5km까지 가능) 정도이며 다른 지역에서는 인터넷(www.scnfm.or.kr)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들을 수 있다.

정 대표는 "1등 하려고 정말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고 웃으며 말하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성서공동체FM에는 현재 정 대표와 3명의 PD가 상근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 '엄마'들과 노동자를 비롯한 주민 6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방송을 만들고 있다. 평범한 이웃이 만드는 그야말로 '동네방송'인 셈이다.

정 대표는 "큰 방송사고 없이 이제껏 우리와 이웃의 목소리가 방송을 탄 건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준 자원봉사자와 후원인 덕분"이라면서 "항상 미안하고 감사한데 보답하는 길은 좋은 방송 잘 만드는 일인 거 같다"고 말했다.

개국 3년. 방송을 하는 층과 청취자 대상도 넓어졌고, 프로그램 역시 각 코너별로 특화됐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라디오 차차차'와 '작업복에 희망을 싣고', '공동체 희망릴레이'를 비롯한 총 6개 코너. 특히, 공동체 희망릴레이는 성서지역 외에도 대곡.상인.동.수성구 주민들이 방송하는 주민자치.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이는 성서공동체FM이 3년간 성서에서 방송한 경험을 갖고 올 3월 프로그램 개편할 때 방송을 하는 층을 확대시킨 결과물이다. 동구와 수성구는 라디오로 들을 수는 없지만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동네 주민과 어린이들이 성서공동체FM에서 직접 원고를 읽어보며 방송 체험을 하고 있다.(2008.8.23 오후)
동네 주민과 어린이들이 성서공동체FM에서 직접 원고를 읽어보며 방송 체험을 하고 있다.(2008.8.23 오후)

정 대표는 "코너 하나하나가 노동자와 어린이, 노인을 비롯한 주 타켓층이 다르기 때문에 다 특색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작업복에 희망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은 가까운 성서공단 노동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하늘과 별이 보이는 희망공장...좋은 도서관만들기 성서공동체 엄마모임

3 년 동안의 성과를 묻자, 정 대표는 "방송으로 보면 방송을 하는 대상과 층이 넓혀졌는데 특히, 노동자뿐 아니라 장애인과 노인, 청소년 등으로 넓어져 공적 채녈 서비스가 확대된 것이 나름의 성과"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방송 외적인 성과는 지난해 '담장 허무는 엄마들' 단행본 출간과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도서관 건립 운동과, 주민에게 열려 있는 '하늘과 별이 보이는 희망공장'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책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원래 성서공동체FM의 한 코너의 이름이었는데 그 사연이 지난해 같은 이름의 책으로 나와 4천권 이상이 팔려나갔다.

'좋은 도서관만들기 성서공동체 엄마모임'(현 도서관친구들)은 지난해부터 '장미공원'이라 불리는 이곡분수공원에 도서관을 짓기 위해 설계도면까지 직접 그려 달서구청에 제안했다. 이 도서관은 오는 10월에 준공돼 12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모두 성서공동체FM의 엄마들이 이뤄낸 성과다.

개국 3주년을 맞은 [성서공동체FM]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scnfm.or.kr)
개국 3주년을 맞은 [성서공동체FM]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scnfm.or.kr)

풀어야 할 문제와 고민도 있다.
방송국 운영이 방송발전기금으로 지원되는 재정으로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초 1년이었다가 3년 연장된 시범사업 기간이 내년 1월 종료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원금이 끊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원금과 협찬금이 있기는 하지만 상근자 월급을 주고 나면 운영비와 제작비는 빠듯한 실정이다.

정 대표는 "이 정부 들어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로 바뀌면서 수익문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면서 "특히, 과거에 비해 출력 증강과 재정문제를 이야기할 여지가 많이 축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기존 제도권 매체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광고를 대행하지만, 공동체 라디오의 경우 방송국이 직접 영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개국 3주년...9월에 박창근 공연, '박원순' 초청 토론회, 동네 예술가 경연대회

그러나 무엇보다 정 대표가 고민하는 더 큰 문제는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어떻게 하면 주민들과 더 잘 소통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그는 "동네 라디오를 통한 주민과의 소통은 여전히 고민거리고, 여전히 실험 중에 있다"면서 "이주노동자와, 장애인, 노인 등 주류 라디오에서 주목하지 않는 이웃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성서공동체FM은 개국 3주년을 맞아 지난 23일 오후 방송국 옥상 '하늘과 별이 보이는 희망공장'에서 '성서공동체FM 가족의 날' 행사를 가진 데 이어 다음 달 16일 같은 장소에서 '가수 박창근 공연', 18일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초청 토론회, 26일 '동네 예술가 경연대회'를 잇따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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