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같은 기사, 비리 수사 중에도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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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창]
매일신문.지방신문협 '강원랜드' 특집 기사...여론무마용 당근?

업체로부터 접대 받으면서, 그 업체를 제대로 비판할 수 있을까?
비리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강원랜드가 2007년 언론사 및 기자들에게 밥사주고, 무료 이용권 주고, 공짜로 여행시켜 주는 비용으로 약 12억 4천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윤리 실종’ 논란이 일고 있는 이 시점에 <매일신문> 10월 31일 22면에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하이원리조트 홍보성 기사가 실려 ‘여론 무마용’의혹이 일고 있다.

강원랜드 2007년 홍보팀 광고 선전비 집행내역을 분석한 <미디어오늘> 10월 29일  <강원랜드, 기자들 접대‧협찬에 지난해 12억 4천만원 제공> 기사에 따르면, “이 업체는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97억9211만 원을 집행했데 이 가운데 6억5357만원이 행사비 및  무료 이용권 등에 지출되었다“며 ”특히 언론사를 상대로 쓴 행사비가 7723만원, 무료 이용권 배포가 4억4716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 이외에 언론사 협찬 명목으로 지출된 비용도 7억1970만원이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2008년 10월 29일 1면
<미디어오늘>2008년 10월 29일 1면

이를 취재한 이정환 기자는 기사에서 “공기업인 강원랜드의 과도한 접대비 지출이 문제되는 것은 접대를 받은 언론사들이 이 업체의 비리 의혹에 눈감아줬을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공사비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90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상세하게 보도한 언론은 거의 없고,  최근 자살한 김영철 전 국무총리실 사무차장도 이 사건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당수 언론이 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강원랜드의 이름을 빼고 보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대구 북구)은 17일 지식경제위 국정감사에서 ‘강원랜드를 비리백화점’이라고 지적하는 등 해당 업체는 연일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민감한 시점에 <매일신문>은 10월 31일 22면에 <특집>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 홍보성 기사 및 조기송 사장 인터뷰를 실었다. 하이원리조트는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복랍레제문화사업의 일환으로 가족형 종합휴양지를 지향하고 있는 곳이며, 이 기사는 <매일신문>을 비롯한 전국 10개 유력 지방신문사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지방신문협회가 공동 기획한 것으로 <강원일보>에서 작성, 소속사에 제공하는 형태다. 한국지방신문협회는 경인일보, 강원일보, 경남신문, 광주일보,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전북일보, 제주일보, 충청일보 등 10개 신문사로 구성돼 있다. 

<매일신문>2008년 10월 31일 22면
<매일신문>2008년 10월 31일 22면

이 기사는 두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 번째는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 위반 여부다. 신문법 11조 (광고) 2항에는 “신문의 편집인은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신문발전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기사형 광고(기사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광고)심의위원회에서는 해당 광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신문법 11조에 근거한 기사형광고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기사형 광고에는 “광고”, “기획광고”, “전면광고”, “광고특집” 등과 같이 “광고”임을 명시해야 하며, “특집”, “PR″, “기획”, “애드버토리얼”, “Promotion”, “신상품소개”, “협찬”, “소비자 정보”, “스폰서 특집”, “스폰서 섹션” 등과 같이 기사로 오인할 수 있는 한글 또는 영문 표시 하면 안된다고 제시한다.

해당 기사는  △ 최첨단 하이원 스키장 △ 하이원 골프장과 카지노 △ 테마파크 △ 하이원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들 등, 하이원 리조트의 각종 시설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기사라기 보다는 ‘기사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광고’ 즉 기사형 광고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면 상단에 <특집>타이틀을 단 것은 기사형 광고 가이드라인 위반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강원랜드에서 ‘여론무마용’협찬에 대한 의혹이다.

<강원일보> 10월 31일자 11면 '주말 enter'
<강원일보> 10월 31일자 11면 '주말 enter'
한국언론재단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경제저널리즘의 종속성-한국 신문의 재벌 보도와 광고와 관계>(이하 경제저널리즘의 종속성)(제정임, 이봉수 : 커뮤니케이션북스>에 의하면 한국 재벌들이 광고를 ‘당근’ 또는 ‘채찍’으로 삼아 신문보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주장한다.

책에 의하면, 재벌들은 필요에 따라 광고량을 대폭 늘려 자기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데, 예를들면 2006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현대기아차 압수수색시기 해당 그룹의 광고집행액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2007년 한화그룹 총수가 보복폭행사건에 연루되었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국지방신문협회에서 공동 기획한 이 기사가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강원랜드의 ‘여론무마용 당근’전략이라고 주장하기엔 현재로선 근거가 부족하지만, 기업윤리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를 때 마다 그들이 취한 태도로 유추해 보건데,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도 힘들다.

현재 언론에게 필요한 것은 강원랜드 또는 관련 업체에 대한 홍보성 기사가 아니다.

한국지방신문협회나 기자협회 등에서는 강원랜드로부터 접대 및 협찬을 받았던 언론사, 기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응당한 처벌을 내리고, 국민 앞에 깊이 사죄해야 한다. 또한 신문윤리실천요강, 기자윤리강령 등 자신들이 스스로 지키겠다고 만든 각종 선언문의 실효성을 높여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강원랜드 사태를 보도한 <미디어오늘>기사 제목은 ‘강원랜드, 언론사 ’밥‘이었다’ . 이 묘한 시점에 광고에 버금가는 ‘홍보성 기사’를 실은 <매일신문>을 비롯한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지역 유력일간지들이여, 너무 딱하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3] 허미옥(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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