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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선하고 규제는 악한가?
[김윤상 칼럼] "소모적 경쟁의 파국..경쟁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2008년 11월 16일 (일) 19:14:46 평화뉴스 pnnews@pn.or.kr

   
보통 사람은 경쟁을 싫어한다. 경쟁 자체가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패배하면 실리도 잃는다. 뿐만 아니라,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경쟁이 지나치면 승자마저 손실을 입는다. 예를 들어, 경매가 과열되어 가격이 너무 높아지면 매수자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된다.

반면, 경쟁이 사회에는 이익이 된다는 믿음이 있다. 미국식 주류 경제학의 믿음인 동시에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는 상류층의 믿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쟁은 선’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경쟁은 악’이라는 단순한 거부감처럼 너무 순진하고, 때로는 위험하기도 하다.

정부가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펴려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경쟁의 성격이 적어도 소모적 경쟁은 아니어야 하고, 경쟁 과정이 공정해야 하며, 경쟁 결과 생기는 패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글의 분량 관계로 여기에서는 소모적 경쟁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기로 한다.

소모적 경쟁과 파국

영화관에서 앞사람이 서면 뒷사람도 서서 볼 수밖에 없다. 다들 경쟁적으로 일어서면 누구에게도 이익이 안 된다. 괜히 다리만 아플 뿐이다. 상점의 간판을 크게 만들어 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부 상점의 간판만 크다면 몰라도 모두들 큰 간판을 달면 효과가 없다. 간판 비용만 더 들어갈 뿐이다.

대학입시 경쟁도 소모적이다. 대학, 특히 경쟁의 목표가 되는 세칭 ‘명문대’의 모집정원이 정해져 있으므로 고등학생이 다 같이 공부시간을 늘이면 합격이 쉬워지지 않는다. 또 출제의 범위와 수준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대학 입시에서 경쟁은 진짜 학력이 아니라 문제 풀이 능력을 높이는 게 보통이다. 그 통에 학창시절이 지옥으로 변하고 그 나이에 꼭 양성해야 할 체력, 창의력, 지적 호기심, 예술적 감수성이 희생된다.

전 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미국발 경제위기도 부동산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소모적 경쟁에서 생긴 불상사다. 불로소득은 사회에 아무런 이익을 주지 않지만 개인을 부자로 만들어 줄 수는 있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다들 경쟁적으로 불로소득을 쫓는다. 남보다 한 걸음이라도 앞서야 한다는 또는 최소한 뒤쳐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지배한다.

강박관념은 쏠림 현상을 낳고 그로 인해 부동산 거품이 더 커지며 거품이 커지면 다시 쏠림 현상을 증폭시킨다. 그러다가 급기야 거품이 한계에 도달하면 그 제서야 정신들을 차린다. 너나없이 서둘러 판에서 발을 빼려고 하지만 이미 때는 늦다.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부동산에서 시작한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면서 총체적 파국으로 치닫는다.

대증요법보다는 원인 제거를

소모적 경쟁에 의한 낭비와 파국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사람이 과도한 욕심을 자제하고 냉철한 판단에 따라 행동하면서 타인과 사회를 배려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그러나 현 인류의 성숙도는 그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역사상 어리석은 파국이 되풀이 되었을 리가 없다.

경쟁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영화 관람객이 자리에서 일어서지 말도록, 간판의 크기를 일정 크기 이하로 하도록, 입시 경쟁을 못하도록, 투자회사들이 부동산 파생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이런 규제 위주의 대증요법보다는 원인을 없애는 것이 정답이다. 영화관의 스크린과 좌석을 잘 배치하면 아무도 일어설 필요가 없다. 간판의 경우에는 큰 간판이 별 쓸모가 없도록 고객을 위한 안내 제도를 잘 구축하면 된다. 대학 입시와 부동산 투기의 경우는 학벌과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쟁을 정책화하려면 경쟁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한데도 우리 사회에는 경쟁지상주의가 만연해 있다. 이명박 정부는 더 심해서, 심지어 경쟁을 거치기만 하면 승자가 독식을 해도, 그 결과로 그들이 촉진하려는 경쟁이 사라지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 ‘경쟁은 선’이고 ‘규제는 악’이라는 막연한 고정관념,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이해관계, 과거 정권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냉철함을 잃고 있는 게 아닐까?

<김윤상 칼럼 15>
김윤상(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행정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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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210.XXX.XXX.34)
2008-11-18 09:47:37
통합의 새시대를 위해
본인도 그러한 경쟁에 의해 지금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분이 이런 칼럼을 쓴다는게 아이러니한게 아닌가요? 양식있는 분들이 이런 분파주의적인 글을 써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것이 문제인 듯하네요 통합적인 발상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미국의 오바마를 좀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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