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그들 만의 투쟁'으로 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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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대구, '평등파' 박배일 당선..."시민사회.언론과 소통 힘쓰겠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당선자...(왼쪽부터) 서수녀 수석부본부장, 박배일 본부장, 김형계 사무처장 후보
민주노총 대구본부 당선자...(왼쪽부터) 서수녀 수석부본부장, 박배일 본부장, 김형계 사무처장 후보

민주노총 대구본부의 새 본부장에 박배일 후보가 당선됐다.

박배일 본부장 당선자는 함께 출마한 서수녀(전교조) 수석부본부장, 김형계(금속노조) 사무처장 당선자와 함께 내년 1월부터 2011년까지 3년동안 대구본부를 꾸려가게 된다. 박 당선자는 2000년 민주노총 대구본부 수석부본부장을 거쳐 현재 공공서비스노조 대경본부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선거관리위원회가 20일 오후 발표한 개표 결과, 기호 2번 박배일.서수녀.김형계 후보가 전체 투표 수 18,125표 가운데 6,639표(52.34%)를 얻어, 기호 1번 윤병태.권택흥.노의학 후보(40% 5,081표)를  1,558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지난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동안 실시된 이번 선거는 전체 선거인 수 18,125명 가운데 12,684명이 참가해 66.98%의 투표율을 보였다. 무효는 964표(7.6%).

9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는, 현 지도부(정우달 본부장)와 같은 정파로 분류되는 '자주파'(기호1번)와  '평등파'(기호2번)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으나 10%가 넘는 비교적 큰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

그러나, 전체 조합원 3만여명 가운데 선거인 수를 1만8천여명으로 제한하는 과정과, 후보측의 선거운동과 개표 과정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19일 저녁 8시 30분쯤 시작된 개표가 무려 15시간 가까이 지속돼, 다음 날 20일 오후 1시쯤에야 개표 결과가 발표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때문에, 당선자측은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투표 결과가 발표된 20일 오후, 박배일 당선자와 전화 통화로 당선 소감과 사업 방향을 들어봤다.

- 당선됐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 현 정우달 의장이 6년간 본부장을 맡았다. 현 집행부가 오래 했고, 그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사람들(기호1번)이 나오니까 '바꿔보자'는 현장 정서가 있었던 것 같다.

- 선거운동과 투.개표 과정에 논란도 있었다. 후유증은?
= 이번 선거가 '정책선거'는 되지 못했지만 서로 흘뜯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주장하는대로 선거했고, 후유증을 불식시키기 위해 조심했다. 선거운동과 개표 과정의 논란은 늘 있는 일이다. 서로 빨리 수긍하고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괜찮다. 

- 정파 대결이었다. 괜찮겠나?
= 현장은 우리를 선택했지만 사실 걱정이 많았다. 9년 만에 경선을 했으니 조직 내부가 확실하게 갈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당선된 건 그만큼 통합력 있다고 본 것 아니겠나. 다른 것 보다도 통합력,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해 준 것 같다. 입장 차이는 있지만 융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현장은 산별 중심으로 간다. 산별 스스로 잘 하리라 믿는다. 결국은 같이 갈 수 있다.

- 투표 결과 7.6%, 964표나 무표로 처리됐다. 많지 않은가?
= 너무 까다롭게 해서 그렇다. 조합원들의 표를 사표로 희생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 전체 조합원이 3만여명인데 실제 선거인단은 1만8천여명이다. 왜 그런가?
= 조합비 납부 문제, 지역본부 사업의 의결과 사업 참여 여부를 따지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 현 집행부를 평가하면?
= 연대와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 노동운동은 정서적으로 밀리는 상황이다. 지역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하다. 1996년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 때는 민주노총이 중심에 서고 시민사회가 엄호하는 형국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다르다. 그때는 민주노총이 차고 나가는 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정서적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과거 같은 대중동원 방식으로는 어렵다. 지역 시민사회와 부문운동,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같이 연대하고 소통해야 한다. 

- 노동운동을 보는 시각이 예전 같지 않다.
= 노동운동이 시민들에게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정치적 구호와 임단협을 연계해서 하니까 더 그렇다. 그렇다고 연계하지 않으면 파급력 떨어지니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때문에, 시민들이 보기에는 툭 하면 꺼냈다가 쑥 들어가버리는 식이었다. 늘 그러니까 시민들의 불신도 있는 것 같다. 지속적인 투쟁하되 끝까지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우리 뜻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지역 시민사회와 소통을 강조했다.
= 사실, 그동안 우리에게 우호적인 시민사회에도 우리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그러니까 시민들에게는 더 다가가기 어렵다. 정당한 주장과 투쟁을 하면서도 시민들에게 다가갈 통로가 없었다. 이 통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노동운동이 '그들만의 투쟁'으로 가서는 안된다. 노동운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토론과 연대를 통해 시민사회와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 언론과도 소통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할 건가?
= 그동안 기자회견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었다. 기자들이 잘 오지 않은 것도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는 정기적으로 기자간담회를 할 생각이다. 우선, 연초에 민주노총의 정세분석과 사업계획을 기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겠다. 그리고 적어도 분기에 한번씩은 기자간담회를 갖겠다. 기자들의 의견이나 여론을 많이 듣겠다.

- 적자 사업을 줄이겠다고 했다. 통일마라톤은 어떻게 할 건가?
=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이고 사업집행은 조합비로 쓴다.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보람있게 써야 한다. 그래야 대중들에게 신뢰를 얻는다. 통일마라톤은 분명 의미있고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 해 첫 행사 때 1천여만원 적자가 나서  일일호프와 사업장 분담을 통해 메웠다. 올해는 7천만원 예산에 3천만원이나 적자가 났다. 이건 인정하기 어렵다. 계획부터 잘못됐다. 한번은 적자가 날지 모르지만 이런 게 계속되면 안된다. 통일마라톤, 이어갈 여력 된다면 이어가겠다. 내년 통일마라톤 개최 여부는 이후에 토론을 거쳐 공론 모아 결정하겠다.

- 내년부터 3년 임기다.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가?
= 경제 위기다. 지난 외환위기 때처럼 또 노동자에게 해고나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 막아야 한다. 또, 비정규직 문제도 실질적인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 그간의 평가를 통해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도록 힘쓰겠다. 민족.통일문제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같이 가야 한다. 그리고, 정파는 서로 부딪혀야 한다. 그동안 회피한 부분이 있다. 서로 부딪혀야 같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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