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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구 영화'의 꿈은 요원한가?
[문화현장] <대구&영화 1>...제작.배급 '인프라 제로', 그러나 '연인원 천만 관객'
2008년 11월 27일 (목) 13:51:57 평화뉴스 pnnews@pn.or.kr

   
▲ 제 9회 대구단편영화제

대구의 영화인

대구엔 영화인이 얼마나 있을까? 아니 영화가 있긴 한 걸까? 이런 소박하고 단순한 질문에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것이 대구의 영화현실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당혹케 한다. 뭔가 사색하기 좋은 계절은 서서히 추위가 다가오는 지금 같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 필자도 이런우문에 현답을 찾기 위해 서서히 머리를 데워본다. 대구&영화라는 제목으로 봄이 오기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해 보고자 한다. 독자여러분들도 이 고단한 항해에 함께 주실 것을 믿으며 첫 돛을 올린다.

이번 호에서는 영화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구축되어 있는 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제작의 환경은 어떠하고 유통환경은 어떠한가 또한 일관된 정책은 있는 지 등에 대해 살펴보려한다. 이후 이러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대구의 영화인들과 그들의 지향과 작품 등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고 개선되어야 할 점과 문제점, 정책대안 등을 찾아보려 한다. 그러면 아마 겨울은 가고 봄이 와 있지 않을까? 여러분들과 함께 대구영화의 봄날을 맞기를 기원하며 본 연재를 시작한다.

최대 영화사기사건 '나티 프로젝트'

많은 이들이 언급하듯이 대구는 영화제작 인프라가 전무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영화제작에 필요한 전문 스탭을 비롯한 인적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고 영화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실제적인 의미의 제작사도 거의 없다. 대학관련학과 등의 경우도 그 역사가 짧고 영화를 중심으로 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도 없기에 신생인력의 배출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민간의 경우도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인력들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으나 영화제작을 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의 취약함과 지원제도의 미비 등으로 인해 지역에서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매우 힘든 현실이다.

또한, 제작기반시설과 지원시설이랄 수 있는 세트장, 영상위원회 등이 갖추어져 있지 않고 광의의 개념에서 볼 때 제작지원시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미디어센터가 설립되어 있으나, 설립주체와 설립취지가 어긋난 애매한 형태를 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퍼블릭엑세스 기능과 미디어 리터러시 기능을 중심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인해 그 영역을 넘어서는 영화제작의 지원기능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이다. 이러한 제작환경에서 산업적 성취를 논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현실이라 하겠다.

또한 2001년 일어난 한국영화계 최대 규모의 영화사기사건이랄 수 있는 ‘나티 프로젝트’사건으로 인해 지역에서 상업영화의 제작이라는 신기루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친구(부산지역 로케이션)와 ‘신라의 달밤(경주지역 로케이션)에 편승하여 다단계회사의 대표가 대구지역에서 큰 규모의 영화제작을 하겠다며 투자자들을 모아 100억대에 이르는 금액을 편취한 이 사건은 지역의 영화제작 환경구축의 미비와 제작에 대한 무지가 낳은 희대의 사기사건이라 할 만하다.

이 결과 대구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영화제작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으로 되었고 이로 인해 대구지역에서 영화진흥을 논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고 정책의 수립은 더욱 요원해졌다. 투자조합이나 다양성 펀드(저예산 영화와 독립영화 등의 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펀드) 등을 조성해서 지역영화제작의 열기를 수렴하거나 인력의 유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이 역할이 고스란히 물적 인프라가 취약한 민간영역으로 넘겨짐으로써 대구지역에서의 영화제작은 정책적 의미를 상실하고 순수 민간에 의한 명맥유지에 그치고 있다.

"명맥 잇는 '부산 영화'...'전주'도 타산지석 삼을 만"

물론, 지역에서의 영화제작이라는 것은 전체 한국영화의 환경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면 대구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무리이다. 수도권에 철저히 밀집된 한국의 영화제작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으로 영화도시를 표방하며 비약적 발전을 이루어가고 있는 부산의 경우도 자체제작의 영화가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외연의 확장에 걸맞은 영화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005년작 오석근감독의 ‘연애’(전미선 주연)나 작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검은 땅의 소녀와’로 두 개 부문을 수상하고 총 5편을 제작하여 전 세계 영화제에서 화려한 수상을 한 전수일 감독의 영화들 정도가 부산 영화의 명맥을 이어온다고 할 수 있다.

또,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경성대 연극영화과와 독립영화협회 등에서 독립 장단편 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는 정도가 부산영화제작의 실제이다.

그러나 대구와 다른 점은 이들은 독자적으로 영화제작을 할 수 있는 인적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부산영상위원회와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제작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가 정착되어 있어 초기 개발비와 운영비에 보탬이 되고 있고 시네마테크 부산이라는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설립되어 있어 제작 후 작품에 대한 반응을 지속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의 경우도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한승룡 감독의 <오프로드> 정도가 자체제작한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만 한데 두 지역 모두 국제영화제의 성공적 개최라는 후광에 힘입은 바 크지만 자체 인력과 장비와 지원을 통해 작품들이 생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영화시장의 전체 환경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임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지역에서의 영화제작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력을 생산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영화제작환경의 구축을 위한 투자가 전무하다시피 한 대구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생물과 같은 영화, 대구의 환경은?

그러나 이러한 환경속에서도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대구의 영화제작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활동해 온 제작그룹과 개인에 의해 꾸준히 작품제작이 이루어지고 국내외의 유수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공중파TV에 방영되는 등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 이러한 인력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과 정책적 지원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영화란 생물과 같아서 이를 둘러싼 유무형의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감추기 때문이다. 환경이 파괴된 곳에 생물이 살 수 없듯이 최소한의 제작열기가 있을 때 이들을 보듬을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면 더 이상 대구에서의 영화제작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대구, 전국 영화시장 점유율 7%, 연인원 '천만 관객'

대구지역은 연 인원 천만관객을 넘어서는 거대한 도시이다. 도심에 밀집된 최신 시설의 멀티플렉스가 즐비하고 부도심에도 멀티플렉스가 많이 구축되어 있는 관람환경이 잘 구축된 도시이다. 또한 영화시장 점유율이 전국 7%에 가까운 적지 않은 규모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시장규모를 가진 대구의 영화유통은 어떠한 환경에 처해있는가 살펴보자. 먼저 상업영화의 유통환경은 대규모 배급사와 극장을 가진 대자본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이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형편이다. 배급수수료를 주 수익으로 하는 지역의 배급회사가 있으나 이 부분이 지역의 영화제작에 나서기에는 무리이고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제작인프라의 부족으로 민간이 주축이 되어 지역 영화를 제작하고 상업적 가능성을 타진하기에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지 못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극장의 경우는 대기업이 중심이 된 멀티플렉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타 지역에 비래 토착자본이 소유한 극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업영화의 시장환경에서 지역에서 제작된 영화가 유통될 여지는 매우 협소하거나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따라서 그나마 지역영화가 배급되고 상영되는 구조를 중심으로 예술영화관, 시네마테크, 미디어센터, 영화제 등의 구조를 파악해 보기로 하자.

의미 있는 시도 '동성아트홀'

   
▲ 대구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극장 동성아트홀

예술영화전용관을 중심으로 한 배급과 상영의 구조를 살펴보면 대구는 동성아트홀(영화진흥위원회 선정 대구경북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관)이 유일한데 2004년 필름통(구 씨네 아시아극장)이 경영부실로 폐관한 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다양한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이곳은 연 평균 200편 정도의 영화를 상영하며 지역에서 다양성 영화의 배급시장으로서 기능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2004년 대비 1년 만에 관객 증가율이 300%를 넘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모범적인 예술영화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다양한 영화에 목마른 지역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설과 입지의 열악함 등으로 인해 현재 연 인원 2만 명 정도의 관람객을 유지하며 그 성장 폭이 많이 둔화된 상태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한국영화시장의 상황을 반영하듯 대구도 상업영화의 단순소비지 이상의 역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유럽과 아시아의 다양한 영화와 한국의 저예산영화, 독립영화, 단편영화 등을 볼 수 있다는 것에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정도라 하겠다.

동성아트홀은 2002년 설립된 대구시네마테크가 독자적인 예술영화 기획 상영 등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구조라 타 지역의 예술영화관과도 조금 다른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는 지역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인력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상영관과 협력한 모범적인 구조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의 영화인들이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들에 대한 안정적 상영공간을 찾는 과정에서 정착된 극장이라는 의미에서 지역의 영화제작에 대한 선순환구조에 있어 최소한의 상영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역의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영화와 다양성영화(한국영화시장 점유율 1%이하의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나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 등)를 독자적으로 지역 사회에 배급하여 새로운 영화문화를 정착하려 한 의미 있는 시도라 볼 수 있다.

또한 2006년 설립된 대구영상미디어센터의 경우 맹아적인 형태이긴 하나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와 협력하여 open cinema(고전, 단편영화 등을 무료상영)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내에서 다양한 영화문화의 전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백억원 대 예산 '부산국제영화제'... 3천만원 예산 '대구단편영화제'

2000년 3월 대구지역영상제작활성화를 목표로 창립한 대구독립영화협회가 주최하고 대구광역시가 후원하는 대구단편영화제도 단편영화와 독립영화를 알리는 역할과 지역 유일의 경쟁영화제로서의 위치를 점하고 있기에 영화제가 부재한 도시라는 의미와 지역의 영화축제가  미흡한 상황에서 언급해볼 필요가 있다.

본선과 애플시네마(대구경북지역의 작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섹션)부문을 두어 독립단편영화의 활성화와 지역의 영상제작의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표방한 대구단편영화제는 신인과 신작을 중심으로 신생작가들의 창구역할을 함과 동시에 투명한 심사와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는 영화제로 알려져 있다.

작년에 치러진 8회 대구단편영화제는 그 규모와 내적 성숙도의 향상을 위해 베를린국제단편영화제의 작품들을 초청하는 등 국제적인 독립영화제나 단편영화제로 변모도 꾀하고 있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영화제의 새로운 틀을 구축한다는 측면과 영화적 이벤트가 부족한 대구시의 상황을 바꾸어 낼 가능성이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
매우 적은 예산인 3천만원 가량 중 2천만원 이상을 상금으로 내걸며 독립영화(서울을 제외한 지역 영화의 대부분은 독립영화의 형태를 띤다)제작활성화를 추구하며 9회를 치른 이 영화제는 적은 예산으로도 지역 영화제작의 열기를 북돋을 수 있고 영화 인력의 육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다만 현재의 규모로는 더 이상의 성장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물론, 하나의 영화제가 지역의 영화제작을 추동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상징적 행사가 가지는 의미를 간과할 수 없기에 더욱 성장시켜야할 당위성이 있다. 

백억 대의 예산을 쏟아 붓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비교하긴 무리지만 불과 십여 년 전 영화인프라가 대구와 비교해 별 차이가 없던 부산이 지금 영상도시 부산으로 거듭 나고 있는 것에서 하나의 영화제가 지역영화문화에 끼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졸속으로 혈세 날린 경북.경주시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

   
▲ 제1회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
그 반대로 잘못된 영화제가 끼치는 피해도 크다는 면에서 적절한 예산과 합리적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작년 경주엑스포기간에 열린 ‘제 1회 대한민국영화연기대상’은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십억 가까운 예산을 들여 의욕적으로 행사를 추진했지만 수상배우들의 불참과 진행미숙 등으로 졸속으로 마무리되어 이를 주관한 경북영상위원회가 문을 연지 얼마 안 되어 존폐위기에 들어서고 현재 활동이 중지된 상태이다.

이 영화제는 이미 기획단계에서 많은 영화인들의 우려가 있었음에도 무모한 행사강행으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되었다. 이 정도 예산이면 국제영화제를 하나 개최할 수 있는 예산일 뿐만 아니라 소규모 제작펀드를 만들어 꾸준히 지역 영화제작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이다.

따라서 잘된 영화제 하나가 지역의 이미지를 영화도시로 만들 수도 있고 영원히 영화와 멀어지게 할 수도 있으므로 우후죽순격으로 만들어지는 정체불명의 영화제가 아니라 지역의 영화발전과 영화도시 이미지구축이라는 주요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영화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불과 4회를 치룬 제천국제영화제가 좋은 컨셉과 대중적 성공을 거둔 사례를 주목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상의 현실에서 지역에서 제작된 영화가 어떠한 경로로 유통될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러면 이러한 제작과 배급, 상영이 하나의 유기적인 연결구조로 맞물려 원활히 돌아가는 시스템의 구축은 요원한 것일까? 이 과제를 풀어야할 사람들이 바로 대구의 영화인들이기에 다음 호에서는 이들의 다양한 면면을 살펴보기로 하자.  

   

 

 

[평화뉴스 문화현장 8]

남태우(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대구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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