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못하게 된 그리운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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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공멸을 부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2008년 새해 새 아침, 해금강에 떠오르는 태양...그러나 '2009년' 새해에는 볼 수 없게 됐다.
2008년 새해 새 아침, 해금강에 떠오르는 태양...그러나 '2009년' 새해에는 볼 수 없게 됐다.

이제 연말이다. 엊그제 시작된 것 같던 2008년도 보름 남짓 남았다. 곧 연일 각종 모임의 송년회도 이어질 것이다. 아니 벌써 3~4회 송년회를 가진 사람들도 많은 것이다. 이맘 때면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고민이 하나 있다. “새해 해맞이는 어디서 할까?”라는 고민이다. 날씨도 춥고 사람도 붐비는데 그냥 집에서 TV로 일출을 보면 되지 괜히 돈 들여 생고생을 하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래도 새해 아침 떠오르는 첫해를 보며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고 싶은 마음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새해맞이 장소는 어디일까?
바다로 나가는 어선들의 행렬과 끼룩대는 갈매기 떼의 움직임을 뚫고 부글부글 끓으면서 솟구치는 해를 볼 수 있는 <강릉 주문진 소돌항>, 수많은 인파가 몰리지만 상생의 손 해맞이가 일품인 범꼬리 <포항 호미곶>,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솟는다는 <울주 간절곶>, 어선과 섬 사이 일출이 장관인 정남진 <장흥 소등섬> 등이 멋진 일출장소로 많이 추천되는 곳이다. 또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당진 왜목포구>, <서천 마량포구>, <무안 도리포구>, <해남 달마산>, <남해 보리암>, <변산반도>도 새해맞이 장소로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이라고 한다. 물론 멀리 떠나기 어려운 분들은 가까운 팔공산의 <동봉>이나 <갓바위>도 찾을만한 새해맞이 장소이다.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전해지는 금강산 상팔담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전해지는 금강산 상팔담

하지만 나는 늘 새해맞이를 하기 위해 4년째 찾던 곳이 있다. 그런데 올해는 아무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금강산 해금강이다.   

해금강에 떠오르는 새해는 평화와 통일의 희망

나의 금강산 새해맞이는 2005년부터 시작되었다. 해방 60주년의 첫 아침을 통일의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금강산에서 맞이하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금강산 해맞이는 2006년과 2007년, 2008년에도 계속되었고 그 과정에서 죽을때까지 새해맞이는 금강산에서 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물론 2005년에는 혼자 금강산을 찾았지만 2006년부터는 대구시민들과 더불어 금강산을 찾았다.

금강산 해맞이는 다른 지역의 해맞이와는 색다른 맛과 장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물론 남쪽 사람들이 이북지역에서 새해맞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남쪽의 유명한 새해맞이 장소와 달리 인파가 그리 붐비지 않는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또 무조건 아침에 깨워서 함께 해맞이를 하러 가기 때문에 잠으로 인해 새해를 못보는 경우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나처럼 쓸쓸히 연말연시를 보내야 하는 솔로들에게는 해맞이 장면에서 커플들의 눈꼴 시린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금강산 새해맞이만의 특장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금강산 새해맞이는 다른 곳보다 비용이 다소 많이 든다. 1인당 30~40 만원 정도가 들어가니 그리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분단된 반쪽에 태어난 죄(?)로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한번쯤은 다녀올 만한 곳이 아닌가 싶다. 

그리운 금강산, 보고 싶은 얼굴

매년 금강산을 찾으며 많은 것들을 염원해왔다.
2005년 해방 60주년 새해 아침에는 분단의 해소로 우리민족의 진정한 해방을 염원하였고 2006년 새해 아침에는 남북정상이 빨리 만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의미있는 합의들을 이루기를 기원하였다. 북핵 실험 이후 찾은 2007년 새해 아침에는 하늘 가득 뚫고 솟아 오른 첫해를 보며 한반도에 조성된 긴장과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릴 것을 기원하였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 찾은 2008년 새해맞이에서는 우리가 어렵게 쌓아 온 지난 10년간의 화해협력의 탑이 무너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었다.

하지만 2009년에는 결국 금강산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새해맞이 행사를 열수가 없게 되었다. 지난 7월 11일 박왕자씨 피격사건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은 언제 다시 재개될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그래서이다. 금강산의 절경이 무척이나 그립고 사귀었던 사람들이 너무나도 보고 싶다.

옥이 흘러가는 것 같다는 옥류동 계곡
옥이 흘러가는 것 같다는 옥류동 계곡
금강산 호텔 가는 길에 활짝 피었던 벚꽃나무, 과거길에 시험붙게 해달라고 빌었다던 신계사 뒤편의 문필봉, 조선 3대 명폭의 하나인 구룡폭포와 외금강의 계곡미를 맛볼 수 있는 구룡연, 여름이 되면 힘차게 쏟아지는 계절폭포이자 금강산 4대 명폭중의 하나인 비봉폭포, 금강산의 담소 가운데 제일 크고 구슬이 흘러가는 것 같이 맑은 옥류담, 2개의 파란 구슬을 연달아 꿰어놓은 듯한 연주담, 신라때 네명의 화랑인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어 삼일을 머물고 갔다는 삼일포,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전해지는 여덟 개의 담소가 이어진 상팔담 등, 금강산의 절경이 눈에 아른거린다. 

또한 함께 찍은 사진을 집마루에 걸어 놓았다는 동생 홍철이, 서울 멋쟁이보다 인물이 좋았던 윤현성 안내원, 넉살 좋은 리창일 안내원, 멋진 해설과 재치있는 말대답으로 인기가 좋았던 리철숙 안내원, 서울깍정이처럼 새침떼기였던 박성옥 안내원, 금강산 호텔 2층의 식당과 구룡연 입구의 목란관 식당의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주었던 접대원 선생 등, 2005년 이후 금강산에서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북측 친구들도 언제 다시 볼지 모를 일이다.

상생.공영이 아닌 남북 공멸을 부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 고성지역에는 한달 평균 3만∼4만명의 금강산 관광객과 1만∼2만여 명의 일반 관광객들로 붐볐다고 한다. 그런데 관광 중단 이후 월 평균 2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고성지역에는 55개 업소가 휴업하고 413명이 실직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11월까지 3개월간 현대아산의 매출손실은 700억 원에 이르고 민간협력업체와 속초, 고성 지역의 여행숙박업체, 시설투자 손실을 합해 남측의 남측의 피해규모는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추산했다.

북한 역시 고정적으로 들어오던 달러 수입이 끊겨 손실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만일 개성공단이 중단될 경우 개성공단 조성과 철도ㆍ도로,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 구축에 투자된 금액과 기업들이 생산설비에 투자한 금액까지 합해 직접 투자 금액 1조4천억원이 고스란히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남북관계의 단절로 인한 손실은 비단 이런 외형적인 손실만이 아니다. 한번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이 다시 재개되려면 처음 시작될 때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만일 개성공단이 중단된 뒤 남북관계가 다시 호전되어 이를 재개하려고 하면 그때 비는 경제적, 사회적 비용은 지금의 곱절이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도 한번 금이 가면 다시 회복하기가 어려운데 남북간의 신뢰관계가 다시 회복되려면 더욱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상팔담에서 해설하는 북측 안내원
상팔담에서 해설하는 북측 안내원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 수석대표 회담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미국의 정권교체기와 맞물리면서 6자회담은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은 다시 대북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또한 경제위기로개발도상국들에 주는 국제 원조를 삭감하더라도 북한에 대해서는 '전략적 관계'를 고려해 지원을 계속할 전망이다. 또한 뉴욕필하모닉의 평양연주 답방 형식으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미국 공연이 추진되고 있다. 북한 역시 6자회담 이후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 모두 판을 깨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식량위기를 대수롭지 않다며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겉으로는 대화와 상생을 이야기하면서 실제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풀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극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평생 매년 새해맞이를 금강산에서 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은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

금강산의 절경과 사람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연말이다.

 

 

 

 글. 평화뉴스 김두현 객원기자(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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