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잃어버린, 별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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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 시인..."삭막한 도시, 거리로 내몰린 '별'들은 안녕하신지요?"

잘 지내시온지요?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체감되는 추위는 비단 영하에서 머무는 기온 뿐 만이 아니기에 마음이 더 추운 요즈음입니다.

이 추운 계절 거리로 내 몰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소식들을 들으며 선생님의 소설 <안경 닦기>를 다시  읽어봅니다. 큰 배낭 속에 낡은 담요 한 장과 라면 한 봉지, 억세게 운이 좋으면 소주병도 넣어 다니던 서울역에서 살고 있는 노숙자의 이야기인 ‘안경 닦기’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이기도 합니다.

배낭 속엔 살아남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인, 담요 한 장과 비상용으로 감추어둔 라면 한 봉가 전부인 사내, 자본이라는 거대한 그물에 걸려 자신이 노닐며 살았던 곳에서 끌려나와 서울역에 몸을 부리고 사는 사내, 삶의 현장인 서울로 돌아오는 자와 또 다른 삶의 현장으로 돌아 갈 곳이 있는 자들이 통과하는 서울역, 에 갇혀 버린 채, 결국 어느 쪽으로도 진입하지 못하고 그 곳에서 퍼덕이다 서서히 죽어 갔지만 가슴팍엔 표지가 노란 고흐의 화집을 넣어 다니며, ‘별이 빛나는 밤’ 이야기 하는 소설속의 주인공을 선생님은 '배낭고래'라 이름 지었습니다.

삭막한 도시의 문턱에서 결국 생을 마감해야 하는 사내에게 왜 망망대해에서 노니는 바다의 제왕인 ‘고래’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는지 '안경 닦기'를 다시 읽고도 다 헤아리지 못하였지만, 배낭고래가 자신이 살던 바다(도시)로 회항하기 보다는  별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지리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서 별을 보는 것을 꿈으로 가지게 한 것은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별’ 같은 존재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시려는 선생님의 마음이리라. 짐작합니다.

옛 사람들은 별의 위치를 보고 길을 찾아 갔다고 합니다. 그때는 저 까마득한 곳에서 반짝이는 별들은 길을 밝히는 등불이었으며 희망의 빛이었겠지요. 아마존에 사는 어떤 부족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가리키어 ‘사람이 죽을 때 하늘로 올라간 영혼이 지상의 남은 가족을 지키는 등불’ 이라고 아직도 믿는다고 합니다. ‘안경 닦기’를 읽으며, 별에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밤하늘에만 뜬다고 믿어왔던 별이 실은 낮에도 떠 있다는 사실을, 다만 태양빛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을 뿐, 별은 항상 그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선생님,
우리 사는 세상에도 누군가의 등불이 되기 위해 반짝이고 있는 존재들이 많이 있겠지요? 때론 그 어떤 강열한 빛에 가려 드러나지 않는 보석 같은 존재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밥이 전혀 되지 않는 문학을 고집하며, 당연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어떤 힘에 가리어져 제 빛을 잃어버린 별들의 존재를 찾아다니시는 선생님께 ‘별’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장에서 그들의 희망이 되기 위해 제 몸을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존재인 그들은 안녕하신지요?

이 추운 계절에 거리로 내몰리는, 이미 내몰린 사람들은 이 순간도 자신의 등불이 될 별빛 하나를 간절히 꿈꾸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위해 나는 빛이 되지는 못하고 다만 ,올해는 모두 따뜻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새해소망을 빌었을 뿐입니다.

그 소망이 무안할 정도로 오늘은 유난히 추운 칼바람이 붑니다.
그 칼바람 속에 반짝이는 별 하나가 마포나루에 서서 멀리 보이는 밤섬의 불빛을 오래도록 바라보다 돌아서는 구부정한 어깨위에 가만히 기대 보는 겨울밤입니다.

강건하시고, 건필 하십시오.

 

 

 

[시인의 편지 9] 김은령 시인

김은령 시인. 경북 고령 출생. 1998년 <불교문예>등단. 시집<통조림>. 현 <사람의 문학>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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