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철거민 진압과정에서 숨진 6명의 넋을 기리는 '촛불'이 대구 도심에서 밝혀졌다.
'주거권실현을 위한 대구연합'을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는 21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촛불문화제에는 시민단체 회원과 민노.진보신당 대구시당 당원, 다음 아고라 회원을 비롯한 시민 5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들은 '폭력정권 살인진압에 희생된 용산철거민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한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를 주장했다. 분향소는 '대구에서도 희생자들을 추모하자'는 취지로, 20일 오후 한일극장 앞에 마련됐다.
주거권실현을 위한 대구연합 최병우 사무국장은 "서울 뿐 아니라 전국에서 뉴타운이란 이름으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세입자에 대한 주거대책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시민과 경찰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참사는 재개발이 낳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추모제는 경찰 특공대의 진압과정과 당시 불길에 휩싸인 농성장 현장 동영상과 언론보도 영상 상영, 자유발언으로 이어졌다. 시민들은 '부자정권에 묻는다! 가난이 죽을 죄인가', '용산 집단학살 살인정권 몰아내자', '마구잡이 뉴타운, 재개발 서민대청소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정부를 규탄하기도 했다.
분향을 한 대학생 장은영(22.여)씨는 "뉴스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대화는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진행된 진압이 소중한 목숨을 잃게 한 것 같다"면서 "책임자 처벌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게 돌아가신 분들의 바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닉네임 '시카마법사akaPodaim'를 쓴다는 한 네티즌은 "그다지 긴박한 상황이 아니였음에도 경찰 특공대를 투입한 것부터 잘못이었다"면서 "무리한 강제진압이 화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경찰 특공대 투입과 관련해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송영우 대변인은 "돌아가신 분 가운데는 70대 어르신도 계시다고 한다. 아버지 같은 어르신이 테러범이냐. 어떻게 경찰 특공대를 투입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들은 이날을 시작으로 설 연휴 전날인 23일까지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매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추모제'를 열기로 했다. 설 이후에는 정부 조치 등을 살펴본 뒤 기자회견 등을 통해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로 했다.
주거권실현을 위한 대구연합 최병우 사무국장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투쟁 수위는 변할 수 있다"면서 "만약, 참사의 원인을 세입자 탓으로 돌리면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투쟁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거대책을 요구하며 서울시와 갈등을 빚어온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철거민 50여명은 지난 19일부터 용산구 철거 예정 상가건물에서 농성을 해왔다. 20일 오전 경찰 특공대가 투입됐고, 진압 과정에서 주민 5명과 경찰 1명을 비롯해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구와 서울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이번 참사를 무리한 진압이 부른 '공권력 살인'으로 보고 20일부터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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