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열여덟, 어린 캄보디아 친구에게 선처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 캄보디아 이주여성 구명운동..."가정폭력에 대한 정당방위..용서해야"

가정폭력 피해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구명 기자간담회(2009.3.6 대구 2.28기념공원 / 사진.남승렬 기자)
가정폭력 피해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구명 기자간담회(2009.3.6 대구 2.28기념공원 / 사진.남승렬 기자)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초은'(가명.18.여)씨는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 것입니다. 한국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줘 초은씨가 용서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콜부오크크행(22)씨는 6일 오후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가정폭력 피해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구명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흉기를 휘둘러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초은씨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열렸다. 대구여성의전화와 대구여성회, 대구YWCA 회원을 비롯해 150여명이 참가했다.

전국 37개 시민단체 초은씨 구명운동 전개

초은씨는 지난 1월 말 술에 취해 자신을 때리던 남편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현재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와 한국여성민우회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전국 37개 시민사회.여성단체는 현재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를 꾸려 초은씨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콜부오크크행(22)씨
콜부오크크행(22)씨

콜부오크크행씨는 구명메시지를 이어갔다.

"그녀 자신와 뱃 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녀는 "초은씨는 뱃 속의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남편은 술을 먹고 자주 때렸다"면서 "아직 어린 초은씨 자신과 (뱃 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꼭 용서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우리는 고향도 멀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 남편들은 우리 외국인 아내들을 많이 예뻐해 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말했다.

한국계 중국인으로 대구로 시집온 김성희(33)씨도 초은씨의 선처와 함께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당부했다. 김씨는 "행복하게 살겠다는 꿈과 남편만 믿고 한국에 온 결혼이주여성들이 폭력을 당하면 실망과 공포감으로 깊은 상처를 입는다"면서 "열여덟살 어린 캄보디아 친구에게 부디 선처를 베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여성단체들은 초은씨의 범죄가 일상적인 가정폭력에 대한 정당방위이자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바라봤다.

기형적 국제결혼과 사회적 무관심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강혜숙 대표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어린 초은씨가 스무살 연상의 남편과 사는 것 자체가 힘겨웠을 것"이라면서 "특히, 남편이 술을 자주 마시고, 임신한 그녀에게 손찌검까지 했기 때문에 겁에 질린 그녀가 아이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2000년 이후 크게 증가한 상업적 국제결혼은 개인의 결혼을 공장에서 물건 만드는 듯한 기형적 형태를 띠고 있다"면서 "초은씨 사건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결혼이주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무관심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대구여성의전화 허복옥 상담부장도 "결혼이주여성들은 물리적 폭력 말고도 심적 폭력의 공포에 떨고 있다"면서 "한국사회는 외상적 폭력의 상처가 없는 그녀들의 호소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폭력에 대한 안일한 사고와 부부의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의 인식 부족이 비참한 결과를 낳게 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대형 현수막에 초은씨 선처를 바라는 메시지를 적는 결혼이주여성들(사진.남승렬 기자)
대형 현수막에 초은씨 선처를 바라는 메시지를 적는 결혼이주여성들(사진.남승렬 기자)

시민들과 참가자 20여명은 대형 현수막에 초은씨 선처를 바라는 글귀를 적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결혼이주여성들은 모국어로 글을 써내려갔다. 또, 행사장소 한 쪽에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구명서명을 받는 부스도 마련돼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

대책위, 탄원서.서명지 재판부 전달 예정

대책위는 앞으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와 시민 서명지를 재판부에 전달하는 한편, 모금운동도 전개해 초은씨가 풀려나게 되면 귀국비용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또, 결혼이주여성에게 가해지는 가정폭력의 실태를 알리는 토론회 등을 열어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을 촉구시킨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편, 대책위를 비롯한 대구지역 여성단체는 기자간담회 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대구여성대회'를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2.28공원 일대에 가정폭력과 성매매를 반대하는 사진전을 여는 한편, 여성의 노동권을 촉구하는 집회와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대구여성대회(2009.3.6 대구 2.28공원 / 사진.남승렬 기자)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대구여성대회(2009.3.6 대구 2.28공원 / 사진.남승렬 기자)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