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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에서도 '석면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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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현광산에서 일한 주민 3명 석면질환...“정부차원의 정밀조사 필요”

영주시 봉현광산 일대 석면조사 결과보고 기자회견(2009.4.22 경북도청 프레스룸 / 사진.남승렬 기자)
영주시 봉현광산 일대 석면조사 결과보고 기자회견(2009.4.22 경북도청 프레스룸 / 사진.남승렬 기자)
"석면이 이렇게까지 무서운 것인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1980년대 초까지 경북 영주시 봉현면의 한 석면광산에서 일한 김형동(70.남.영주 봉현면 두산2리)씨의 말이다. 김씨는 "먹고 살기 위해 햇수로 3년간 석면광산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굴에서 작업을 했다"면서 "당시에 석면에 노출된 탓인지 지금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기침도 심하다"고 했다. 김씨는 최근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서 검진을 한 결과 '석면 노출에 의한 흉막반과 특발성폐섬유증, 석면폐증(석면에 의해 폐의 섬유화를 초래하는 질병)으로 의심된다'는 소견서를 받고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충남 홍성과 보령, 충북 제천, 강원 영월에 이어 경북지역에서도 '석면' 노출에 따른 피해자가 나왔다.

30곳 시료 분석...9곳에서 석면 검출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는 22일 오전 경북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영주시 봉현광산 일대 석면조사 결과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봉현광산 갱내와 주변 18곳, 인근 민가 4곳, 두산2리 마을과 학교 인근 7곳, 영주시 입구 상수원보호구역 1곳 등 총 30곳(고형 및 토양 28곳, 물 2곳)의 시료를 채취.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30%인 9곳(물 1곳)에서 석면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특히, "영주시 봉현면 두산2리 주민을 비롯해 봉현광산에서 일한 적이 있는 광산 인근 주민들에 대한 정밀폐검사 결과, 주민 3명에게서 석면질환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봉현광산에서 일한 주민 3명 석면질환

호흡곤란과 기침, 오랜 감기증세 등을 호소해 왔던 이들은 모두 70대 남성으로,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봉현광산에서 일해 왔다. 1명은 흉막반과 석면폐증, 특발성폐섬유증을, 나머지 2명은 석면폐와 흉막반을 비롯한 석면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석면 피해가 확인된 충북 제천과 유사한 지형.지질적 조건을 갖춘 영주지역에서도 석면오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 3월 27일 시민환경연구소와 함께 봉현광산 인근을 대상으로 석면 피해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지역에 포함된 두산2리는 현재 76 가구, 19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독성 강한 엑트놀라이트.트레몰라이트 검출

최예용 부소장
최예용 부소장
시민환경연구소 최예영(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 부소장은 "광산 인근의 토양과 농지, 주택 마당 등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해 보니, 독성이 강한 각섬석 계열인 엑티놀라이트가 6개로 가장 많았고, 역시 같은 각섬석인 트레몰라이트도 3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광산 입구 계곡수에서도 엑티놀라이트가 검출돼 인근 하천과 상수원의 오염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 광산과 500m 가량 떨어진 사과밭과 민가 주변 조경석에서도 석면이 검출됐으며, 1.2km 떨어진 두산2리 마을회관 입구 바닥에 깔아놓은 자갈에서도 검출됐다.

"상수원에 대한 석면오염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80년대 초, 봉현광산에서 8개월 가량 일했다는 두산2리 주민 김발(73.남)씨는 "광산에서 흘러나오는 계곡 물을 먹는 주민들이 아직까지도 있다"면서 "실제 석면에 노출돼 건강에 문제가 있는 주민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부소장은 "하천을 따라 민가와 마을에서도 석면오염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영주시 인접 상수원에 대한 석면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번 조사에서 상수원은 석면오염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정부 차원에서 정밀조사를 실시해 상수원의 석면오염 가능성에 대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방비로 방치된 봉현광산... 출입 통제도 없었다

석면에 오염된 봉현광산은 폐쇄된지 20여년이 지났으나 그동안 안전한 폐광처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석면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갱도 입구에 표시판을 설치해 출입을 통제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어야 했으나, 이 광산은 20여년 동안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부소장은 "폐광 후 오염지역에 대한 출입제한과 경고판을 설치했으나 했으나 당국의 무관심으로 안전조치 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안일한 대응이 석면 피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 차원의 광산 주변 석면광물의 분포범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정부는 '석면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에 대한 의료지원과 보상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5월에 주민 건강조사, 오염실태 파악

이와 관련, 정부는 오는 5월부터 실시되는 충남을 비롯한 석면피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주민 건강조사에 봉현광산 인근 지역도 포함시키는 한편, 광산 주변 토양과 지하수에 대한 오염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석면은 마그네슘과 규소를 포함하고 있는 광물질로 솜과 같이 부드러운 섬유로 돼 있다. 화학약품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고 전기에 대한 절연성이 있어 여러 업종에서 쓰이고 있다. 석면방직업, 건설업, 자동차 브레이크라이닝 제조업, 조선업, 슬레이트 제조업 등에서 주로 사용되며, 각종 건축재료 및 방음물질로도 사용된다. 특히,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1급 발암물질로, 폐 내에 축적되면 만성 기관지염과 석면폐증, 폐암 등을 유발시켜 '소리 없는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린다.

한편,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석면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긴급시민강좌를 22일 오후 대구MBC 대강당에서 연다. 시민환경연구소 최예영 부소장이 강사로 나서 '석면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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