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교수는 이날 오후 '한국경제, 제3의 길을 상상하라'라는 주제로 대구시 중구 분도아트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북유럽식 사민주의가 한국경제의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강연은 대구참여연대가 마련한 <시민학교> '제1기 경제교실'의 첫 강좌로, 단체 회원과 대학생을 비롯해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첫 강연자로 나선 이정우 교수는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아 노무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을 총괄했다.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77년부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히, 성장과 분배 동반추구를 주장하며 참여정부 초기 경제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2006년 말 정책특보직을 물러나면서 참여정부를 떠나 경북대로 돌아왔다.
이 교수는 한국경제 '제1의 길'을 관치경제로 진단하고, 그 모델로 박정희 군부독재 정권을 꼽았다. 또 '제2의 길'은 군부독재 정권 이후 정권이 펼쳤던 시장만능주의로 진단했다. 특히, 이 교수는 '제3의 길'이 대안이라며 사회민주주의을 모델로 꼽았다. 그는 "관치경제와 시장만능주의는 수명을 다했다"며 "성장과 분배가 동반성장하는 북유럽식 사민주의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1의 길인 박정희 정권의 경제정책은 과거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펼쳤던 극단적 관치경제와 다름없다는 주장을 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택한 정책을 박정희 대통령이 따라 배워 그대로 한국사회에 심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박정희 군부독재는 나치즘과 파시즘이 폈던, 국가가 경제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철저한 관치경제를 택했다"며 "이는 국가와 재벌, 군벌이 일치되는 극단적 경제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관치경제는 짧은 시간에 성적을 낼 수 있으나 양적 성장의 한계에 도달해 오래 가지는 못한다"며 "특히, 군부독재가 펴는 관치경제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압하기 때문에 20~30년 가면 주저앉는 경제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박정희 때 경제성장률이 9.1%로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높았으나 이는 수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역대 어느 정권도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을 초과했던 적이 없었는데 박정희 정권 당시에는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의 2배가 넘었다"며 "성장률은 가장 높았으나 불로소득의 거품이 가장 많던 거품경제의 헛된 성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정희 정부의 이같은 성장위주의 정책이 군사독재의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독재정권'이라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실적만 좇는 조급한 성장이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또,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 '분배와 성장은 동행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는 말을 언급하며 분배와 성장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배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너무 심한 재분배는 문제가 되겠지만,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기본생활조차 위태롭게 해놓고 성장만 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며 "이런 무책임한 정부는 없다. 직무유기에 해당되며 법정에 세워야 할 정부"라고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MB 정부가 주장하는 감세와 규제완화, 민영화, 친기업 등에서 봤을 때 MB 정권은 불행히도 박정희 모델의 관치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제3의 길을 외면한 채 제1의 길과 제2의 길만 고집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민학교는 '세상을 바꾸는 상상력 -무너지는 경제, 해법을 묻다'라는 주제로 오는 6월 30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2시간동안 대백프라자 인근에 있는 '분도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다. 다음 강좌는 5월 19일 열리며, 경북대 김윤상(행정학과)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좋은 세상을 만드는 토지제도'를 주제로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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