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가서 떡볶이 사먹는게 민생 살리기냐"
참여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경북대 이정우 교수(경제통상)가 이명박 대통령의 '민생 살리기'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정우 교수는 16일 오후 대구MBC 강당에서 열린 대경민교협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권은 민생이 아니라 '강부자' 살리는 정권"이라며 "정치인들의 '민생' 타령에 속아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는 <경제정책과 민생 : 비판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이정우 교수의 발표에 이어 김정금(참교육학부모회대구지부 정책실장), 박진강(민주노총대구본부 정책교육국장), 은재식(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이대영(MB독재반대대구비상시국회의 집행위원장) 순으로 토론을 벌였다. 대경민교협 안현효(교수.대구대) 정책위원장의 사회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관계자를 포함한 7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2시간가량 열렸다.
이정우 교수는 '시장만능주의'와 '성장지상주의'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같은 편향된 사고가 '민생 피폐'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OECD 평균 복지예산 55%, 경제예산 10%...한국은 기형적"
그는 "재계.언론.학계는 물론, 심지어 시장과 대척의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관료들조차 뭐든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시장만능주의에 깊이 물들어 있다"며 "그러나,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가 각종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한 데서 초래되었다는 것이 명백해지면서 시장만능.시장맹신주의는 상당히 후퇴할 것이고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가일층 개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성장지상주의'와 관련해서도 "조금만 성장률이 낮아져도 경제위기.국정파탄 같은 극단적 표현이 쏟아진다"면서 "이런 성장지상주의의는 민생 피폐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예산'을 예로 들며 "OECD 평균 복지예산이 55%, 경제예산이 10%정도로 복지예산이 훨씬 많지만, 한국만이 그 반대로 복지예산보다 큰 경제예산을 거의 항구적으로 가져왔다"면서 "이런 예산구조는 국제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기형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참여정부를 가리켜 분배주의, 심지어 좌파라고 공격하는 사람들은 성장지상주의의 열렬한 신봉자들"이라며 "이들의 주장은 너무나 극단적이이서 합리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정우 교수는 이같은 시장만능.성장지상주의 결과로 ▶자영업자 비중이 너무 높고 ▶공공부문 취업자가 5%에 그치고 있으며, ▶육아비용이 많아 출산율이 세계 최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건설회사는 살지만 민생은...진보만이 희망"
그는 또, 이명박 정권의 '민생 경제'에 대해 "시장 가서 떡볶이 사먹는게 민생 살리기냐"며 "사탈발림식 민생, 1회성 쇼로서의 민생 같은 정치인들의 '민생' 타령에 속아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복지예산은 후퇴하고 4대강 개발에 22조원이 넘는 돈이 낭비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과거 관생으로 되돌아가는 것이고 역사의 시계추를 뒤로 돌리는 것"이라며 "경제운영을 이렇게 하면 건설회사는 살지만 민생은 살아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우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기본 철학인 시장만능주의.성장지상주의로는 도저히 민생을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며 "시장과 국가의 조화,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통해 진정한 민생 회복이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심도 온정도 없는 극단적, 이기적 보수가 반세기를 지배해 온 한국에서 더 이상 보수에는 기대할 게 없다"면서 "진보만이 나라를 살릴 수 있고 진보만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보만이 희망'이라는 이정우 교수의 주장에 대해 토론자의 반론이 이어졌다.
"진보가 걸림돌...흑백.편가르기.중앙.영웅주의.거만"
그는 "진보세력 안에서는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흑백논리, 이념적 편가르기, 중앙주의, 소영웅주의가 그대로 온전하고 있으며, 거만했고 중앙주의가 판을 쳤다"면서 "지역의 조직은 중앙 운동조직의 입장을 그대로 반복했고, 지역은 위에서 내려주는 것을 받아서 하는 운동이었다"고 비판했다.
진보의 가치, 진보의 대안은?
또, "진보적인 개인들은 선량했을지 모르나 그들을 묶어낸 조직은 고심하지도, 순수하지도, 정신의 희망도 가지지 않았다"며 "우리 밖에 있는 어떤 것이 우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는 고민과 희망이 밖으로 나오고, 그것들이 엮이고, 대안을 만들고, 행복하고, 인간에 대해 마음 설레게 하는 그런 것들이 세력이 되어야 진정한 진보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고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진보'와 관련해, 박진강(민주노총)씨는 "민주노총 내부에서부터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며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부단한 과정이 필요하고 민주노총이 여전히 그러한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은재식(우리복지시민연합)씨는 "저출산.고령화.사각지대 등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한 국가의 재정과 노동, 사회정책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안"을 주장했고, 이대영(MB독재반대시국회의)씨는 "현재의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투쟁은 불가피하지만 진보가 다수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 정책, 비전과 전망을 제시해야 하고 이것으로부터 변화는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박진강씨는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현실"을 지적하며 고용안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신자유주의 문제 극복을 주장했고, 은재식씨는 "부자감세는 사회복지예산 확보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의료(무상의료).교육(무상급식).보육 등 국민적 관심사 중 현실가능성을 근거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영(MB독재반대시국회의)씨는 일자리와 복지를 위한 '공적 서비스' 강화, 실업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 제도화를 강조했다.
이념적 대안 제시...토론 없는 토론
이날 토론회는 대경민교협이 격월로 이어가고 있는 3번째 '열린토론회'로 <경제정책과 민생 : 비판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마련됐다. 그러나, 이정우 교수의 주제발표는 이명박 정권의 시장만능.성장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에 목소리를 높인 반면 '대안'에 대해서는 "진보만이 희망"이라는 이념적 제시에 그쳤고, 토론자들도 교육.노동.복지 등 각계의 목소리는 냈지만 이날 주제인 '경제 대안'에 대한 실질적인 토론은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이정우 교수는 토론회에 앞서 기자와 만나 "친노신당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면서 "그쪽에서 제안도 없었고 나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민주통합시민행동'에 대해서는 "야권통합 취지에는 공감해 그기에는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2010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정치나 선거에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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