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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서 로봇 태권V를 만들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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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우리 나라에서 한 사람이 마음을 고쳐먹으면 될 것 같은데.."


두 마을, 새 이장과 옛 약속

 두 마을이 있었다. 60여년전 큰 싸움을 해 원수처럼 지냈지만 시간이 흘러 대립과 질시보다 화해와 협력하는 것이 두 마을의 미래를 위해 좋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그리고 두 마을은 화해협력의 차원에서 동업을 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잘사는 마을은 돈과 기술을 대고 조금 가난한 마을은 땅과 노동력을 대기로 했다. 그리고 몇 년간 서로 조그만 다툼도 있고 티격태격했지만 동업은 잘 이뤄졌다.

그런데 작년, 잘사는 마을의 이장이 새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이장은 이전 이장과 다른 정책을 취했다. 이전의 두 번의 이장들이 합의한 약속과 선언을 말로는 이행한다 존중한다 하면서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가난한 마을에서는 예전 한 약속이 있어 땅도 싸게 하고 임금도 싸게 받았는데 옛날 약속 안 지키려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겠단다.


'부시' 닮아가는 이명박 대통령

 개성공단은 둘러싸고 세상이 시끄럽다. 남북화해와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위기에 몰려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남북관계의 경색이 마지막 국면으로 몰려와 있는 듯 하다. 북은 작년 12월 1일 육로통행제한조치, 4월 21일 개성공단 임금현실화, 5월 15일 개성공단 계약무효선언 등으로 개성공단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전임정부와 다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인해 예견된 수순을 밟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크고 작은 다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된 적은 없었다.

개성공단 '좌초위기'까지 온 남북관계의 원인을 찾지 않고 해결책을 낼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 1년 4개월만에 모든 정부 당국간의 회담이 중지되고 민간교류가 제약을 받고 있는 지금의 원인은 무엇인가? 달라진 조건은 남측의 정권교체와 정치환경 밖에 없다. 현재의 남북관계를 보면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보여준 북미관계의 뒤를 밟고 있다.

 클린턴 정부 8년동안 우여곡절 끝에 미국은 북과 94년 제네바 합의서를 채택하였고 2000년 울브라이트 국무부장관의 방북과 조명록 차수의 방미로 2000년 조미공동코뮈니케를 합의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클린턴 대통령의 정상회담만 남겨두었다. 그리고 2000년 말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고 부시는 2001년 상반기에 북과의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고 그 후로 ‘악의 축’ 발언 등을 하면서 북미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2001년 당시의 부시의 모습을 너무도 닮아 있지 않은가? 전임정부에서 합의한 사항을 고의적으로 무시하며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겉으로는 "대화하자", "무조건 만나자"고 하지만 뒤에서는 '인권'을 운운하며 적대정책을 일삼고, 주권사항에 해당하는 '인공위성' 발사를 '도발행위'라고 규정하며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또 양국 정상이 만나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해 명확한 이행 실천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군사지역에서 '남북.경제공동체' 상징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장 가운데 한분은 뇌졸중으로 입원해 있는 상태라고 한다. 가히 현재의 개성공단이 뇌졸중 상태로 접어들기 일보 직전이다. 개성공단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얼마나 중요하고 상징적인 것인가? 남과 북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노동하며 부가가치를 생산한다. 남측에게는 저렴한 토지제공과 싼 임금으로 생산품의 국제경쟁력을 담보해 중소기업의 활로를 열어주었다. 북에게는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아니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군사지역이었던 개성공단을 남북공동체, 경제공동체의 상징으로 만든 정신이었다. 사회주의 북과 자본주의 남이 개성에서 만나 경제협력을 하고 있는 것의 성공여부는 향후 통일된 미래에서 우리 겨레가 어떻게 살아나갈지는 표본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것은 남북공동의 사업으로 근본적으로 교류와 협력, 화해와 단합의 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

 지금 북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것의 원인을 '경제적 이유'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이 개성공단에서 얻는 임금소득이 3천만 달러가량인데 임금을 인상해 더 벌 수 있는 금액이 국가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그동안 북은 이명박 정부에게 시종일관 6.15공동선언의 이행을 요구해왔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6.15 공동선언의 상징이라고 칭하고 있다.

황금알 낳는 거위..."한 사람이 마음을 고쳐먹으면"

그렇다면 문제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얼마나 올려줄 것인가? 토지 사용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 남북이 합의한 6.15 공동선언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또는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의 대북정책을 전환할 용의가 있는가?, 이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이 만약 폐쇄된다면 남측의 피해액이 1조3천6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남측이 현재와 같은 대북정책을 지속하고 발표를 유보하고 있는 PSI도 참여하고 북측은 개성공단 완전폐쇄로 맞선다면 어떻게 될까? 남북관계는 얼어붙은 동토로 변할 것이고 그로 인해 코리아리스크가 높아지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남측의 경제위기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것보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 전환을 통해 먼저 인도적 차원에서 그동안 미뤄두었던 쌀과 비료를 조건없이 지원하고 화해협력의 손을 내밀면서 특사를 보내고 그야말로 조건없는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오히려 공격적으로 개성공단에 대한 위험요소를 없애고 우리 기업들에 맘 놓고 진출하여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북측이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기숙사 문제등을 전향적으로 의논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성공단을 한반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처럼 의류, 신발, 주방용품등을 뛰어넘어 최첨단 과학기기를 만들어 보란듯이 남북의 경제성장에 일조하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개성공단에서 로봇 태권V도 만들지 않겠는가?

 이런 꿈같은 생각이 현실이 될려면 우리 나라에서 한 사람이 마음을 고쳐먹으면 될 것 같다.





[평화와 통일]
오택진(평화뉴스 객원기자 / 6.15실천대경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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