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영남, '사측' 이해관계에 발목 잡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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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수도권 의원들 4대강 때리기'..<매일> 염색공단 의혹과 패션센터 소장

‘기자’, ‘언론’, ‘저널리스트’ 등 때론 꿈의, 저 멀리, 감히 근접하지 못한 성역이었습니다. 물론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독재’의 성역이 아니라,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빛이 닿지 않는 어둠을 밝히는 하나의 희망적 존재였죠. 비록 제가 그 자리를 공유하지 못하더라도 뭔가 감춰진 진실을 들춰내는 그들의 집요한 추리와 취재를 통해 만들어낸 뉴스, 권력과 자본에 대한 촌철살인 비판에 가슴이 콩닥거렸습니다.

‘성역’의 긍정적 측면 즉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장치들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편집권 독립’, ‘자본으로부터 독립’, ‘언론윤리강령’ 등. 하지만 이 가치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언론 현업에도 없었던 아마추어인 제가, 그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주가 건설업관계자면 이와 연관된 ‘저널리스트 관점’의 뉴스는 해당 신문에서 보기 어렵고, 언론사 관계자가 특정 업체에 진출하면 역시 그 영역에 대한 감시, 견제 기능은 지극히 떨어지는 것입니다. 언론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 ‘사실보도’에 대한 충실도가 떨어지는 것이죠.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염색공단 이사장 비리와 <영남일보>, <매일신문>등의 보도를 통해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영남> 4대강 예산 vs 수도권 의원 ‘지역구 챙기기’ vs 예산 타당성?

<영남일보> 2009년 8월 5일자 신문 5면
<영남일보> 2009년 8월 5일자 신문 5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낙동강 공구 입찰에 참가하고 있는 A종합건설, 이 회사는 <영남일보> 사주의 회사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시민사회와 한나라당 내부에서 촉발되는 ‘4대강 사업의 문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 밖에 없겠죠. 신문사 사장님의 마음이 지면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4대강 사업 예산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사업에 대한 우려, 과도한 예산책정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다른쪽 사업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예산통이라 일컫는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의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는지 많은 언론에서 이 의원의 주장을 주요하게 편집해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남일보>를 보면 다소 의아합니다.  8월 5일「수도권 의원들 ‘4대강 때리기’/소속 지역구 예산삭감 불만, 여야 6명 ‘4대강 예산 증액’ 비판」, 같은 날 사설 「한나라당이 이러는데도 ‘4대江’될까」를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데요. 주요내용은 “4대강 살리기 예산 편중을 지적한 여·야 의원 대부분이 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라는 점이다, 수도권 지역 의원들의 맹목적인 '지역구 챙기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등이었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첫 번째, ‘4대강 예산’비판 의원 대부분이 수도권의원이라는데요, 글쎄요

일단 <영남일보>에서는 기사를 통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예산이 집중됐다고 지적한 의원은 10명의 명단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 경기인천지역 의원이 6명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신문이 기사를 통해 밝힌 의원과 해당 지역구를 찾아봤더니 한나라당 김영선(경남 거창)·남경필(경기 수원)·이경재(인천 서구)·허태열(경남 고성)·이한구(대구 수성구)·현기환(부산 사하), 민주당 김진표(경기 수원)·송영길(인천 계양)·조정식(경기 시흥)·이용섭(전남 함평) 의원 등)이었습니다. 수도권 의원은 5명 밖에 없더군요.

두 번째, 같은 국회의원이지만, 그들의 말의 무게는 다릅니다.

<영남일보>에서 제시한 ‘4대강 예산’을 비판하는 여야의원은 모두 10명입니다. 동일한 국회의원이라도 해당분야 전문성과 주장의 타당성에 따라 말의 무게는 달라지는 것입니다. 현재 많은 언론에서 대구출신 이한구 의원(수성갑)의 주장을 인용하는 데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죠.

이것이 현실적 상황인데, <영남일보>는 이를 ‘수도권 의원들 ‘4대강 때리기’‘로 여론을 몰고가고 있습니다. 물론, <영남일보>에는 이한구 의원 주장을 실은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죠.

<매일>, 염색공단 전 이사장 ‘비리 의혹’ vs 한국패션센터 소장

<조선일보> 2009년 8월 24일자 A31면
<조선일보> 2009년 8월 24일자 A31면

밀라노프로젝트 수행기관 등을 포함, 대구섬유업계에 대한 비리, 불신 등 의혹과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주위 분위기를 인식한 듯, 대구 ‘섬유업계 대부’라 할 수 있는 함정웅 염색공단 전 이사장이 지난 6월 사임하고, 8월 24일 신임 이사장이 선임되었습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그동안 의혹과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함 이사장에 대한 뉴스를 대문짝만하게 실었습니다. 24일 <의혹에 쌓인 대구염색공단 이사장>에서 △ 염색공단 보유 차량의 유연탄 운송량 누락, △ 공단차량 헐값 매각, △ 지나치게 과다한 유연탄 운송비 지급, △ 유연탄 운송업체로 염색공단의 차량을 헐값으로 매입한 자연테크(주)와 함정웅 전 이사장과의 관련성 등의 의혹 등을 상세하고 싣고, 함 이사장의 반론을 편집해두고 있었습니다.

<매일신문> 8월 25일자 신문 21면
<매일신문> 8월 25일자 신문 21면
그동안 설왕설래했던 의혹들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더군요. 몇 년전부터 유사한 문제를 제기해오던 대구경실련과 대구참여연대는 이 기사가 나가자 말자 함 이사장을 고발조치하고, 제보 창구를 개설했었습니다.

지역방송 3사는 24일 저녁뉴스를 통해 시민단체의 행동 즉 함 이사장 고발조치와 제보창구 개설을 보도했고, 조간신문인 <영남일보>의 경우 25일에 해당 내용을 주요하게 편집해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일신문>이 이상합니다.

매일신문은 25일 21면 (경제)면에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목만 봐서는 ‘30년 만에 첫 경선을 이루고, 정명필씨가 당선되었다’는 그저 그런 평범한 인사 뉴스인 것 같습니다.


앞서 <조선일보>, <영남일보>, 지역방송 3사가 모두 다루었던 함 전이사장 관련 내용을 <매일신문>에서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아니, 찾으려면 억지로 찾을 수도 있습니다. <염새공단 이사장 정명필씨 당선>기사 가운데 몇줄로 “대구경실련과 대구참여연대는 이날 함 전 이사장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살짝 언급되었을 뿐입니다. 눈에 띄지 않는 기사를 끝까지 읽어야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의도적 축소?', 이 것 이외에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매일신문 편집국장 출신 '패션센터' 소장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정답을 찾을 수 없지만, 이런 상황을 만든 수만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추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사한 시기 섬유업계에는 또 다른 인사가 있었습니다.

<경북일보> 2009년 8월 26일자
<경북일보> 2009년 8월 26일자

<매일신문> 편집국장 출신인 우정구씨가 24일 한국패션센터 소장으로 취임한 것입니다. 대기업이나 정치권에서 언론인 출신을 기용, 해당 언론을 관리대상으로 둔다는 것은 그리 새로운 소식이 아닙니다.

이 사안도 그것과 동일한 흐름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매일신문> 인사가 섬유업계로 진출하면서, 섬유업계 대부인 함 전 이사장에 대한 비리 의혹 기사가 눈에 띄게 축소되었다는 점. 너무 묘한 우연이 아닐까요?

이런 사실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지 여부는 향후 <매일신문>보도를 꼼꼼하게 지켜봐야겠지요.

경제가 어렵습니다. 언론도 어렵습니다. 언론인들은 최소한 숨 쉴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예전의 날카로운 분석력과 비판정신을 회복한다고 합니다. 고개가 끄덕이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마지막 보루 특정 사안에 대한 ‘사실 보도’, 그 사실관계의 맥락을 분석하는 작업은 꼭 지켜주십시요!

독자가 언론인에게 바라는 마지막 신뢰, 어떤 형태로든 유지되길 바랍니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46]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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