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철부어(涸轍鮒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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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 "당장 배고픈 사람에게 잔치상 받으려면 우선 굶자?"


莊子(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장자가 집이 가난하여 쌀을 꾸러 위문후를 찾아갔다. 그의 청을 들은 문후는 “좋소, 이제 세금을 거두는 대로 3백 금을 꾸어 주리다. 그러면 되지 않겠소?”라고 답하자 이에 성난 얼굴빛으로 장자가 대답한 말이다.

<내가 어제 이곳에 오는데 길바닥의 물고랑에 한 마리 붕어가 나를 부르더니 “나는 東海神(동해신)의 신하입니다. 그대는 몇 되의 물로 나를 살려주지 않겠습니까?”라고 청했습니다. 하여 “그러지, 나는 지금 오나라와 월나라를 가는 길인데 그곳에 당도하면 양자강을 범람시켜 너를 맞이하겠다. 그러면 되겠니?” 이에 붕어는 “나는 지금 물이 떨어져 거처할 곳이 없는 몸이오. 겨우 몇 되의 물만 있으면 목숨을 건질 텐데 그 따위 말을 하는 거요. 차라리 내일 나를 건어물 가게에서나 찾아 보시구료.”> 라는 말을 남기고 위문후의 곁을 떠났다는 내용이다. 다른 말로는 철부지급(轍鮒之急: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이라고도 하여 매우 다급한 상황을 말하기도 한다.

4대강을 둘러싼 예산문제에 장자는 다시 이 말을 들려주실 것이리라.
소위 4대강 살리기란 행복 4강이라는 이름으로 ‘인간과 자연의 생명 살리기’가 목적이고 이는 결국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소중한 사업’(사업 추진 본부장. 4대강 홈페이지)이라 규정하고 있다.  ‘내일’(백년대계?)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일부 희생’하자고 , 희망과 문명, 문화를 위해서 생존을 희생하는 결정을 내리자고 윽박지르고 있다.

당장 배고픈 사람에게 잔칫상 잘 받으려면 우선 굶자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신 빈곤층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해놓던 한시생계구호 예산 4181억 원을 몽땅 삭감하자한다.  노인 장기 요양 보험, 요양급여비용도 2/3를 싹둑 잘라 766억 원으로, 2009년 지원됐던 결식아동 25만 명 급식지원 예산 541억 원을 삭감하자한다.

매일의 생존을 고민해야하는 사람들의 생명은 생명이 아닌가?, 결식아동의 미래는 미래가 아닌가? 그러면서 노래는 잘도 부른다. "서민을 위한......"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에게 "나중에 뛰어놀 수 있는 양자강의 물을 줄 터이니 참아라"는 말에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기고]
김영민 / 김천YMCA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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