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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전화 한 통
손병열 / "속깊은 배려가 이렇게 고마울 수 없습니다"
2009년 12월 18일 (금) 02:51:00 평화뉴스 기자 pnnews@pn.or.kr

"어젠 내가 너무 심했지?"

전화기 너머로 풀죽은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정갈한 목소립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녀가 사과할 만큼의 일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머뭇거리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 말을 잇습니다.

"일도 바쁠텐데 내 일정에 맞추라고 너무 강요한 거 같아서..."

불현듯 어제 일이 떠오릅니다. 오늘의 나의 일정을 세세하게 묻더니 시간이 나면 창원까지 동행하면서 운전을 해달라고 부탁한 일을 두고 말하는 거 같았습니다.

사실 어제, 그 부탁을 받고 많이 망설였습니다. 일도 바쁘기도 했고 막상 낼 아침부터 사무실 일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또 뜬금없이 창원을 같이 가자니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 꽉 짜여진 일정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지켜본 탓에 같이 지내면서 운전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대충 내일 일정을 봐서 결정하자고 얼버무린 일을 두고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나 봅니다.

둘 다 바쁜데 일방적으로 자기 일정을 강요해서 미안하다고, 운전해서 충분히 혼자 다녀올 수 있으니 신경쓰지 말고 일하라고 말을 보탭니다. 내가 일 때문에 동행이 힘들 것이란 것과,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는 내가 도리어 미안해 할까 봐 안심시켜 주는 속깊은 배려가 갑자기 짠하게 다가옵니다.

사실 형편만 되면 창원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까지라도 같이 할 수 있지만 어제 일은 너무 급작스럽기도 했고 나로서도 어찌 해 볼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녀의 전화 때문에 오후 내내 따뜻하게 보냈습니다.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는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습니다.
자잘한 일상의 관계속에서 부딪히는 일들로 가끔 생각지도 못했던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툭 털어 버리기도 하지만 내내 아프기도 합니다. 그것은 상처를 준 쪽이나 받은 쪽이 다 그럴 것입니다. 염두에 두고 빨리 풀지 않으면 좋은 관계가 타격을 받거나 아니면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씁쓸하게 되살아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선택은 <전화 한 통>이었습니다.
얼버무리기도 했지만 내심 동행을 기대했을 그녀의 마음이 섭섭함으로 굳어 지기 전에 느닷없는 동행제의에 응하지 못했던 마음이 당혹감으로 남아 있게 되기 전에 두 사람의 관계가 전보다 조금 더 불편해 지기 전에 그녀는 <전화 한 통>을 해왔습니다. 두사람이 서로에게 가졌을 법한 불편한 마음을 일거에 해소하는 따뜻한 전화 한통을 해 준 그녀의 속깊은 배려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주말에세이]
손병열  / 예술마당 솔 공동대표  sonby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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