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방선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 주제를 놓고 대구지역 '진보진영'이 한 자리에 모였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사회당.민주노총 주최로 1월 12일 저녁 대구MBC강당에서 열린 토론회. 이들 정당 당원과 민주노총 조합원을 포함해 50여명이 참가했다. 민주노총 임순광 정책위원의 사회로, 민주노동당 이병수 대구시당위원장과 사회당 이석범 대구시당위원장 직무대행, 진보신당 조명래 대구시당위원장, 민주노총 박배일 대구본부장이 토론했다.
"정말 우리가, 노동자들이 인정하는 차이가 있는가?"
첫 토론자로 나선 민주노동당 이병수 위원장은 "무슨 파 무슨 파로 재단해서는 안된다. 뭐가 부족한 지 찾고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자.민중이 아닌 엘리트 중심으로 당이 가고 있다"고 진보정당을 반성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분열적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동자 정치세력의 기반을 만들고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한다"면서 "대구시장 후보를 노동자들 뿐 아니라 시민사회도 같이 결정하면 좋다"고 말했다. 또, "정말 우리가 차이가 있는가. 노동자들이 인정하는 차이가 있는가. 조금 강조점 만 다를 뿐"이라며 "분열적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서구에 장태수(진보신당) 후보가 나오면 진보신당.민노당.민주노총 모두 같이 후보로 추대하자. 여기에 걸릴 게 뭐가 있나"라고 말하며 "(진보신당) 조명래 위원장이 시장 후보 되면 내가 선대본부장이라도 맡겠다"고도 했다. 또, "진보 각 정당 이름으로 출마하면 도움 안 될 수 있다"면서 "당 간판 떼고라도 한번 해보자"고 강조했다.
사회당 이석범 직무대행은 "진보운동이 명망가 중심으로 된 건 문제"라고 공감하며 "진보 뿐 아니라 국민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연대, 광범위한 선거 주체를 형성하자"고 말했다. 그는 "민주.반민주, 진보.보수의 구도 보다는 과거지향적인지 미래지향적인지가 더 발전적 논의 아니겠느냐"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당선가능성 보다 폭넓은 진보진영을 만들어가는 틀로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MB연대로 가야" / "진보진영 공동선대본 구성하자"
진보신당 조명래 위원장은 "돈 대고 몸 대고 해줘도 진보정당이 해준게 뭐있냐는 노동자들의 비판이 많다"면서 "노동자의 일상적인 정치적 활동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지방선거는 적극적인 반MB연대로 가야 한다"면서 "그러나, 민주.반민주 구도로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연대와 연합으로 노동자 민중들에게 희망을 주고 민중진영이 오는 2012년 총선.대선을 주도적으로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박배일 본부장은 "이번 선거는 진보정치세력 대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면서 "진보진영 공동선대본을 구성해 의제와 정책, 선거운동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후보단일화가 민주노총 간부와 조합원들의 갈등을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는 2월 25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때 민주노총 후보나 지지 후보를 힘있게 결의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너무 두리뭉실...과거 입장만 되풀이"
그러나, 이들 4명의 토론은 '지방선거 대응'과 관련한 구체적인 쟁점 없이 원칙적 입장만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때문에, 사회를 맡은 임순광 정책위원은 "너무 두리뭉실해 각이 서지 않는다. 토론은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원론적인 얘기에 그쳤다"면서 "원리.원칙으로 과거의 입장만 되풀이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토론을 지켜보던 객석에서도 불만이 이어졌다.
"적들이 보기에는 한줌도 안되는 우리"
금속노조의 한 간부는 "현장에서는 민노당도 싫고 진보신당도 싫다는 분위기"라며 "조합원들이 느끼는 건 어떡하든 힘을 모으라는 얘기들"이라고 전했다. 또, "어차피 후보단일화 돼도 안되는 거 아닌가. 힘 다 모아도 10%도 안되는데, 적들이 보기에는 한줌도 안되는 우리끼리 잘났니 못났니 하는 게 우려된다"면서 "지방선거 이후 (민노.진보신당)통합을 전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보 조정? 조정할 지역구나 있나"
민주노동당의 한 간부는 "이렇게 두리뭉실하게 얘기된다면 시민들이 결코 진보진영에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수준이면 (진보진영) 후보 조정 밖에 할 게 없지 않는가"라고 따졌다.
민주노총의 한 조합원은 "후보 조정? 겹쳐서 조정할 지역구나 있나?"라며 구체적인 연대 논의를 요구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합당할 의사가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면 지방선거 이전에 합당을 전제로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정당들의 역사적 책임은 없나"라고 따지는 사람도 있었다.
"후보단일화.진보연합...대구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토론자들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역시 원론적인 입장 뿐, '지방선거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이병수 위원장은 "후보조정을 넘어 연합 정도는 하자. 돈 같이 대고 몸 같이 대고 연합하자. 후보단일화 하자면 모든 걸 내놓고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조명래 위원장은 "반MB연대, 진보연합, 열렬히 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배일 본부장은 "후보단일화, 무조건 단일화 돼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구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을 지켜본 한 시민단체 상근자는 "시민사회나 야당과 연대에 대해서는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면서 "진보진영과 시민사회가 같이 얘기할 부분도 많고, 같이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2010년 지방선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날 토론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식은 나오지 않았다. 진보진영, 지방선거 어떻게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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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판 떼고라도" / "진보진영 공동선대본" / "두리뭉실, 누가 표를 던지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