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말,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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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강 / "헛말이 되어 헛바퀴만 도는 듯"


매년 새해가 되면 한해를 잘 살라는 덕담들이 오간다. 올해는 유난히 사자성어로 된 덕담들이 새해 인터넷을 장식했다. 물론 약간은 정치적인 덕담이겠지만 대통령부터 일로영일(一勞永逸)이라는 사자성어로 나중을 위해 지금 열심히 해나가자고 했다.

매년 그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발표하는 교수신문에서는 강구연월(康衢煙月)을 뽑았는데 직역하면 "번화한 거리에서 달빛이 연기에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 이란 글로 태평한 세상의 평화로운 풍경을 의미한단다.

그 외에도 어느 재벌그룹 회장, 어느 부처 장관이 정한 사자성어니 하며 소위 말해서 사회 지도층인사라면 사자성어 하나쯤 경쟁적으로 언론에 노출시켰고 그래야 괜찮은 인물로 존경받는 듯 사자성어 식의 새해 덕담들이 오갔다,

정말 그 좋은 말들이 덕담이 되어 현실로 나타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 말보다는 차라리 60년 만에 오는 백호랑이해이니 호랑이처럼 늠름하고 용맹하게, 지혜롭게 살아가자는 말이 훨씬 더 가슴에 와 닿는다.

특히 아직 경인년을 맞이하는 설레임이 마르기도 전에 대구경북은 세종시문제로 시끌벅적하다. 행정도시로 계획했던 세종시를 기업제일도시로 탈바꿈시키고 국민 앞에서 하나의 거리낌도 없이 공인해버린 정부에 대고 뭘 해야 할지, 어찌해야 할지 그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망연자실해 있다.

일로영일(一勞永逸)처럼 나중을 위해 지금 열심히 해나갈 수도, 강구연월(康衢煙月)처럼 번화한 거리에서 달빛이 연기에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에 감탄할 수도 없다.

당초 원안대로 시행해달라는 강한 목소리 대신 대구경북에도 똑같은 조건을 적용해달라는 소극적인 태도만 보이고 있다. 설령 조건을 똑같이 한다 해도 이미 수도권에 가깝고 기업하기에 제반여건이 훨씬 나은 세종시와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지 싶은데도 말이다.

정말 말이 많다. 아니 말만 많다. 대구경북인들이 그동안 지역발전을 위해 호응하고 믿어주고 밀어줬던 지역 출신 정치인들에게 느끼는 배신감이 크기에 그들의 말이 헛말이 되어 헛바퀴만 도는 듯 요란하게만 느껴진다.

혹자는 말은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말이라고 했다. 말을 하면 그만큼 추진력을 가지고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할 수 있도록 신뢰와 믿음을 줘야 한다.

나는 올해의 말을, 최고로 잘나갈 때 문득 모든 걸 버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가방디자이너로 새롭게 변신하고 성공한 임상아씨의 ‘상아 뉴욕 내러티브 99-09’에서 찾았다.

직원들이 완벽을 추구하며 밀어붙이는 그녀에게 ‘악마’라고 하자 “너희들이 일만 열심히 ‘똑’ 부러지게 하게 된다면 악마가 아닌 그 무엇도 될 수 있다”  는 말이다.

일할 때는 착한 사람 ‘좋은 사람’으로 불리려 노력하지 말고 주어진 일이라면 누가 뭐래도 똑 부러지게 해내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세종시 문제에는 독하게 지방의 입장을 대변하고 대구경북인들에게는 ‘똑 부러지게 일 잘하는’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을 새해 바램으로 가져본다.

너무 순진한 바람일까?

 

 

 

[주말에세이] 권미강

권미강씨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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