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표 불쏘시개와 토지 불로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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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용산참사는 개발비극의 단편...토지 불로소득 방치하면 비극 되풀이"


지난 20일은 용산 참사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져서 그 열흘 전인 10일에 장례를 치른 것은 큰 다행이다. 그러나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

이명박표 불쏘시개

용산 참사는 개발/재개발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존재해온 조건에 이명박식의 밀어붙이기가 가미되어 발생한 사건이다. 비유하자면 신나 통이 온 나라에 쌓여 있는 가운데 이명박표 불쏘시개가 등장하면서 참사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불쏘시개는 그들만의 ‘백년대계’에 지장을 준다면 법치와 인권과 상식도 태워 없애려고 한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불쏘시개의 위법성을 지적해주어도 고칠 생각이 없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면서 합의한 세종시 계획마저 제사 후의 지방처럼 불사르고 있다. 국민이 ‘설마, 설마...’ 하는 사이에, 힘들여 이룩한 민주화 수준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신나 통을 그대로 두더라도 용산 참사와 같은 특정한 모습의 비극은 다른 방법으로 피해갈 수 있다. 충분한 보상을 통해 (이명박표 불쏘시개는 충분한 보상을 좌시하지 않겠지만.....) 세입자를 포함한 모든 당사자가 종전과 다름없이 거주와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보상이 충분하다면 주민이 극렬하게 저항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도 개발 비극의 공범

그러나 저항이 없다고 해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신나를 제거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다른 모습으로 폭발할 것 아닌가? 이런 문제가 우리나라만의 특수 사정만이 아니라는 점을 보이기 위해 미국의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몇 년 전 뉴욕타임즈는 새로운 본사 건물이 필요하다면서 타임스 스퀘어의 부동산을 수용해 달라고 뉴욕시 당국에 요청했다. 그 결과 14명의 지주, 55개 사업체가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뉴욕시는 그 땅을 8천5백만 달러에 뉴욕타임즈로 넘겼다. 여러 개의 작은 필지를 하나로 모으자 땅값은 2억5천만 달러로 올라갔다. 매입지가의 두 배에 달하는 1억6천5백만 달러를 뉴욕타임즈가 불로소득으로 챙긴 것이다. 텔레비전 고발 프로그램 <60분>이 취재하러 오자 뉴욕타임즈 간부들은 카메라를 피했고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마이클 헬러 지음, <소유의 역습, 그리드락>에서)

뉴욕타임즈는 세계의 언론 중에서 바른 말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문이다. 이런 신문도 자기 회사의 경제적 이익이 관련되면 비판의식이 마비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옥 건축을 담당한 건설사도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이 건설사는 당시 뉴욕 시장이었던 줄리아니의 중요한 정치자금 줄로 알려져 있다. 정언경이 유착 구조를 통해 불로소득을 나누어 먹은 것이다.

개발 비극의 뿌리에는 토지 불로소득이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부당한 개발 압력의 뿌리에는 토지 불로소득이 있다. 온 세상에 쌓여 있는 신나 통에 토지 불로소득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신나가 있는 한, 용산 참사와 같은 모습이 아니더라도, 개발 비극은 벌어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도 토지 불로소득을 노리는 주택투기에서 비롯된 비극이 아닌가?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토지 불로소득의 사유화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와 같은 환수 장치를 무력화하여 신나를 더 채워 넣고 있다. 최근에는 세종시 수정을 위해 땅을 헐값에 넘겨주기로 하는가 하면, 다른 지역에서 반발하자 혁신도시 등에서도 그렇게 한다고 한다.

용산 참사 1주년을 맞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보상과 장례식만이 아니다. 개발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토지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매번 선거 때마다, 실망할 줄 알면서도, 기대를 걸게 된다. 지방선거가 얼마 안 남았는데.....





[김윤상 칼럼 26]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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