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속의 곡주사는 술 먹고, 격렬하게 토론하고 노래 부르고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 시절 운동하는 사람들의 소통의 공간이었던 같다. 그래서 곡주사는 그냥 그렇게 뭉뚱그려진 채 그런 느낌, 그런 온기, 기억,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중 한 사건(?)은 기억도 아스라하지만 영상의 한 컷처럼 남아있다.
20살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이다. 계절이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곡주사 뒤편 2층방이었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화장실에 들락거리곤 했다.
나 보다 나이들이 훨씬 많은 선배들과 어느 뒷풀이자리 였던 것 같다. 술이 한 순배 돌아가고 내 맞은편에 있던 여자 선배가 담배를 물었다. 나는 너무 놀랐다. 그 때까지 나는 여자는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이다.
이 놀람이 채 가시기전에 더욱 놀란것은 여자가 담배를 무는데 옆에 있던 남자 선배가 불을 붙여주는게 아닌가? ‘우째 이런 일이,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것도 그런데 우짜다가 남자가 여자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다니!’
20살 대학을 입학하고 겨우 사회적 문제, 운동 이런 단어를 두려워하면서 배울때라 순간 ‘운동하는 사람들은 다 이런건가’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것도 매우 강도가 센... 가부장적인 질서속에서 받은 교육과 남녀 평등(?)이라는 진보적 상황이 충돌하는 것이었다. 되돌아보면 지금도 그렇지만 27년 전에 남자는 이래야 되고, 여자는 이래야 된다는 교육을 얼마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는가?
사실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 그냥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에 새겨두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곡주사 하면 지금도 늘 그 이층방에서 있었던 그 문화적 충격을 준 담배 사건을 잊을 수 없다.
그 이후에 나는 ‘나는 운동을 하더라도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지’ 라고 결심을 했지만, 언제 어떤 계기로 운동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정수경 / 공동체라디오 성서F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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