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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원인' 과학자들 분석…일단 '기뢰'에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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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두 동강 근거…"내부 폭발이 아닌 수중 폭발 가능성"
실종자와 휴대폰 통화?…과학자들 "수중 전파통신 불가"

천안함의 항해 모습 / ⓒ2010 HelloDD.com
천안함의 항해 모습 / ⓒ2010 HelloDD.com

'내부 폭파 가능성일까, 암초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북한의 어뢰 공격?'

1200t급 초계함 '천안함' 침몰원인 추측설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수중탐사 및 함정 기술 분야 과학기술자들이 설득력있는 추측을 내놓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과학기술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사건 분석의 단초는 '배가 두 동강 났다'는 사실과 생존자들의 증언.

서해 백령도 서남방 1.8km 해상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폭발이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 비롯됐다'는 천안함 장교의 증언에 따라 과학자들은 북한이 어뢰로 공격하지 않았을 경우를 전제한 후 조심스럽게 기뢰(機雷)로 인한 침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함정 내충격 설계·해석 기술 전문가인 M 연구원의 J 박사는 이번 사고원인으로 '감응기뢰'를 주목하고 있다. 감응기뢰는 함선의 자기(磁氣), 추진기관, 진행에 따라 생기는 수압 등에 감응해 유효범위가 입체적인 폭발물이다. 적당한 수심에서는 침저식 부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거가 곤란하다.

J 박사는 "정확히 일반화시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보통 배를 설계할 때 배 길이의 15% 이상은 침수가 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며 "배가 두 동강날 수 있는 가능성은 수중 폭발 뿐"이라고 밝혔다.

J 박사에 따르면 배가 두 동강났을 경우 기뢰를 생각할 수 있는데, 기뢰가 직접 부딪혀도 안되고 근접 비접촉으로 터져야 한다. 폭탄이 직접 배에 닿아 터지면 구멍만 크게 생긴다는 분석이다. 구멍이 생길 경우 수압을 가해도 물이 새지 않게 설계된 칸막이벽(수밀격벽)에 의해 손상이 전파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배가 두 동강이 난 경우는 2차 대전 이후로 전무하다. J 박사는 "최근 호주 해군이 배 밑에서 근접해서 터지게끔 어뢰를 쏘는 실험을 진행했었다. 상상도 못한 빠른 시간에 두 동강 났다"며 "침수 시간이 3시간 정도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J 박사의 이 의견은 현재 군에서 발표하는 천안호 침몰 시간(3시간 30분)과 비슷하다.

J 박사는 "기뢰·어뢰 등에 대한 안전성을 검사하는 실선 충격 실험을 해보는 것이 좋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예산이 충분치 않아 그렇게 하긴 쉽지 않다"며 "미국 해군의 경우 배가 만들어 지면 해상에서 실험적으로 지뢰를 터뜨리고 이를 견뎌야 인도될 수 있도록 법제화 돼있다"고 말했다.

해군사관학교에서 보관 중인 기뢰 / ⓒ2010 HelloDD.com
해군사관학교에서 보관 중인 기뢰 / ⓒ2010 HelloDD.com
우리나라 군함에 내충격 설계 개념이 도입된 시기는 1995년. 이전에 만들어진 천안함 같은 함정은 충격 설계 시스템 도입이 안됐을 가능성이 크다. J 박사는 "현재는 함정 설계시 수중 충격 위험을 시험하고 설계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술적으로도 진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장비 전문가 K 연구원의 L 박사는 북한이 설치해 놓았던 '바닥(Bottom) 기뢰'가 해류에 의해 남한으로 떠밀려와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L 박사에 따르면 기뢰의 종류는 계류기뢰와 바닥기뢰 등 다양하다. 계류기뢰는 무게 있는 쇳덩이에 기뢰를 밧줄로 메달아 수중에 떠있는 기뢰다. 계류기뢰의 경우 해류에 의한 움직임이 거의 없다. 바닥기뢰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해류에 의해 떠밀려 올 수 있다. 바닥기뢰는 바닥에 뿌려놓는 기뢰로 밀물과 썰물에 의해 파묻힐 수도 있고 이동할 수 있다. 어뢰를 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외부 충격일 경우에는 바닥 기뢰가 유력한 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추측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6·25 전쟁 도중 미국 원산 상륙작전을 비롯해 북한의 기뢰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는 기록이 있다. 때문에 L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에 기뢰를 탐색해 제거하는 전문 부대도 있으나, 기술이 낙후되고 훈련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역 정찰을 위해 관련 기술발전이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종자 "살아있다" 전화?…수중통신 전문가 "일어날 수 없는 일"

천안함 실종 장병이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소문이 퍼지며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날 오후 3시 경 실종된 심영빈 하사의 아버지 휴대전화로 심 하사의 휴대폰 번호가 찍혔다는 소식에 이어 실종자로 분류됐던 서승원 하사의 어머니가 "(서 하사가) 전화를 해서 '배 안에서 살아 있다'고 전화해왔다"며 발을 동동 굴렀기 때문.

그러나 수중통신 전문가들은 "안타깝지만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물 속에서는 전파가 통하지 않는다. 선상까지는 통신이 되더라도 물 아래로는 전파통신은 과학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만약 배 침몰시를 대비해 음탐장비를 구축해 놓았다면 음파를 발신할 수 있다. 또 초음파 탐지 장비가 구축된 군함으로 사고 현장을 정밀하게 조사하면 침몰한 배가 어느 지점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수중무선통신시스템 분야의 권위자인 L 박사는 "실종자와 통화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며 "통화가 되려면 전파가 물과 철판 등 3~4개의 경계선을 다 뚫고 들어가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가능성이 없다"고 전했다.

천안함 침몰로 '해양연 비상대기중'

천안함 침몰 사건 직후 한국해양연구원(원장 강정극)이 비상체계에 돌입했다. 현재 모든 연구원들이 비상 대기 상태에 있다. 강정극 원장부터 관련 연구원들이 모두 연구소에 나와 정부의 즉각적인 요구에 답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해양연은 26일 사고 당일 바로 다음 날 해류 시뮬레이션을 통해 서해안 해류 방향과 조류 세기 등을 파악해 해경에 정보를 전달했다. 해류 시뮬레이션은 초기 사고 대응시 현지 상황변화에 따라 사고 대응 방향을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해양연 관계자는 "국가적 위기가 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출연연이 기여할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번과 같은 대형 사고의 경우를 대비한 해양 탐사 연구 등의 과학기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덕넷> 2010년 3월 28일 김요셉, 임은희 기자 (대덕넷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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