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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라면 기사', 결론은 북한 엮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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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함 침몰 '어뢰설' 띄우는 보수신문…청와대도 아니라는데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2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기뢰 또는 어뢰 가능성이 다 있지만 어뢰 가능성이 좀 더 실질적이지 않나 싶다"고 밝히자 조선일보가 '어뢰에 의한 피격이라면 명백하게 의도된 공격'이라며 '북한의 공격'을 기정사실로 단정하는 듯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은 3일자 1면 <김국방 "어뢰 가능성이 더 실질적"/"북한 잠수함 2척, 24~27일 관측에서 사라졌다"> 기사에서 "김 장관은 여러 침몰 원인 주장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비교적 명확하게 밝혔다"며 "(어뢰는) 표적을 바로 맞히는 것도 있고, 버블을 일으켜 허리를 끊는 방법도 있는데, 수중폭발로 버블제트를 일으키는 것도 북한이 갖고 있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는 김 장관의 발언을 보도했다.

3면 <'어뢰에 의한 피격'이라면...명백하게 '의도된 공격'> 기사에서는 "기뢰에 의한 사고라면 기뢰를 누가 설치했는지, 의도적이었는지 단순 과실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복잡한 판단의 선택지가 있다"며 "반면 어뢰에 의한 피격이라면 북한 또는 제3국에 의한 명백한 공격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4월3일자 조선일보 3면
4월3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은 이어 "어뢰에 의한 의도된 공격으로 밝혀지면, 이는 국제법이 정한 룰(rule)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로 "경우에 따라선 '북(北)이 어뢰 공격처럼 명백한 공격 목적으로 정전협정의 교전 수칙을 위반했다면, 자위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은 청와대가 지금까지 어뢰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1차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 이후 전개될 사태가 엄청날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 또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지난달 28일 안보관계장관 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사고원인의 여러 시나리오를 언급하면서 "어뢰·기뢰에 의한 피격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한 점,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지난달 30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기뢰 가능성을 묻는 이 대통령에게 "어뢰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한 점 등을 들어 군이 어뢰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조선은 24~27일 사라졌던 북한 잠수함이 사고 당시 천안함을 공격할 수 있는 장소까지 도달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군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다른 잠수함.잠수정, 반잠수정의 침투 가능성도 남아 있고, 사라졌던 잠수함 2척의 성능이 우리의 정보력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70t 규모로 소형인 북한의 유고급 잠수정은 구경 406mm 경어뢰 2발을 탑재할 수 있지만, 크기가 작아 레이더 포착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북 어뢰 능력과 관련해서도 "폭발 직후 감지된 지진파의 위력으로 추정한 천안함 침모 폭발 위력이 TNT 폭약 170-180kg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북한)어뢰 탄두 중량이 그 범주 안에 있"다며 "일부 탈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나 중국에서 신형 음향추적 어뢰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전한다"고 보도했다.
    
4월3일자 한겨레 1면
4월3일자 한겨레 1면

천안함의 소나(음향탐지장비)가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조류가 빠르고 풍랑이 거세 잡음이 많을 경우 어뢰가 다가오는 소리가 잡히지 않을 수" 있고 "수심이 낮을 경우도 소나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소나병이 부주의해 소리를 놓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조선의 기사들은 '어뢰 가능성'을 언급한 김 장관의 발언을 '북한의 의도된 어뢰 공격'으로 해석, '북 공격설'과 '어뢰 가능성'을 부인하는 다른 주장을 반박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특히 사설 <정치권이 해선 안 될 일과 군이 해야 할 일>에서 조선은 "새떼에 대한 포격도 처음부터 '북한 공격으로 보고 대응 사격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면 아무 잡음도 뒤따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걸 명확히 하지 않으니 '한미합동훈련 중 침몰했다'라는 악의적인 의혹까지 따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국방부가 빨리 인정하고 공개하라는 투다.
    
4월3일자 경향신문 23면
4월3일자 경향신문 23면

그러나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어느 쪽 가능성이 높으냐고 물어서 (김 장관이) 그렇게 답했을 것”이라며 “지금 단계에서 충격 부위가 어찌 돼 있는지, 거기서 나오는 화학물질이 뭔지를 모르므로 원인에 대해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어떤 원인도 단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어떤 것도 예단하지 않는다는 청와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조선은 이날 박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을 보도하지 않았다.

보수 신문의 '북한 공격설'에 대해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도 이날 경향신문에 게재한 시론 <천안함의 진상규명 가로막는 자들>에서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은 도리어 문제 제기를 하는 쪽의 책임을 묻고 있다"며 "공식 발표를 가만히 듣기만 하고 입 다물라는 이야기인데, 정보통신 강국의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고자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보수언론은 그러면서도 연일 북한 연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며 "'북한의 어떤 짓'이라는 식으로 사태를 끌고 가려는 모습은, 사건의 원인 규명을 차분히 진행하자는 자신들의 주장에 비춰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남들 보고는 원인을 따지는 일은 천천히 하자면서도, 자기들은 특정한 결론으로 신속하게 이동 중"이라는 게 김 교수의 얘기다.

김 교수는 이어 "보수언론의 한 논자는 '북한 관련 없다'는 '북한 관련 있다'만큼 위험하다고 질책한다"며 "그 말이 옳다면 일각에서 의혹으로 제기하는 ‘아군 오폭’도 모든 가능성의 하나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4월3일자 한겨레 사설
4월3일자 한겨레 사설

이날 한겨레도 사설 <무책임한 ‘북한 공격설’ 유포, 저의가 무엇인가>에서 "분명한 흐름은 참사 직후 일부에서 강하게 제기했던 북한 연계설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북한군 잠수함이나 잠수정 등의 침투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는 국방부 발표를 들어 "국방부 설명의 전반적인 주조는 북한 공격 때문이 아니라는 쪽"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보수 정치세력과 황색언론들이 끈질기게 북한 소행설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보수층의 입맛에 맞춘 북한 공격설 유포는 일부 보수언론이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북한에 한방 맞았을 가능성이 60~70% 이상이다' '확고한 결단을 내리고 행동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따위의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이번 사건에 북한이 연루됐길 바라는 마음이 여과없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청와대의 이런 태도(이 대통령의 북 연계설 부인 발언)가 북한 연계설의 확산을 차단하는 균형추 구실을 했다고 할 수 있"는 반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는 "천안함 참사의 정확한 원인은 배를 인양해 정밀조사를 하기 전까지는 파악하기 힘들다"며 "특히 한반도 정세와 대북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북한 공격설을 남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오늘] 2010년 04월 03일 안경숙 기자 (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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