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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이 날아라, 내 맘마저 날아라...
손병열 / "논물에 빠져 시려도 하늘 까마득히 차고 오르던..."
2010년 04월 02일 (금) 11:28:56 평화뉴스 pnnews@pn.or.kr

   

동네의 아이들과 연을 만들어 날려 보기로 한 날입니다.
동화천을 훑어 내리는 바람이 연을 띄워 하늘 높이 올릴 만큼 시리고 좋아 보입니다.

준비물을 한 아름 안고 마을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주민들이 품을 보태 만든 '한들마을도서관'과 지속적인 동네 문화활동을 준비하고 있던 '동네를 가꾸는 이웃들'이 합심하여 마련한 첫 프로그램이라 더욱 설레고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초등학교를 갓 입학한 아이부터 중학생까지 아이들이 하나둘씩 엄마와 아빠와 함께 도서관으로 모여 들기 시작합니다. 하나같이 밝고 환한 얼굴들입니다.

"혹시 부모님들중에 연을 만들어 보신 분 계세요?"
아뿔사~!. 아무도 손을 들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들의 도움을 받아 방패연까지 만들어 보려 했던 내심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 집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문제 없다는 듯 진지하게 연만들기에 몰두합니다.

분위기는 금새 달아 오릅니다. 한지를 자르고, 문양을 만들고, 댓살을 붙이는 걸 따라 하면서 제법 연의 모양을 갖추어 갑니다. 설명도 끝나기 전에 성급하게 붙였다가 다시 떼어내는 아빠들, 나보고 아예 만들어 달라고 떼쓰는 아이, 유난히 눈이 초롱초롱한 아이는 하나하나 물어 가며 열심히 만듭니다. 어른들 못지않게 손재주가 제법 야물어 보입니다.

날개와 꼬리를 만들어 붙이고 가장 중요한 연줄매기의 시간.
아래 위 균형있게 매지 않으면 연은 맵시있게 바람을 안고 하늘높이 차고 오르지 못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연만들기 끝!. 색깔과 모양도 제각각이고 솜씨도 제나름인 연과 간이얼레를 손에 쥔 모습들이 아주 뿌듯해 보입니다.

   

아이들은 어서 빨리 날려 보고 마음에 우르르 동화천변으로 달려 나갑니다.
뒷정리를 하고 고장난 연의 현장수리를 위한 간단한 물품만 챙기고 따라 나섭니다.
하지만 동화천에 나서 보니 아까 그 좋던 바람의 기세는 온 데 간 데 없고 가벼운 날바람만 슬몃슬몃 불고 있습니다. 연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이 시간을 보낸 것이기도 했고, 바람이 그 방향을 바꾸느라 헤매고 있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문제 될 게 전혀 없어 보입니다.

벌써 하천둔치를 뛰어 다니며 연을 띄워 올리고 있었습니다. 아빠와 함께 연을 날리려 애쓰는 아이, 연이 제대로 날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엄마와 아이, 모두모두 즐겁고 행복해 보입니다. 하천둔치가 시끌벅적하자 동네분들이 나와서 같이 구경하며 즐거워 합니다. 초보자들의 연날리는 솜씨가 안쓰러웠는지 직접 내려와서 연줄도 고쳐주고 날리는 기술도 알려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금새 찢어지고 고장 난 연을 갖고 와 수리를 부탁합니다. 동네는 하천둔치를 중심으로 아이들의 잔치판이 되었습니다.

신문지를 잘라 연을 만들어 날리던 어린시절.
하늘을 까마득하게 차고 오르던 친구들의 연과 매섭던 바람, 논물에 빠져 시리고 따가운 발보다 연날리기에 더 열중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고맙게도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해가 서산에 걸쳐 늬엇늬엇 넘어 가려 할 시간.
"선생님 그러면요, 썰매는 언제 만들어요?"
한 아이가 와서 동그란 눈으로 묻습니다.
아까 연만들 때 다음에는 썰매도 만들어 보자고 한 소리를 두고 묻는 거 같습니다.
"이번 겨울방학이 되면 여기서 만들어 타고 놀 수 있단다."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고 하나둘씩 집으로 들어가고 아직 흥이 남은 몇몇 아이들이 연을 날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가족과 함께 만드는 연만들기'는 막을 내렸습니다. 도서관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았다면 영 잊고 살았을 거라는 어느 아빠의 표정은 아이와 함께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준비하고 같이 한 우리 모두도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주말에세이]
글.사진 손병열  / 예술마당 솔 공동대표  sonby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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