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수구동맹을 지키는 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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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폐쇄적 동맹의식...차별과 배제는 '국격'도 해친다"


"무죄가 나더라도 흠집만 내면 된다"

최근, 검찰은 한명숙 전직 총리를 기소했다가 일심에서 패소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에 이어 전직 총리와 같은 높은 분을 수사했다니 검찰의 기개가 돋보입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현 정부 들어 검찰이 미네르바, 전 KBS 사장, PD수첩, 교사 시국선언 등 여러 차례 무리한 대응을 해왔는데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선고 후 한나라당이 내놓은 논평이 이런 의심에 근거를 줍니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판결의 결론과는 달리 이번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부도덕한 실체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하였고 또 “법적 유무죄와는 별개로 한 전총리가 공인으로서 도덕적으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서 국민들은 이미 마음으로 냉정하게 심판을 내렸다”고 하였습니다.

왜 이런 논평을 하는 걸까요? 검찰이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오로지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기소했다면 이와 무관한 정부ㆍ여당은 그냥 조용히 있는 것이 상식 아닌가요? 물론, 이런 논평은 집권층이 검찰에게 수사를 지시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비판 세력에 대해서는 무리한 수사를 하더라도 집권층이 좋아한다는 걸 알 수는 있습니다. 그러다가 유죄 판결이 나면 좋고 무죄가 나도 흠집만 내면 된다는 것이지요. 집권층에 이런 분위기가 있다면 검찰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겠지요.

정권의 탓인가, 검찰의 탓인가?

검찰 전체가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무리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필자가 속한 교수 집단에도 정권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유신헌법을 찬양하면서 박정희가 지명하는 유정회 국회의원을 하려고 운동을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그런 사람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측면에서만 본다면, 검찰이 문제라기보다는 검찰을 활용하여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권이 문제라고 하는 게 맞겠지요.

그러나 집단으로서의 검찰은 정말 괜찮은가요? 노무현 정부 때는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겨누며 기개를 뽐내던 검찰이 왜 이 정부 들어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검찰은 기득권을 수호하는 수구동맹의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높은 사회적 지위를 지향합니다. 권력과 재산과 명예를 얻고 싶어 합니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공정한 과정을 통해 사회의 상층부에 편입된다면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검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법시험이라는,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공정한 관문을 통과해서 검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수구동맹의 중요한 한 축

문제는 일단 상층부에 편입되면 폐쇄적 동맹의식이 형성되어 내외의 비판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심하면 적대감까지 공유하게 된다는 겁니다. 수구동맹에 도전하는 세력이 생기면, 대대로 상층부에 속했던 집단은 ‘너 따위가 어딜 감히....’와 같은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물려받은 것 없이 상층부로 진입한 자수성가형은 ‘내가 어떻게 해서 얻은 자린데....’와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그도 저도 아닌 사람 중에도 기존 질서에 젖어 개혁에 대해 반감을 갖는 경우가 흔히 나타납니다.

기득권과 거리가 있어 보였던 노무현 씨가 대통령이 되자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나는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고 검사들은 대통령에게 대들었습니다. 기득권 옹호와는 방향이 다른 복지정책과 지역균형정책 그리고 부동산 부자에게 부담이 되는 종합부동산세를 내놓은 노무현 정부에 대해 수구동맹은 멸시와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반동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상류층은 환호하였고,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다면서 지난 정부에 흠집을 내고 새 정부에 대한 비판을 봉쇄했습니다. 이런 목적에 앞장선 검사들은 영전을 했습니다. 이런 사람은 일부 정치검사일 뿐이고 그들의 행동은 검찰 조직 전체를 놓고 보면 사소한 돌출행동에 불과할까요?

'국격'을 해치는 수구동맹과 검찰

만일 그렇다면 검찰 내부에서 강한 자성의 소리가 나와야 합니다. 상명하복이라는 검찰 조직의 특성을 핑계로 입을 봉하고 있는 건가요? 집단으로서의 검찰에게 묻습니다. 대부분의 검사는 이 동맹에서 자유롭다고 자신할 수 있나요? 물론, 제가 속한 교수 집단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서운 칼을 가진 검찰의 책임이 더 크지 않을까요?

차별과 배제의 수구동맹은 사회의 기회불균등을 고착시킬 뿐 아니라, 현 정부가 중시하는 ‘국격’에도 해롭습니다. G20 회의를 유치하여 국격을 높였다고 자부하는 대통령님, 그리고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국격을 높이려고 애쓰는 총리님. 국격을 높이려면 철없는 검찰을 좀 타일러 주세요. 총리실에서 발표한 국격 높이기 5대 추진 방향에 ‘나누고 배려하는 따뜻한 나라’가 두 번째로 들어 있는데, 검찰이 칼로 지키려는 수구동맹으로는 이런 나라가 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가르쳐 주세요. (이런 걸 기대하다니, 저는 역시 순진한가요?)






[김윤상 칼럼 28]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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