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 (아주 맑은 목소리로 매우 즐거운 듯) "우리 아이 지방 내려갔다"
여성 2: (이상하다는 듯한 목소리) "지방에 내려간 것이 그렇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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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2: (다시 명랑한 소리) "나도 우리 아이 지방 내려 보내야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광고의 내용입니다. (이탤릭체는 광고를 들은 내 생각입니다)
동음이어에서 오는 혼돈을 노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아들이 지방(地方)에 내려간 것처럼 들리게 하여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이 말을 듣는 지방(地方)사람에게는 ‘내려가기 싫어하는 지역’에 사는 촌놈으로 듣게 하는 듯하여 기분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즉 지방(地方)이란 내려가지 말아야 할 곳, 내려간다면 부모는 싫어하는 곳, 좀 더 의미를 과장해서 말한다면 ‘살기 좋지 않은 곳=지방’이라는 말도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사극에는 서울의 하층민 언어가 없다…….(중략)......구사하는 하층민 연기의 핵심은 바로 사투리와 지방의 억양이다. 그것도 충남과 호남 사투리와 억양이다…….(중략)......이제 사극에서 하인 같은 역을 맡으면 으레 ‘했시유(했어요)’, ‘긍께(그러니까)’, ‘근디 말여(그런데 말야)’ 같은 말을 구사하는 것으로, 자신이 하층민임을 드러낸다......(중략)....... 이것이야말로 우리 현대사의 엄연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신분제 철폐 이후에도 종의 자식, 길거리 장사치 자식 등 출신 신분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던 관습은 꽤 오랫동안 남아 있었고, 실제로 다른 계급 출신이 지닌 다른 말씨나 행동방식 역시 꽤 오래 잔존했다. ......(경향신문. 2010.4.13. 문화와 세상. 이영미. 하층민 언어가 된 지방 사투리)
신문에서 읽은 글입니다. 지방의 말을 하는 사람은 으레 하인이고, 상놈이며, 장사치입니다. 주인공이 지방 사람일지라도 주연이기에 표준말을 쓰는 것이 우리네 사극입니다. 21세기 민주주의 사회라고 말하면서 계급의 요소를 그대로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다시 말하면 사투리는 우리 고유의 보존해야할 유산이 아니라 신분상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벗어나야할 것이라 인식되게 합니다. 이말은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더 심하게 나타나는 듯합니다. 학교생활과 집에서의 말투가 다르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려면 그 말투부터 고쳐야 한다고 떼를 써는 현실입니다. 방송이 이를 더욱 부추기는 듯합니다.
‘지방에서 썩고 있느냐,’ ‘오죽 못났으면’ 이라는 말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지방에 산다는 것이 못난 사람과 잘난 사람을 구별하는 한 척도가 되고, 지방에 있는 것을 마치 ‘썩고 있는’ 것 같은 말로 비아냥하는 모습은 ‘지역’, ‘농촌’, ‘희망’....., 이라는 단어가 패배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말 인 듯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오늘 ‘수도권에 있다’하고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지난 정권이 지방과 수도권이 골고루 잘 살기위해 고민했던 모습에 대해 있는 색깔을 다 칠하면서 무능하고 잘못된 정책이라 합니다. 하여 말이 되지 않는 소리로, 정말 믿지 못할 방법으로, 믿으라고 그리도 여러 번 구걸하다시피 떠들어놓고 이제는 어찌하던지 고쳐볼 심산으로 가지고 있는 재주는 다 부려서 거짓을 참이라 우기려합니다. 뿌리는 지방이고 그 지방촌놈인 아버지가, 어머니가 길러주신 모습을 끝내 부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못된 사람들이 말입니다.
‘산 좋고 물 좋고 따라서 인심 좋은 곳’이라했는데 오늘 우리 동네는 온통 흙먼지와 굉음으로 덮여버렸습니다. 우리가 원해서도 아니고 꼭 그렇게 해야만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 물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몇 년에 한번 큰물을 맞았지만 이제 매년 다가올 듯 윽박지르며 대비하라고 하고 물을 가두기 위해서라며 강바닥을 날카로운 손톱으로 어린아이의 등짝을 후려 파듯 파내고 있습니다. 내려가기 싫은, 촌놈들이나 사는 지방이라 마음대로 도려내는 모습은 마치 우리가 수도권이라는 나라에 종살이 하는 지방 촌놈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조선을 일깨운 동학혁명이 일어난 곳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발아인 4.19도 서울에 있는 부자 양반들 보다는 지방이고 한국 민주주의의 봄을 연 5.18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이면서 모두가 피를 흘렸다는 엄연한 역사적인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기고]
김영민 / 김천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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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 "수도권이라는 나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