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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없는 TV 후보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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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구교육감' 토론 / "토론없이 자기 홍보만...유권자 배려 부족"


상호토론 없이 ‘학력’만 집중…심야편성

6.2 지방선거가 14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 가운데 KBS대구는 지난 13일 목요일 밤11시부터 1시간 반에 걸쳐 대구광역시 교육감 후보 초청 TV토론회를 방송, 시청자-유권자들에게 대구광역시 교육감 후보들의 면면과 자질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날 후보 초청 토론회는 토론 주제 선정이나 진행 면에서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나마도 심야 시간대에 편성함으로써 시청자들이 토론회를 시청하기 어렵게 했다.

TV토론회는 시청자들이 후보의 면면과 정견을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선거 문화에 점점 더 깊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유권자들과 후보들이 방송을 통해 간편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만날 수 있는 광장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이 많은 선거방송 TV토론회가 선거 때마다 잇따라 열리고 있으나 투표율은 선거 때마다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왜 그런가?
유권자들의 무관심만 탓할 게 아니란 것은 선거 광장인 이날 KBS대구의 TV토론회를 지켜본 시청자-유권자들은 느꼈을 것이다.

혼탁해지는 장외...많은 후보 고려를

이날 TV토론회는 후보․토론 진행방법 소개에 이어 시작됐다. 토론은 기조연설(1분30초), 공통질문(1분30초), 마무리발언(1분)으로 진행됐다. 공통질문은 1, 교육계 청렴도 개선 방안, 2. 기초학력 향상 대책, 3. 지역 간 학력격차 해소방안, 4. 공교육 경쟁력 확보 전략 순으로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는 얼개로만 보면  별 문제가 없어보일지 모른다.

KBS대구 후보토론회-대구시교육감 (2010.5.13 방송)
KBS대구 후보토론회-대구시교육감 (2010.5.13 방송)

그러나 이날 토론회 참석 후보가 9명(우동기, 도기호, 김선응, 윤종건, 김용락, 정만진, 유영웅, 박노열, 신  평-추첨으로 정한 발언 순)으로 적지 않으며, 특정 후보가 사퇴했는가 하면 또 다른 특정 후보는 아직 선거가 초입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선거법을 위반해  2회나 대구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을 만큼 선거 분위기가 혼탁해지고 있는 상황임을 시청자들이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다.

'학력' 관련 질문이 3/4

먼저, 공통질문의 내용이다. 교육계 비리, 기초학력, 수성구-비수성구 성적격차, 사교육에 대한 후보들의 태도를 묻는 내용들이었다. 학력에 대한 질문이 사실상 75%를 차지했다. 2, 3, 4항은 조금 방향이 다르긴 해도 ‘공부’란 점에서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이 공통질문 내용이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이하 학교 학생들, 교사, 학부모가 공감하는 내용들인가 하는 점이다. ‘백년대계’ 교육이 아니라 SKY로 상징되는 ‘일류대그룹’ 유권자들을 과(過) 대표한 질문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공통질문 작성 경위도 밝혔어야

또 하나는 공통질문을 작성한 경위이다. KBS대구의 교육담당을 포함, 기자들이 작성했는지, 또는 여론 조사를 통해 수렴한 것인지 등에 관해 사회자는 토론 모두에서 밝혀야 했다. 공감도가 높고 쟁점이 된 내용을 질문에 포함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았을 경우 시청자-유권자들이 얻는 선거정보는 물론 투표에 대한 태도에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인성교육.건강.복지 외면

이 점과 관련, 특정 후보는 토론 도중 학력만이 교육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학력 외에 교사-학생 적정 비율-인성교육-건강-무상급식 (복지)-학교 내 폭력 등을 질문에 포함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크게 보아 ‘청렴도’를 제외하면 모두 학력 문제만 물은 셈이므로 당연히 시청자-유권자들은 이것이 대구 교육 현장의 문제 전부인 줄 알고 그와 관련해서만 교육감 후보들의 견해를 들을 수 있었다. 나머지 문제들은 아예 공통질문에 포함되지 못했다.

공통질문 이외의 분야에서 자질이 탁월한 후보들 중에서는 억지춘향으로 공통질문에 고리를 걸어 자신의 정견을 밝혀야 하는 후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 시청자-유권자들은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학력 중심의 공통질문과 관련해서만 기대하거나 책임을 물으려 할 것이다.

상호 토론 없어 자기 홍보 지루하게 나열

이날 토론회의 맥을 뺀, 그래서 시청자들이 원천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게 한 것은 공통질문에 상호 토론을 배제한 것이다. 토론회란 그 자체로 변난(辯難)공격(攻擊)을 통해 진실과 자질을 가리는 방법인데 그것도 대구광역시의 교육행정을 임기 동안 책임져야 할 교육감을 선출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상호토론을 배제한 것은 선거에 대한 시청자-유권자들의 관심 통로를 차단하는 부정적인 기능을 했다.

상호토론이 배제된 토론회에서 남는 것은 후보들의 자기홍보 나열뿐이다. 이런 토론회에서는 어느 주장이 진실한 정견인지, 실현가능한 정책인지 시청자-유권자들이 제대로 판단하기란 정말 어려워진다. 상호토론이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겠지만 인물과 정책을 구별해내는 긍정적인 장점이 훨씬 더 크다.

활발한 선거광장 만들기 배려 부족

 대구MBC는 17일 뉴스데스크에서 대구광역시교육감후보 여론조사(14~16일 실시) 결과 무응답이 52.8%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무응답은 여러 모로 분석될 수 있겠지만 선거 무관심으로도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투표장으로 향하게 하는 방법은 주요 선거 정보원인 TV토론회가 내 자녀들의 장래가 토론되는 현장임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학력문제만 부각하고 나머지 문제는 없는 양 주제를 좁혀버린 TV토론회, 인물과 정책의 허실을 벗기면서 시청자들에게 재미도 안겨주는 상호토론을 배제한 TV토론회---KBS대구의 이날 교육감 후보 TV토론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초대하기엔 모자람이 많았다. 선거잔치를 위한 활발한 광장 만들기 배려는 무엇보다 부족했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83]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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