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이다.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암함은 연어급 잠수정이 서해 외곽을 우회해 침투한 뒤 천안함에 근접하여 중어뢰 공격에 의한 버블제트 효과에 의해 폭발했다“고 밝혔다. 그 결정적 근거로 ① 침몰해역서 건진 프로펠러ㆍ모터는 北어뢰 부품 ② 천안함ㆍ어뢰서 동일한 흰색분말 폭발실험 거쳐 수중화약 폭발재 성분 확인 ③ 프로펠러 외부에 '1번'글씨 적혀 7년전 확보한 北어뢰 '4호'와 표기방식 같은 점을 들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이명박 대통령과 민․군 합동조사단이 확언하듯이 이로써 천안함 폭발의 g확증적 증거가 드러났는가? 국제사회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근거와 자료를 제시했는가? 지금으로 봐서는 결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러 의혹과 문제, 분명한 근거 제시 못해
우선 가장 결정적인 증거라고 이야기하는 '1번'이라는 한글표기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합조단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북한산 어뢰에 ‘4호’라고 쓰인 표기법과 일치하다고 설명했으나 수중에서 고온.고압으로 폭파된 어뢰 잔해물에 각인된 것도 아닌 사인펜으로 쓴 글자가 어떻게 남아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네티즌들 일각에서는 북이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을 찍으라고 파란색으로 1번을 쓴 거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그리고 왜 7년전에 발견된 일련번호는 4호라고 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1번이라고 되어 있고 또한 일련번호가 뒤에 발견된 것이 빠른지도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 조사단이 제시한 서해 공해상으로의 우회 침투 경로 역시 단순 추정에 불과하다.
그리고 미약한 화약으로 과연 북한 어뢰 추진체의 화약이 분명하다고 확증할 수 있는지 침몰해역에서 건진 프로펠러, 어뢰가 현재 천안함 피격에 사용된 것인지 아니면 북한 영해에서 훈련한 후 떠 내려온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또한 북한이 천안함에 사용했다는 어뢰명을 CHT-O2D(델타)라고 조사단은 밝혔지만 한글로 이름을 짓는 북에서 왜 하필 낯선 영어 표기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필자가 그 외에 드는 의문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조사단은 북이 연어급(130톤급) 잠수정을 침투시켜 중어뢰로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과거 언론은 물론 한나라당 소속의 김학송 국방위원장조차 중어뢰를 탑재하려면 상어급(200톤급)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연어급의 잠수정에 중어뢰를 탑재했다면 북이 핀급의 선체에 헤비급의 무게를 싣고 왔다는 것인데 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혹 국방부가 수심이 낮은 서해에 북의 잠수정이 침투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둘째, 이번 사건은 분명히 한미군사합동훈련인 독수리훈련 도중에 발생한 사고이다.
이번 독수리훈련 중 동해에서는 이지스함 존 매케인함과 머스틴함이 동해항에서 출항해 훈련에 참가했고, 남해에서는 미 7함대 기함인 블루릿지함 및 이지스함 샤일로함과 핵잠수함 콜럼비아가 진해항에서 출항했고, 서해에서는 이지스함 라센함과 커티스 윌버함이 평택항에서 출항해 훈련을 벌이고 있었다.
여기에 한국해군도 이지스함, 세종대왕함, 최영함, 윤영하함 등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었다. 또한 미군 8,000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훈련이다. 즉 한미연합사는 해군련을 총동원해 북한 침투훈련을 하고 있었고 온갖 정보망과 감시시스템이 북의 군사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조사단의 발표대로라면 북은 귀신처럼 이러한 감시망을 뚫고 정확하게 천안함이 다니는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단 한방에 천안함을 격침시킨 후 다시 우리의 물샐 틈 없는 감시망을 뚫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것인데 도대체 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이는 분명 우리군만의 훈련이 아닌 한미연합사가 주체가 되어 벌인 훈련이기에 만일 북이 감시망을 뚫고 도발을 했다면 한미연합사의 군사작전 실패인데 왜 당사자중의 하나인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는가? 다시 말해 미군의 군사정보감시시스템에 대해서도 미국내 의회가 열려서 철저히 재점검하고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대책마련이 이루어져야 하는것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미국 자체에서 이런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미국이 이번 사건을 북이 자신들의 정보시스템을 뚫고 동맹국에 대한 군사공격을 감행한 사건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반증이 아닌가?
셋째, 조사단의 발표대로라면 북은 한미군사합동 훈련 중에 한미연합사의 감시를 뚫고 들어와서 유유히 사라졌다는 것인데 왜 증거는 그렇게 많이 남겨놓았을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치고 들어와서 증거를 질질 흘리고 갔다는 것인데 정말 북이 서해의 낮은 수심과 급류를 뚫고 천안함을 목표로 들어올 정도의 치밀함이라면 자신들이 저지른 것이라는 것을 드러낼 일련번호가 적힌 어뢰를 사용했을까?
이외에도 어뢰 폭발에 의한 일반적인 현상, 물기둥이나 물고기 떼죽음, 천안함 장병의 고막파열, 선체의 심한 파괴, 다량의 파편 등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번 조사발표의 한계이다.
국제사회, 특히 중국 납득시키기 어려워
이명박 정부의 기대와 달리 국제사회가 이 정도 증거로 북한에 대한 우리정부의 제제조치에 동의해 줄 것 같지 않다. 여전히 중국의 반응은 시큰둥 하다. 지난 17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가 "확실한 증거가 없는 것 같다"며 조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 이어, 우리 외교부의 사전설명에 대해서도 "과학적, 객관적 조사가 중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언론에서 거론된 대북제재 조치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할 것"이라 하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성과를 거두는데 필수적인 중국의 동의를 얻기에는 지금까지 정도의 증거로는 결정적 증거가 되기 어려울 것 같다. 자칫 정부의 섣부른 외교적 대응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 상실과 남북관계 파탄, 그리고 중국과의 엄청난 갈등으로 인한 한중관계 훼손이 우려된다. 또한 미국 역시 현재로서는 단기적으로 우리정부의 입장을 지지해 주지만 추후 한반도 비핵화와 핵비확산이라는 전략적 이득으로 인해 6자회담 재개에 강조점이 놓일 수 있다.
국제사회가 모두 인정하는 결과를 내어 놓으려면 조사주체의 공정성과 자료의 분명한 공개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북이 제안한 검열단도 수용하고 여야는 물론 국민들과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전문가로 조사단이 새로 구성되고 조사과정에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한국해군전술자료체계(KNTDS) 레이더영상, 열상관측장비(TOD) 동영상, 사고전후의 항적기록과 교신기록, 생존자들의 진술서 등 핵심적인 자료들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바람과는 달리 국제사회에서의 공인과 북한제재는 힘들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MB정부는 본인들은 확실하다고 하지만 국제적으로 공인되기 힘든 불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북한과 각을 세우는데 몰두할까?
이념과잉과 정권이익 위해 평화.민족공영 훼손하는 MB
첫 번째는 이 정부의 이념과잉이다. 이 정부의 북에 대한 기본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의 얼마전 발언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 "이번 기회에 바로 가까이에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세력이 있다는 것을 한 번 깨닫는 기회가 되면 아마 희생된 사람에 대한 보답도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현정부는 북을 공존공영하고 공동승리해야 하는 민족의 한 주체로 규정하지 않고 ‘북한악마론’의 시각에서 호전적인 세력이고 통일을 위해 제거해야 될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MB정부의 핵심인물들은 북이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고 확신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명박 정부가 이번 사건을 지방선거에 철저히 활용하려는 정략적 발상이 이번 사건을 이렇게 몰고 가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범종교적 반발, 명진스님 문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갈등에 노무현 대통령 추모분위기와 맞물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기되는 여러 의제는 이명박 정부에게 유리한 의제는 단 하나도 없다. 오직 천안함 사건만이 이명박 정부에게 유리한 유일의제인 것이다. 북풍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로써는 이 사건을 지방선거 내내 끌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설령 조사단의 발표대로 북이 했다고 하더라도 조사단의 발표시기가 20일로 지방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날인 점, 그리고 다음주 다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예고되는 있는 점 등을 볼 때 이러한 의도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모르고 있는 점이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역사는 유구하고, 정권의 이익은 단기적이지만 민족의 이익은 영구적이라는 것이다.
정권의 이익을 위해 어렵게 쌓아 올린 남북화해의 성과를 허물고 남북대결을 부추키고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하며 민족의 이익을 훼손하는 정략적인 행위는 결국 언젠가는 심판을 받게 마련인 것이다.
부시의 전철 교훈 삼아 MB식 선군정치 중단해야
부시정부는 2001년 9․11사태 이후 세계를 미국의 편을 드는 착한 집단과 이에 반대하는 악마집단으로 나누어 테러와의 전쟁을 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알다시피 부시를 전면에 내세워 전쟁마저 불사하며 미국식 제도와 가치를 전파하려던 네오콘은 결국 미국정가에서 몰락하고 말았다.
혹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식 이분법에 의해 천당인 남한과 지옥인 북한을 나누고 이번 기회에 대북제재를 통해 지옥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북을 붕괴시키려고 하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너무 지나친 걱정일까? 연일 전군 지회관회의와 긴급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군사적 시위와 훈련을 강조하는 이명박대통령으로부터 9․11 이후의 부시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을 아닐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한반도를 평화의 든든한 기반위에 세워야 가능한 경제적 번영의 길마저 포기하고 연일 군을 앞세워 선군정치(?)를 일삼는다면 우리가 지난세월 어렵게 쌓아놓은 모든 토대가 일순간에 무너져 내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아니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 중도실용주의 노선에 충실하려면 지금 당장 군을 앞세워는 MB식 선군정치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평화와 통일]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 이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눌러주세요.
포털 daum view(블로그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평화뉴스
포털 daum view(블로그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평화뉴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두현 / "한미훈련 중에 북이 공격, 증거 남겼다?...납득하기 어려운 천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