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도 화원 촌구석에 살고 있는 나는 달성보 현장을 자주 지나다닌다.
지난주만 해도 아이들과 도동서원에 들르려고, 오며가며 공사현장을 끼고 도로를 달렸었다.
이제 그 곳은 자연하천에서 볼 수 있는 녹색풍경이 사라지고, 강바닥을 긁어낸 모래언덕만이 끝없이 넓게 펼쳐져있어 마치 사막과도 같다.
아이들은 연신 놀란 목소리로 묻기 바쁘다.
"엄마, 왜 저렇게 강을 파헤쳐? 누가 저렇게 하는 거야? 저기 사는 물고기들은 다 어디로 가? 나무들은 다 어디로 갔어? 모래는 어떻게 하는 거야?"
결국 대답이 궁해진 나는 "대통령 아저씨한테 물어봐! 그 아저씨가 그렇게 하겠대!"하며 퉁명스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데, 솔직히, 정말로, 모르겠다, 도대체 왜 저러는지!
4대강사업 얘기가 나오면 피하고 싶은 게 내 심정이다.
당최 설득력 없는 어마어마한 대규모사업이 격렬한 제동에도 불구하고 내 눈앞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현실이, 믿기에는 어이가 없고 눈 감으려니 곳곳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논리로 말하기엔 너무 늦었다. 칼은 이미 칼집을 벗어났다.
마침, 대구환경운동연합 <낙동강생태탐사>에서, TV에 나와 유명해진 회룡포를 간다기에 아이들과 따라나섰다. 물놀이나 실컷 하면서 이제 곧 사라질 풍경 속에 추억의 사진 한 장쯤 박아두려는 심사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나의 냉소조차 미안할 만큼 처참했다.
재두루미가 온다는 구미 해평습지에는 흔하디 흔한 백로나 왜가리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모래바람만이 휑하니 휩쓸고 지나가는 둔덕에 서서, 여러 물길이 합쳐진다는 그곳의 아름다운 강 풍경을 오래 바라보았다.
누군가 옆에서 코를 훌쩍이며 울고 있다.
공사현장을 옆에 끼고 차를 달리니 모래먼지 때문에 목이 매캐하다.
안동댐 수몰민이 옮겨와서 산다는 구미보 인근에는 실제로 모래바람으로 인한 농작물피해신고가 잦다고 한다.
회룡포에서 안동환경연합 회원들과 합류했다. 지역 특유의 애착과 활기가 느껴져서 흐뭇하기도 하고, 고향을 사랑하는 그들이 듬직하고 친근하게 여겨졌다. 맑고 부드러운 회룡포의 물줄기는 듣던 대로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온 몸 적셔가며 놀았다. 삼강주막의 촌두부와 막걸리도 꿀맛이었다.
이렇게 다녀가는 관광객이 하루 3천명을 훌쩍 넘는다 한다. 관광수입이 짭짤해지자 곧 정식 관광단지를 만들거라 한다. 강은 그렇게 말없이 넉넉한 품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을 먹여 살려왔고 이제 속살을 헤집는 약탈 앞에서 생명을 다하고 있다.
어머니 강에게, 물결을 스치는 바람에게, 흔들리는 왕버들에게, 깃들어 지저귀는 물새들에게, 햇살을 머금은 자갈들에게, 퐁당퐁당 노니는 물고기들에게, 푸른 그늘을 드리우는 구름에게, 그저, 속삭일 뿐.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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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daum view(블로그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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