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 "통일은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이뤄가는 과정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 "그렇게 해서 통일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김대중 대통령 / "남과 북이 힘을 합치면 10년에서 20년 안에는 되지 않겠습니까"
김정일 국방위원장 / "내가 보기에 40년에서 50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두 정상은 이렇게 생각이 달랐다.
북측의 고려민주연방제 통일방안은 "당장에 통일하자"는 말이었으나, 남측의 생각은 "점진적.단계적" 통일방안이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오랜 대화 끝에 "법적 완전통일에 앞서 '사실상의 통일상황'을 만들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그 뜻은 2항에 기록됐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6.15선언 2항)
"6.15선언 10돌, 참담하기 짝이 없다"
임동원 전 장관 6.15선언 10돌을 맞아 경북대에서 가진 강연에서 10년 전 6.15선언 당시의 일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리고, 당시 남북 두 정상의 굳은 믿음 하나를 덧붙였다. "전쟁통일과 한쪽을 굴복시키는 흡수통일은 안된다. 반드시 평화적 합의에 의한 통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임 전 장관은 "6.15선언 10돌을 맞은 지금, 참담하기 짝이 없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천안함 사태 등으로 남북관계가 군사적 충돌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 대한 개탄이었다.
"북한 굴복.붕괴시키려는 '승패의 게임' 버려야"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통일철학과 대북강경책에 대해 '역주행하는 남북관계'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올바른 통일철학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도 평화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상대방을 굴복시키거나 붕괴시키려는 '승패의 게임'을 추구한다면 평화와 통일은 오히려 더 멀어지고 전쟁의 위험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욕타임즈 보도를 인용해 "이명박 정부의 근시안적인 대북정책으로 북한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 북한 경제가 중국에 끌려들어가고 있는 것은 중국의 전략이라기 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기회를 위기로 만들어버렸다"며 "북한을 굴복, 붕괴시키려는 대북적대정책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회를 위기로 만든 MB...6.15선언에서 해법 찾아야"
임 전 장관의 이날 대구 강연은 6.10항쟁 23주년과 6.15선언 10돌을 맞아 '대구경북목회자 정의평화실천협의회'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6.15남측위대구경북본부',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4.9인혁재단'을 포함한 종교.사회단체와 '한겨레신문대구지사', '평화뉴스' 공동주최로 오후 5시부터 2시간동안 경북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민자통 강창덕 고문과 범민련대경연합 한기명 의장, 경북대 김석진.이정우.김형기.김윤상 교수, 6.2지방선거 유병철(북구).김현철(남구) 기초의원 당선자, 민주당 이승천 대구시당위원장과 민주노동당 이병수 대구시당위원장을 포함해 150여명이 강연을 들었다.
임 전 장관은 6.15선언에 이은 10.4선언의 성과를 소개한 뒤 "이명박 정부는 기회를 위기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하는 한편, 위기의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6.15선언에서 해법을 찾아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특히, '한반도 평화만들기'의 실천 과제로 3가지를 제시했다.
"천안함 사태를 비롯한 서해의 충돌은 '해상경계선'이 없기 때문"이라며 "10.4선언의 합의대로 육지의 비무장지대 같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정해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정전협정을 끝내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라"고 말했다.
다만, 서독.동독 통일 당시 주변 유럽국가와 미국이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을 예로 들며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평화체제가 아니라 반드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실상의 통일상황 구현'을 제시했다. 그는 6.15당시 남북 정상의 대화를 소개하면서 "당장의 통일'이 아니라, 통일을 점진적.단계적으로 이뤄가는 과정으로 보고 '남북연합' 구성을 통한 사실상의 통일상황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의 통일상황'에 대해 "경제협력 활성화를 통한 남북경제공동체를 형성하고 남북이 서로 군비통제로 평화를 담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안함, 4개국 공동조사 받아들여야"
임 전 장관은 최근 '천암함' 사태와 그에 따른 남북긴장관계에 대해 "정전협정 당사자인 남.북.중.미 4개국의 공동조사를 받아들이고, 남북 모두 '자제'하며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고 확전을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기회를 위기로 만들어버렸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위기를 다시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이 7년동안 북한을 옥죄다 마지막에 북미 직접대화를 시도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듯이, 지금 이명박 정부도 갑자기 뒤로 돌아가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 근거로, '비핵화'를 위한 4자 회담 개최 가능성을 비롯한 '외부적 요인'을 꼽았다.
"북한을 적대시하면 우리가 잃어버릴게 더 많다"
임 전 장관은 또, "6.15선언 이전 반세기 남북을 오간 사람이 3천여명이었으나, 6.15이후 노무현 정부 말기까지 44만명이 다녀갔다"고 성과를 소개하는 한편, "국민의 정부 당시 매년 평균 2억달러를 북측에 지원했으나, 이는 서독이 동독에 매년 지원한 32억달러에 비하면 16분의 1에 불과하며, 우리 국민 1명이 4-5천원 제공한 셈"이라며 '대북 퍼주기' 논란을 일축했다.
임 전 장관은 강연 내내 6.15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는 한편, 최근 긴장이 높아지는 남북관계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적대정책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조언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해 일종의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경제규모는 북한의 100배, 국민소득은 거의 50배, 국방비는 10배도 훨씬 넘는다. 그런데 왜 자신감을 갖지 못하나. 자신감을 갖고 북한을 다독거리면서 관리할 생각을 해야 한다. 북한을 적대시 하면 우리가 잃어버릴 게 더 많다"
한편, 참석자들은 임 전 장관의 강연에 앞서 '6.15선언 10돌 기념식'도 가졌다. 6.15선언문을 낭독한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정경호 상임대표는 "선언문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떨려온다"며 "냉전시대로 역행하는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 평화의 시대로 다시 열어가자"고 당부했다.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강연 원고(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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