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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멋·져!
송광익 / "아들내미의 행운에 절반의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보내며..."
2010년 06월 11일 (금) 12:28:10 평화뉴스 pnnews@pn.or.kr

 자식을 키우면서 다시 배운다, 라는 말은 진작부터 들어왔다마는, 비로소 부모 마음을 헤아릴 수 있거나 스스로의 불효나 무심함에 대한 반성이나 경계의 의미쯤으로만 알아왔었다. 너를 처음으로 면회 가던 날, 참 기분 좋은 부끄러움 속에서 다시금 그 경구를 떠올려보았다. 어느새 든든하고도 튼튼한 사내로 자란 네 등짝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말이다.

"군대 생활은 아주 잘하고 있으니 걱정일랑은 하지 마십시오. 제 할 일만 또박또박 하면, 달리 부당한 간섭이나 제재도 없고요, 특히 함께 근무하는 상사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에요. 책임자이신 중령님은 무척 깐깐하게 보이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이시고, 최고참은 인간적으로 저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틈만 나면 저를 챙겨주고 있답니다. 동갑인 바로 위의 고참도 인상이 침울하고 딱딱해서 얼핏 접근하기가 힘들어 보이지만, 먼저 마음을 열고서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건네어 주면 고마워서 쩔쩔매는 모습에서 속이 참 여리고 따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주절주절 늘어놓은 네 이야기들이 처음에는 멀리서 면회를 온 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속 보이는 효성의 발로쯤으로, 귓등으로만 듣고 있었다. 네 엄마랑 함께 돌아서 나오는 길, 예전 힘겨웠던 훈련병 시절에 보내 주었던 편지들이 새삼 줄줄이 떠올려지더구나. 그 속에 담겨진 숱한 동료들의 이야기, 어쩜 하나같이 다들 착하디착한 청년들의 풋풋한 모습들, 그런 좋은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억세게 운이 좋았던 훈련소의 따뜻한 풍경들까지.

"군대에서 배우는 가장 큰 덕목을 꼽으라면 역시 인내, 그 다음이 희생이 아닐까요. 인내는 주어진 군 생활에 대한 객체로서의 나이고, 희생은 그것에 대한 나름의 심적인 혹은 인간적인 저항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같이 살아서 집단생활이 아니라, 조금씩 손해 보며 살기 때문에 집단생활이라 말할 수 있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사는 요즘이랍니다."

얼마 전 보내준 네 편지 속의 한 구절에서, 비로소 그렇게 이어지는 행운의 내력을 짐작할 수 있더구나. 예나 지금이나 뭇 사람들이 꿈꾸고 있는 명당자리의 신기루, 좌우로 청룡과 백호를 거느리고 앞뒤로 물이 흐르고 산이 감싸주는 유토피아. 그런 꿈속의 낙원도 땅을 딛고 함께 살아가는 좋은 이웃만 못한 법이라고. 착한 이웃을 만나고,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고자 용을 쓰고 있는 아비를 단숨에 무너뜨린 아들내미의 행운에 절반의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보낸다.

그렇구나, 좋은 터가 좋은 이웃만 못하고, 좋은 이웃이란 용을 써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들어간다고. 좋은 이웃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과 품어가는 넉넉한 가슴으로 말이다. 인내와 희생이란 마음이 가난한 이에게는 견뎌내야만 하는 굴욕이겠지만, 마음이 부자인 이에게는 여유로운 베풂이 아니겠나 싶구나.

 자식을 키우면서 다시 배운다, 라는 말이 단지 지나온 부끄러움을 깨우치는 것만이 아니라 살아갈 부러움을 미리 챙긴다는 의미임을 알려주어서 고맙구나. 올 초에 범띠 해를 맞이한 네 누나에게 주었던 축복의 다짐을 되풀이 하면서, 아들내미-송에게 아부지-송이 바치는 아부-송을 이만 줄이마. 부디 스스로에게 열심히, 이웃들에 대하여 당당하게 네 멋진 행운을 계속 가꾸어가길 바란다.

"당·신·멋·져!" (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져주며 살자!)
 
   





[주말에세이] 송광익 / 의사. 소아과 전문의
대구시달성군의사회 회장. 대구경북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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