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북을 동아시아 평화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호전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북한 김정일 정권의 도발이 동아시아의 평화정착을 가로막고 있다고 인식한다. 과연 이러한 인식은 진실일까? 최소한 천안함 이후 전개되고 있는 사태를 보면 이러한 인식은 잘못되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외려 천안함 사태 이후 동아시아 평화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MB의 막무가내식 외교이다. 또한 브레이크 없는 대북강경정책이다. MB정부의 근본주의적 대북인식과 미국일변도의 외교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이 해체되지 않고 있는 이 지역에 신냉전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공동성명,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 위배
지난 9일 채택된 안보리의 ‘천안함 의장성명’을 계기로 6자회담으로 전환될 것 같던 동아시아 정세는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9일 서울에서 한.미 양국은 역사상 첫 양국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갖고 ‘6.25 전쟁 발발 60주년 계기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 공동성명’을 채택하였다. 이 성명과 이후 가진 클린턴 국무장관의 기자회견을 살펴 보면 미국은 아직 '출구전략 모색은 시기상조'라는 한국정부의 입장에 대한 명백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또한 금융제재를 비롯한 ‘추가 대북제재’를 강조함으로써 미국이 당분간 대북 압박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붕괴의 환상에 빠진 MB정부를 달래고 또 파병과 FTA에서 챙길 것을 챙기려는 미국정부의 단기이익중심의 외교에 동아시아 정세는 더욱 불안해 진 것이다. 동해상에서의 대규모 합동훈련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반발을 고려하면 당분간 천안함 사태의 출구 모색은 더욱 어려워 진 것 같다. 안보리 의장 성명 이후 제재와 대화의 투트랙중 다소 대화에 무게중심을 실던 미국정부의 방침이 MB정부의 막무가내식 외교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문제는 한미 외교, 국방장관회의 공동성명이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의 방침을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보리 의장성명은 분명히 천안함 공격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았고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고 밝혔다.
또한 ‘안보리는 한국 정전협정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하고,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것을 명시했다. 다시 말해 더 이상의 상황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군사적, 비군사적 조치를 반대하며 6자회담 등 평화적 수단을 통해 한반도의 현안을 해결하라고 권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안보리 의장성명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의 공격을 규탄하는 2010년 7월 9일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S/PRST/2010/13)을 환영한다고 발표하였고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한 추가적인 공격이나 적대행위를 삼갈 것을 촉구한다는 대북위협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안보리 의장성명을 위배하는 행위이며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행위이다.
한.미, 대북 위협과 압박 중단해야
MB정부는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에 대한 대북심리전을 확성기를 설치하였으나 중국과 미국의 만류로 실제 방송을 실시하지는 못하였다. 서해상에서 실시하고자 했던 미국의 핵항공모함이 참여하는 대규모 한미 합동훈련도 규모가 축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정부는 기어코 미국을 설득하여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경제적 제재 조치를 취하게 하였다.
이와 달리 북은 중국과 함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환경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직후인 9일 내놓은 성명에서 천안함 사건을 신속하게 매듭짓고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한 데 이어 지난 13일 친강 외교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거듭 요구했으며 북한 역시 지난 10일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평등한 6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여전히 선 천안함 문제해결의 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6자회담 재개 전 선사과와 비핵화 의지 표명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 역시 6자회담 재개에 신중한 입장이다. 북미간의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가 풀릴 것 같지도 않다. 미국이 분명하게 대북정책을 세우고 있지 않는 상황에 MB정부의 발목잡기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얼마전 북한의 초청을 받았던 빌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지사의 방북이 MB정부의 반대에 의해 무산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동아시아 평화의 걸림돌이 누구인지 명백해지지 않는가? MB정부는 강변할 것이다. 천안함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사과 없이 어떻게 북과 대화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천안함 사고의 진실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합동조사단이 제시한 결정적 증거는 북한어뢰설을 전혀 입증하고 있지 못하다 있지 못하다.
MB정부가 진정 천안함 사고가 북한어뢰에 의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고 이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제시할 자신이 있으면 미국과 중국, 북한과 한국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거부할 필요가 없다. 북한에 대한 사과요구는 북한도 부인할 수 없고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완전히 인증할 수 있는 증거를 들이대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현재와 같이 북한에 대한 위협과 봉쇄 압박을 지속하는 것은 민족의 생명과 한반도의 평화야 어찌되든지간에 정권의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악마적 유혹에 MB정부가 빠져들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에 다름아닐 것이다.
동아시아에 밀려오는 신냉전의 그림자
MB정부의 무모한 대결중심의 대북정책과 미국 발목잡기의 진정한 위험성은 단기적인 한반도 긴장고조 뿐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에 신냉전을 몰고 오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사적 냉전해체의 흐름속에서도 불균형 해체로 인해 냉전이 지속되고 있던 동아시아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지난 10년간 서서히 냉전이 해체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등장 이후 동아시아가 다시 과거와 같이 한미일 대 북중러의 3:3 대결구도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더니 천안함 사태이후 이러한 현상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남한 정부의 잘못된 역할로 인해 동아시아 냉전해체가 더욱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MB정부가 만일 지금과 같은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을 지속한다면 남북관계의 파탄은 물론이고 동아시아 평화의 걸림돌, 세계평화의 방해자이자 신냉전을 몰고온 정부로 기록될 수도 있다.
역사의 평가는 냉엄하다. 평화의 촉진자로 기록될 것인지 무덤속으로 들어가고 있던 냉전의 호명자로 기록될 것인지 MB정부는 결단해야 할 것이다.
[평화와 통일]
김두현 / 평화뉴스 객원기자.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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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 "대북 압박.봉쇄...MB, 냉전의 호명자로 기록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