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1시간 노동에 최저임금도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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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노동실태 조사 / 주40시간 무의미..다쳐도 '산재'는 17% 뿐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1시간을 일하면서도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 달에 하루도 쉬지 못하거나 다쳐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비롯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심각한 위험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노동실태는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연대회의>가 지난 4월 한달동안 대구지역 이주노동자 322명을 조사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대구지역연대회의는 <민주노총대구본부>과 <민중행동>을 비롯한 14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단체는 '1대1 면접방식'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대구연대회의는 "전국적으로 고용허가제로 등록된 노동자들의 실태는 조사됐지만, 미등록을 포함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실태에 대해 조사된 내용은 없다"고 이번 조사에 의미를 뒀다.

자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연대회의>
자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연대회의>

먼저,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1.5시간을 일하지만,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이주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한달 297시간으로, 주6일 근무를 기준으로 봤을 때 하루 평균 11.5시간에 해당한다. 이는, 한국인의 제조업 한달평균 노동시간(189시간)과 비교해 108시간이나 많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시급은 3,900원으로 올 법정 최저시급인 4,110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으며, 조사대상 이주노동자의 57.3%가 "최저임금 미만"이라고 답했다. 또, 조사 대상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총액은 127만원으로 한국 제조업 월 임금총액(216만원)의 58.8% 수준에 그쳤다. 한국인과 비교해, 한달 평균 100시간가량을 더 일하고 임금은 절반 수준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 마저도 2명 중 1명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구연대회의는 "이주노동자들은 시급보다 '포괄임금제'를 많이 적용받고 있는데,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수당' 역시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자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연대회의>
자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연대회의>

휴게시간이나 휴일, 산업재해를 비롯한 근로조건 역시 매우 열악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4시간에 30분, 8시간 노동에 1시간이상 휴게시간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밥 먹고 바로 일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21%나 됐다. "50분 쉰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쉬는 날'은 한달 평균 2.88일로 나타났는데, "한 달에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17.4%나 됐다. 이들에게 '주40시간'은 그야말로 남의 얘기일 뿐이다.

자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연대회의>
자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연대회의>

또, 산업재해 위험도 컸다. 응답자의 67%가 "위험하다고 생각한 적 있다"고 답했고, 52%는 "다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쳤음에도 산업재해 처리를 하지 않아 본인이 직접 병원에 가서 치료했다는 응답자가 절반에 가까운 47.4%나 됐다. '건강검진'은 74%가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말 그대로 '3D업종'에 산재.건강 위험에 놓인 셈이다.

자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연대회의>
자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연대회의>

이번 조사 대상자의 82.9%는 "이직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직' 이유로는 "월급이 적어요"가 21.2%로 가장 많았고, "일이 힘들어요"와 "월급을 안줘요"가 각각 13%로 나타났다. 그러나, 등록노동자의 '이직'은 28%에 그쳐, 미등록노동자(71.7%)보다 크게 낮았다.

자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연대회의>
자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지역연대회의>

대구연대회의는 "고용허가제는 '사업장이동'을 제한하고 있다"며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장 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근로조건에 문제가 있어도 등록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비율이 낮다"고 밝혔다. 반면,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이 자유롭게 때문에 이동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업장 이동의 제한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연대회의는 이같은 조사결과 발표와 함께, 고용허가제 시행 6년을 맞아 8월 22일 오후 대구2.28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용허가제 폐지"와 " G20정상회의를 빌미로 한 이주노동자 강제단속.추방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문제로 '사업장 이동의 제한'을 꼽고, "사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을 옮기지도 못한 채 임금체불과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완전한 노동3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노동허가제'를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대구지역의 외국인은 (2009년 대구시 거주현황통계 기준) 19,406명이며, 이들 가운데 고용허가제로 등록돼 있는 노동자는 15,313명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정확한 통계가 없으나, 대구연대회의는 "1만명으로 추정"했다. 이번 조사대상의 '체류자격'은 등록된 이주노동자 105명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170명, 그리고 체류자격을 밝히지 않은 '무응답' 47명을 포함한 322명이다. 전국의 외국인 총 체류자는 118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고용허가제로 등록된 노동자 57만3천여명, 미등록 17만8천여명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외국인 전체 체류자의 15.1%를 차지하고 있다.(2010년 1/4분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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