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왜 왔어?"...성.인종 차별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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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결혼이주민.이주노동자 "반말.무시.폭행...고용허가제는 노예제도"


"한국에 왜 왔어? 몇 살이냐? 베트남에는 자동차가 있냐? 한국에 오니까 좋지?"

2006년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민 '팜 티 검장'씨는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같은 질문을 한다"며 "왜 꼭 그런 말을 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정기적금을 들고 싶다고 하니 은행직원이 '한국에 오래 살야 돼요'라고 하더라"며 "내가 한국에 오래 살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일상의 속상한 경험을 털어놨다.

태국에서 온 결혼이주민 '니감시리 스리준'씨도  "한국이 좋아요?, 한국에 왜 왔어? 이런 질문을 들으면 마치 태국이 안 좋아서 한국에 온 사람 같아 정말 기분이 나쁘다"며 "내가 왜 왔는지, 그것이 왜 궁금한지 내가 궁금하다"고 했다.

<한국사회 성.인종차별문제 토론회>(2010.10.15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교육실)...태국에서 온 결혼이주민 '니감시리 스리준'씨(맨 오른쪽)가 한국 가정의 '남녀불평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박신규 경북대 교수, 팜티검장(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다문화강사)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한국사회 성.인종차별문제 토론회>(2010.10.15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교육실)...태국에서 온 결혼이주민 '니감시리 스리준'씨(맨 오른쪽)가 한국 가정의 '남녀불평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박신규 경북대 교수, 팜티검장(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다문화강사)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이들을  비롯해 낯선 땅으로 온 결혼이주자와 이주노동자, 유학생들이 한국사회에서 겪는 '성.인종 차별' 문제에 대한 토론회가 "한국사회 성.인종차별을 고발한다"는 주제로 15일 오후 대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교육실(중구 동인동)에서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주관으로 열렸다. 토론자들은 자신이 겪은 일들을 털어놓으며 '한국사회의 성.인종차별'을 지적했다. '반말'이나 무시하는 말투, 가정의 남녀불평등,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차별 문제가 쏟아졌다.

'팜 티 검장'씨는 "어떤 아주머니가 너희 나라에는 돼지고기가 있느냐는 이상한 질문을 했다"며 "막연하게 가난하나 나라에서 왔겠거니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니감시리 스리준'씨도  "태국 집에 TV가 있는 지, 가스렌지가 있는지를 묻더라"며 비슷한 경험을 소개했다. 또, 친구의 사례를 소개하며 "공원에서 아이와 놀고 있는데 다른 엄마가 외국인이라고 떼어놓았다"면서 "검은 피부여서 사람들이 가까이 하지 않을려고 해 무척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특히, '니감시리 스리준'씨는 한국 가정의 '남녀불평등'애 대해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이런 말에 너무 놀랐다"며 "남녀 차별이 너무 심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나는 밥 차리고 청소하는데 남편은 편안히 TV 보고 누워있다"며 "이해할 수 없는 한국 문화"라고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구이주민여성인권센터 회원을 비롯해 20명가량 참석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이날 토론회에는 대구이주민여성인권센터 회원을 비롯해 20명가량 참석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성서공단노동조합 임복남 이주사업부장은 "욕설은 기본이고 하나 같이 폭행을 당한 경험을 이야기 한다"며 이주노동자들의 힘겨운 생활을 전했다.  또,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동의가 없으면 사업장을 옮기지도 못하고, 사업장을 그만두더라도 3개월 이내에 다른 사업장에 취업을 하지 못하면 미등록 체류자가  되거나 출을 해야 한다"며  "고용허가제는 여전히 노예제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있다"며 "한국 땅에 약 17만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있지만 이들은 존재 자체로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임 부장은 "외국인노동자라는 말에는 이미 '외국인'이라는 차별적 의미가 담겨있다"며 "외국인노동자가 아니라 이주노동자,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미등록 이주노동자'라고 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법대에 다니는 김진섭씨는 "넌 어디서 왔냐?, 너네 나라 왜 그래? 이런 식으로 '유학생'과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흔히 반말을 하거나 무시하는 말투가 많다"며 "혈통이라는 덫에 갇혀 타 민족을 존중하지 않고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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