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27세 전후)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수여(9.27)하자 국내 언론은 '3대 세습 본격화'(한겨레), '3대 세습 공식화'(조선.영남일보)라며 9월 29일자 신문에 크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사실상 '왕조'로"(5면), 조선일보는 "패밀리 권력"(3면), 영남일보는 "어린 세자"(4면)라는 표현으로 '3대 세습'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앞서, 북한은 27일 김정은(27)에게 '대장' 칭호를 수여한데 이어, 28일 제3차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김정은을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출했다. '본격화'든 '공식화'든, 북한의 '3대 세습' 흐름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3대 세습'. 대북지원.교류와 평화.통일운동을 펴고 있는 진보진영의 생각은 어떨까?
29일, 대구지역 7개 단체 대표와 실무자에게 물었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김두현 사무처장,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대표,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백창욱 대표,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본부> 한재흥 대구경북지부장(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6.15실천 대경본부> 배용한 공동대표, <북한이주민지원센터> 허영철 소장, 그리고 정당 가운데 '대북교류'를 가장 주장하는 <민주노동당> 이병수 대구시당위원장. 이들 모두 '단체 입장'이 아닌 '개인적 생각'을 전제로 대답했다.
이들 역시 '3대 세습'에 대해 "체제 의미 상실"(김두현), "비통한 현실, 뒤떨어진 형태"(백창욱), "좀 지나치다"(한재흥), "문제 있다"(이병수)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허영철 소장은 "매우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굉장히 큰 혼란과 격렬한 권력투쟁이 올 것"이라는 새터민(탈북자)들의 생각을 전했다. 반면, 백현국 대표는 "구태여 3대 세습이라고 규정지을 필요는 없다"고, 배용한 대표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북의 특수성과 상황을 전제로 "우리식 잣대로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백창욱.한재흥), "우리 관점에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배용한)는 지적과 함께, "남측이 이를 대북강경책의 빌미로 삼아서는 안된다"(백현국), "남북 간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만큼 대북교류가 영향을 받는 건 옳지 않다"(한재흥), "대북지원.교류는 계속 돼야한다"(김두현)는 입장도 보였다.
또, 이같은 '3대 세습'의 이유를 "체제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백창욱), "체제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이병수), "조직 안정을 위한 포석 중 하나"(백현국)로 분석하는 한편, "그 쪽 상황이니까 존중하는 게 맞지 않은가"(한재흥), "우리가 굳이 논쟁할 필요는 없다"(김두현)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백창욱.백현국 대표는 "남측의 재벌세습"을 예로 들며 "각자의 체제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백현국), "북을 비판할 정당성은 없지 않나"(백창욱)라고 지적했고, 배용한 대표는 "우리 과거를 돌아보면 박정희 유신시대는 지금과 완연히 다른 선출과정도 있지 않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의 '3대 세습'과 관련한 이들 7명의 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상식적으로 생각할 문제다.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이 말하는 사회주의, 대안적 체제의 의미를 상실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민주주의와 진보를 추구하던 사람들의 보편적 가치로 봤을 때, 북의 역사와 특수성을 인정하는 문제와 그 사회가 추구할, 지향할 가치가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굳이 이런 문제를 논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분명한 것은, 분단으로 인해 남과 북 둘 다 기형적 사회로 갔고, 북쪽을 질곡시키고 있다는 게 (3대 세습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리고, 북의 체제가 어떻게 가든지 우리는 보편적 이해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북한 주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체제, 우리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 국가관계를 푸는 게 중요하다. 남쪽 사회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북지원과 남북교류는 계속 돼야 한다. 북의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기는 어렵다"
백창욱 / <대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표
"일단 전 근대적인 그런 권력구조 형태 끌고간다는 것은 세게인의 인식에서 봤을 때 한참 뒤떨어진 형태다. 북한 주민의 생활의 질의 문제가 아닌 권력을 위한 권력세습은 비통한 현실이다. 다만, 간과해서는 안될 게 북한의 특수성이다. 우리식의 잣대로 북한의 권력세습 비판하는 것은 옳은 평가가 아니다. 왜냐하면 성만 다를 뿐이지 남측도 권력의 세습구조 아닌가. 단적으로 재벌은 공공연히 세습하고 있다. 또, 친미.반공의 사상적기조를 가진 기득권의 유지는 세습 이상으로 견고하다. 북을 비판할 정당성은 없지 않나. 북의 '3대 세습'은 체제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여진다. 남한사회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다. 북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예단하고 이 것을 빌미로 강경몰이로 나간다면 더 큰 과오를 범할 것이다. 더 개방과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백현국 / <대구경북진보연대> 대표
"지금 입장에서 김정은의 부각을 구태여 남쪽에서 3대 세습으로 확정지을만한 이유가 있느냐. 내부적인 체제 특성도 있을 것인데, 굳이 3대 세습으로 규정지을 필요가 없다. 북 조직 내부 안정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북측 안정을 모색하는 방식 중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대북 긴장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북 인민들의 구심적 역할을 안정적으로 노력하는 방식이 아니겠는가. 세습이 이뤄질 지 안 이뤄질 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북측은 사회주의 국가고, 남측은 자본주의 국가다. 각자의 체제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그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지, 이걸 대북 비난의 빌미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3대 세습을 비판하면) 자본주의 남한에서 자본의 세습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받아야 된다"
한재흥 /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본부> 대구경북지부장.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
"북측 상황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논평하기 어렵다. 다 예상했던 건데 뭐라 할 건 아닌 것 같다. 좀 지나치다는 생각은 있는데 그쪽 상황이니가 존중하는게 맞지 않는가. 우리 잣대로 할 건 아니다. 그쪽도 대중이 있고 조직이 있는건데...굳이 평가하면 조금 지나치다. 그리고, 그 것과 상관없이 대북교류와 통일운동은 계속 지속해야 한다.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됐다고 북쪽에서 심하게 딴지 걸지는 않았지 않은가. 남북 간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북을 이유로 대북교류에 영향을 받는 건 옳지 않다"
배용한 / <6.15실천 대경본부> 공동대표
"우리로서는 잘 알 수 없다고 본다. 남쪽의 언론 내용이 너무 우리 입장에서 바로보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도 된다. 우리가 보건대는 맞지 않는 것 같고 우리 눈에는 선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쪽에는 그쪽 나름대로 사회적인 체계가 있고 그동안 논의를 거쳐 결론을 가져왔다고 본다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쪽 결정은 결정대로 존중해야 되지 않겠나. 섣불리 비난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앞을 내다보더라도 같이 화합을 해나가고 수용해야 하는데, 우리 관점에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개인적인 정서도 크게 거부 반응을 보이지는 않다. 그렇지도 않겠나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 우리는 우리대로 선거제도를 거쳐왔는데, 우리 과거를 돌아보면 박정희 유신시대는 지금과 완연히 다른 선출과정도 있지 않았나"
허영철 / <북한이주민지원센터> 소장
"그렇잖아도 새터민들에게 물어봤다. 새터민들은 3대 세습이 안될 거라고 봤다고 한다. 현재는 공동정권인데, 세습이라고 본다면 매우 안타깝고 매우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김정일 때와 달리 굉장히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대부분 얘기한다. 격렬한 투쟁이 벌어질 것 같다고 하기도 한다. 새터민들은 김 주석은 좋아하는데 김정일이 잡고 불안해졌다고 생각한다. (3대 세습으로) 대북 이미지가 더 안좋아진다. 고향이 잘돼야 호감이 커지는데, 새터민들 입장에서는 더 안타까운 문제다. 진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병수 / <민주노동당> 대구시당위원장
"북한 내부적으로 안정적인 권력승계를,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으니까. 한 측면에서는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적으로 권력을 창출하고 그렇게 해야 되는데...좀 더 지켜봐야겠다. 미국과 대치하며 불안정성이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적으로 권력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왜 구축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문제 의식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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