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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뮤지컬' 집중홍보...다른 문화뉴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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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TBC 뮤지컬 잇따라 주최...문화 역소외 부를 수도


대구는 문화도시다. 한산한 포구에 철공장이 들어서면서 만들어지다시피 한 ‘철강 도시’ 포항, 낙동강 물을 공업용수로 이용하려고 강변에 공단을 만들면서 농촌 소읍이 변모한 ‘공단도시’ 구미 같은 도시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전통적으로 대구는 문화도시다. 해방 전부터 방송을 시작한 KBS대구, 1963년 대구MBC 개국, 1995년 TBC 개국으로 방송국이 집중돼 있고 그 비중이 경상북도 여타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 누가 뭐래도 대구는 문화도시다. 방송국이 밀집해 있다는 것은 문화도시임을 말해주는 확실한 지표가 된다. 그런데 과연 대구의 공중파 방송 채널들은 대구․경북 시청자들에게 문화도시 대구에 걸맞은 ‘문화’를 공급해주고 있는가? 문화의 공급자로서 균형을 잡고 있는가?

'뮤지컬 도시' 목표 일단 달성

가장 늦게 개국한 TBC는 개국 10주년을 맞아 지난 2005년 1월 주최한 뮤지컬 ‘맘마미야’ 공연으로 대구 시민을 들뜨게 했다. 대구MBC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캣츠, 시카고 등 뮤지컬을 대구 무대에 끌어 들였다. 그런 뮤지컬을 즐길 수 있었던 관객들은 객석에서 느낀 출렁이는 감정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 여세를 몰아 관련 흥행 기업, 뮤지컬 관계자들은 대구를 뮤지컬 도시로 만들려 시도했고 그 목표는 국제뮤지컬페스티벌 행사로 일단은 관철한 듯하다.

TBC 주최 '맘마미아' 공연 홍보물
TBC 주최 '맘마미아' 공연 홍보물

그런 분위기 속에서 대구MBC가 이번에 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주최했다. 이 뮤지컬은 지난 21일부터 계명아트센터에서 막이 올랐고 내년 지난 1월2일까지 무려 두 달 이상에 걸쳐 공연된다. 엄청난 장기 공연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맘마이야 신드롬’을 일으킨 TBC도 오는 12월 10일부터 2011년 1월 2일까지 ‘맘마미야’를 다시 공연한다고 예고하고 있다. 대구MBC와 TBC가 주최하는 덕에 대구․경북 시청자들은 12월 10일부터는 ‘대작’ 뮤지컬을 선택해서 즐길 수 있게 됐다.


'홍보'가 뉴스 '압도'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그 하나는 홍보와 관련한 문제다. 2005년 ‘맘마미야’ 공연 때 TBC는 뉴스, 아침 시간대 고정 대담 프로그램, 또는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맘마미야’를 시청자들에게 수시로 알렸다. 그것이 효과를 봤기 때문인지 ‘맘마미야’는 연장 공연을 할 만큼 대성황을 이루었다. 뮤지컬 ‘캣츠’ ‘시카고’를 주최한 대구MBC도 이런 홍보 방식을 채택했다. 주최 측이 방송사이고 보면 방송을 통해서 홍보를 하는 게 가장 손쉽고 효과적일 것은 분명하다. 다른 프로그램에서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러면 뉴스는 ‘뉴스’로 치장한 홍보가 될 수밖에 없다.

공연 한 달 반 앞서 뉴스로 '소개'

대구MBC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개막 공연되기까지 보도한 뉴스를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9월 6일 ‘뮤지컬 신기록’(뉴스데스크)
△10월 15일 ‘프리뷰 공연’(뉴스데스크)
△10월  21일 ‘오페라의 유령’(뉴스투데이)
△10월  21일 ‘그랜드 오픈’(뉴스데스크)

'최상급 단어' 나열

이 보도에서 시청자들에게 강조한 내용을 보면 ‘뮤지컬 역사상 최고의 작품’ ‘뮤지컬 시장의 최대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 ‘뮤지컬 역사상 최고의 작품’ ‘무대예술의 극치’ ‘제작비 70억’…. ‘최대’ ‘최고’ ‘극치’ 등 ‘최상급’ 단어를 쏟아 부었다. 특정 지역의 예매가 몇%에 이른다는 대목에 이르면 다분히 표 예매를 부추긴다는 인상마저 준다. 또 방송사가 ‘주최’한다는데 구체적으로 공연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시청자들은 알기 어렵다.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MBC 주최 '오페라의 유령' 공연 홍보물
대구MBC 주최 '오페라의 유령' 공연 홍보물

그런데 일반 문화 관련 뉴스에서 과연 이런 ‘최상급’ 단어들을 대구MBC가 사용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랬다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 ‘공평’하기 때문이다. 자사가 주최하는 흥행 대작 뮤지컬 공연 한 달 반이나 앞서 공연 작품의 줄거리, 특징 등을 소개하는 영상물을 ‘뉴스’라는 이름으로 방송하고 그 기조를 공연 당일까지 이어간다면 그것을 과연 균형 잡힌 뉴스라고 할 수 있을까?

일반 문화뉴스와 같은 시각 보도를

둘째는, 그런 흥행물 홍보에 국민의 전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앞에서는 대구MBC의 기자보도사례만 제시했지만 메인뉴스 직후를 비롯, 잇따라 홍보 영상을 띄우고 있다. ‘맘마미야’ 공연을 앞둔 TBC도 벌써 홍보 영상물을 화면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들 방송사가 홍보하는 뮤지컬은 결국 공연‘상품’이다. 그런데도 뉴스에는 상품성과 연관되는 영상과 멘트가 넘치고 있다. 뉴스로 다루려면 ‘오페라의 유령’이든 ‘맘마미야’이든 일반 문화 뉴스와 같은 시각(뉴스밸류)으로 다뤄야 하지 않을까?

구매력 없는 장르․계층 소외

셋째는 뉴스로 다룬 뮤지컬은 값 비싼 공연상품이다.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관련 뉴스에서 입장권 예매율은 강조했지만 입장권 금액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은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이 뉴스는 대개 입장권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계층을 겨냥한다. 자연스레 국민의 전파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에 편중적으로 제공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공연 기록을 보면 뮤지컬은 여유 있는 중년층(이른바 ‘4050컬처족’)이 찾았다. 당연히 뮤지컬 관련 뉴스는 뮤지컬 자체만큼이나 ‘뜨거웠다.’ 입장권을 살 수 있는 계층이 문화향유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면 입장권을 살 수 없는 계층, ‘4050’이 아닌 연령층도 방송 때문에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도 전파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주최 방송사가 뮤지컬 관련 뉴스를 예상 관객을 향해 방송하면서 다른 공연 예술에는 그만큼의 배려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다른 공연 예술은 역 소외를 당하지 않을 수 없다. 뮤지컬 열기가 뜨거우면 다른 공연 예술은 그만큼 냉방 신세가 될 공산이 크다.

'흥행대작'으로 관객 몰이

근래 대구 공중파 텔레비전 3사가 메인뉴스에서 내보낸 기자 보도 문화뉴스는 해당 뮤지컬 관련 집중 뉴스를 제외하면 TBC가 지난 8월 14일 방송한 ‘대구영화제 성황’, 대구 MBC의 ‘‘대구아리랑’ 발견’ 정도였다. 방송 때문에 시청자들이 문화를 편식하게 된다거나 방송사가 특정 공연 예술에 전파를 집중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공연 예술이 소외당한다면 ‘철강도시’ ‘공단도시’처럼 단시일에 ‘뮤지컬도시’는 가능할지 몰라도 ‘균형 잡힌 문화도시 대구’는 신기루가 될지 모른다. 대구MBC․TBC가 왜 유독 뮤지컬에 매달리는지?

방송, 소리 없는 함성에 귀 기울여야

오는 12월 10일부터는 대구MBC․TBC가 뮤지컬이란 동일 ‘상품’을 놓고 동종 업체 간에 뜨거운 한 판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두 방송사는 보여주려는 ‘흥행 의욕’만큼 ‘입장권’이나 ‘공연상품성’으로는 말할 형편이 못되는 시청자/공연 예술 분야의 소리 없는 함성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방송 문화 도시 위상에 걸맞게 방송주권을 가진 시청자-국민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면서….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05]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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