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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바기'의 죽음...무엇이 뉴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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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진료 사각지대', '검역 구멍' / TBC '지명수배 유출 논란'


‘네 살 바기 죽음’ 작은 것 크게 보기 보도 주목

‘응급 의료 사각 지대’, ‘지명수배 유출 논란’, ‘‘베낀 제안서’ 확인’, ‘전문대 ‘학력 U-턴’ 주춤’, (구제역)'확산방지 살처분 주력’…지난 2주간의 대구지역 공중파 TV 방송의 주요 뉴스들. ‘위키리크스 폭로’, ‘한미 FTA’, ‘연평도 포격’…같이 전국을 뒤흔든 뉴스 폭탄과 함께 대구.경북 시청자들에게 ‘주요 뉴스’로 쏟아졌다. 그런데 여기서 공통적인 점-어째서 그게 뉴스였고, 우리 농민, 대구시민, 우리 국민은 왜 몰랐는가 하는 것이다. 당연히 추가될 의문점들-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모르고 있는 뉴스는 또 무엇인가? 그리고 이런 게 뉴스가 되는 함수는 뭔가? 왜곡했고, 은폐했고, 무시했기 때문은 아닌가? 그래서 죽어나고 손해 보는 것은 우리 농민, 대구.경북 시청자(시.도민), 우리 국민이다.

‘살처분’ 9만 마리…구제역  보도 폭주

지난달 11월 30일부터 대구지역 공중파TV 뉴스는 일제히 안동지역 한우 구제역 살처분 뉴스를 전했다. 구제역 방역에 당국이 ‘최대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는데 구제역은 방역망을 뚫고 예천 지역으로 확산돼 이제 매몰 한우 규모는 무려 9만 마리에 달한다. 관련 뉴스가 하도 많아서 대구MBC 메인뉴스(뉴스데스크)만 보더라도 11월 30일 ‘확산방지 살처분 주력’을 시작으로 12월 5일은 휴일인데도 ‘구제역 예천도 발병’, ‘해외방문 검역 ‘구멍’’, ‘어떻게 전파되나’ 세 꼭지에 이를 만큼 폭주 상태. 그만큼 한우 농민은 속이 타들어간다.

농민 탓? 제도 미비 탓

소.돼지.닭.오리 등 가축 농가는 자식 키우듯 가축을 키운다. 그런데 구제역 같은 바이러스가 한 번 떴다 하면 산채로, 통째로 묻어야 한다. 반 토막 보상이라서 ‘살처분’ 당한 농가는 특단의 지원이 없는 한 사실상 재기가 어렵다. 한우들이 모두 살처분 당해 텅 빈 축사는 무너지는 농민, 아니 공허한 농정을 말해준다. 그런데 구제역 같은 살처분 사태가 어제 오늘 일인가? 농업인 피해, 농촌경제 피해, 그에 자동으로 연계되는 도시 소비자 피해…몇 겹의 피해가 잇따르는데도 뉴스 보도는 현상을 맴돌고 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도 경상북도 농정 당국자, 한우협회 측의 대책은 안이하기가 짝이 없었다. 경상북도의 농정 고위실무자는 구제역 발병지인 해외 특정 국가 방문객이 농민인지, 일반인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앞으로’ 법과 기준의 보완을 통해 농민들이 출입국 시에 철저히 소독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고, 한우협회 관계자는 농장주들이 해외에 갔다 오면 공항 방역시설에 들러 ‘스스로 소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한가한 말만 되풀이했다(대구MBC 12월 5일 해외방문 검역 '구멍')

대구MBC 12월 5일 뉴스데스크 <해외방문 검역 '구멍'>
대구MBC 12월 5일 뉴스데스크 <해외방문 검역 '구멍'>


재난 쳇바퀴 도는데 보도는 현상만 다뤄


구제역으로 한우를 매몰해야 하는 농민들에겐 이보다 더 큰 재난은 없다. 그런데도 이런 재난은 되풀이 돼 왔다. 뉴스 보도 속의 관계 당국과 관련 협회 관계자처럼 강 건너 불 보듯, 책임 전가 식의 한가한 대응이 되풀이되는 한 농심이 내려앉는 구제역 같은 사태가 근절된다는 것은 그저 막연한 희망으로 메아리치고 말 것 같다. 농촌의 일각이 내려앉는 재난의 쳇바퀴는 돌고 있는데 언론(방송)은 현상을 전하는 것으로 보도의 책임을 다 한 걸까?

경찰이 ‘민간인에 수배자명단.수갑 제공’ 폭로 ‘주목’

지난달 11월 26일 TBC 메인뉴스는 ‘경찰관이 지명 수배자 수천 명의 개인정보를 민간인에게 유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는 사실을 전했다(프라임뉴스 ‘지명수배 유출 논란’). 보도에 따르면 이 모 씨(37)는 대구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 간부와 형사로부터 인적 사항은 물론 죄명과 공소시효 그리고 수배 등급 등 범죄 내용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는 지명수배자 명단과 함께 수갑까지 건네받고 범죄자 체포활동을 별인 사실을 폭로했다는 것. 지난 2004년부터 세 차례 경찰관이 건넸다는 자료는 모두 4권. 2천여 명의 지명 수배 정보가 담겨져 있다. 이 씨는 이 명단을 이용해 지금까지 범인 30여명을 검거하는 것을 도왔고 포상금으로 2백만 원 가량을 받았다고 털어놨다는 것.

TBC 11월 26일 프라임뉴스 <지명수배 유출 논란>
TBC 11월 26일 프라임뉴스 <지명수배 유출 논란>

‘공권력 대행 민간인’이 부를 ‘불신사회’ 외면

이 보도는 특별 포상이 따르는 경찰의 지명수배자 검거 관행 상 문제점을 다뤘다. 어처구니없는 현실이지만 폭로자에 따르면 그는 2년 동안 버젓이 경찰보조원 노릇을 돈을 받고 했다. 이 보도는 보도 내용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공권력이 민간인에게 맡겨졌을 때 그에 따르는 문제점은 이 보도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가까이 하기를 꺼려지는 경찰관의 직무를 한 개인이 했다고 해도 아마 그를 아는 지인들은 그를 특별한 존재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정말 만에 하나 특별한 배경이 있는 단체가 그 행위를 대행한다면?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국민은 경찰 외에 두려워해야 할 또 다른 ‘기관’을 일상생활에서 느끼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이날 보도는 폭로 사실이 경찰-특정 개인의 불법관계를 넘어 불신사회의 고리가 될 수 있는 점을 심층적으로 다뤄야 했지 않았을까?

학력 U-턴 ‘거품’ 보도

‘전문대 ‘학력 U-턴’ 주춤’을 다룬 TBC의 지난달 11월 26일 아침뉴스는 취업 난을 돌파하려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다시 특정 자격이나 기능을 얻기 위해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이른바 ‘학력 U-턴’의 거품을 다룬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취업난 앞에서는 4년제 대학 졸업장이란 간판도 별무소용이었고 그래서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학을 찾는 용기를 발휘해야 했을 것이다. 간판보다 실속을 찾는 용기는 취업난 터널을 통과해야 화는 청년들에겐 바람직한 미덕이다.

이날 보도는 ‘학력 U-턴’은 2000년 초반 시작돼 지난해 정점을 맞았고 올해  수시부터 기세가 꺾여 내리막길이라는 사실을 각 전문대학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실을 정리해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기자는 전문대 취업유망학과에 대한 그동안의 ‘버블이 꺼지고’ 대학과 전문대 간 ‘역할구분’이 자리를 잡아간 데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버블’ 실상 분석? 전망 없어

그런데 이날 보도는 ‘학력 U-턴’을 하도록 수많은 청년들에게 용기를 내게 한  ‘전문대 취업유망학과에 대한 그동안의 버블’이 무엇인지, ‘버블’이란 말로 우회 표현한 ‘취업무망’의 실상은 어떤 것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학력 U-턴’을 하게 할 만 한 홍보거리(작은 사실)를 대학 홍보에 활용한 것까지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같은 사실을 확인 후 보도해야 할 언론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희망을 바라보고 용기를 냈던 청년들이 ‘희망이 환상’인 현실 앞에서 또 다시 좌절해야 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건가? 전문대학 홍보전략을 언론보도가 간파하지 못했다면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거품이 꺼지는 전문대학 ‘학력 U-턴’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전망은 보도해야 하지 않을까?

‘휴일…진료 사각지대’ 보도

대구MBC 12월 2일 뉴스데스크 <휴일...진료 사각지대>
대구MBC 12월 2일 뉴스데스크 <휴일...진료 사각지대>

심한 복통 증세를 보인 네 살 바기 어린아이가 대학병원 응급실과 종합병원을 전전했으나 치료를 거부당해 구미까지 가야하는 등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끝내 숨졌다는 ‘휴일…진료 사각지대’ 보도(대구MBC 11월 29일 뉴스데스크)는 이 어린 아이를 비극으로 내몬 대구의 응급의료체계, 대구시의 의료정책에 대해 12월 2일까지 매일 메인뉴스에서 다뤄 파장을 일으켰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건’으로 시각 확대

네 살 바기 조 모 어린이의 죽음은 낱낱의 사건이어서 작게 보일 수 있는 의료사망사건이었지만 대구MBC는 현재 대구의 이런 응급 의료 체계에서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건으로 크게 보았다. 그에 따라 심층보도를 잇따라 내 보내 대구의 현행 응급 의료 체계의 현실과 문제점을 환기하고 나아가 ‘메디 시티’란 거창한 구호를 입에 달고 다니다시피 해온 대구시와 대구의료계의 ‘구호의 허상’을 들춰 기존의 태도를 바꾸고 새로운 자화상을 그리도록 촉구했다.

대구MBC의 ‘휴일…진료 사각지대’와 이를 계기로 세 차례 심층 보도를 이어간 보도 자세는 네 살 바기 어린아이가 사망한 비극 속에서 대구시민의 비극 가능성이 이미 잉태돼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그것을 공론장에 올림으로써 바람직한 보도 자세의 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거대 종교 눈치 보며 쟁점 ‘피해가기’

그러나 문제는 여전하다.
지난 1일 KBS대구.대구MBC.TBC는 일제히 ‘대구 불교총연합회 창립’ 소식을 전했다. 비록 단신이지만 대구의 공중파TV가 모두 메인뉴스에서 다룬 것은 그만큼 무시할 수 없는 뉴스밸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대구.경북 불교계가 총연합회를 창립한 목적은 ‘지역의 2백만 불자들의 화합과 결속을 바탕으로 불교 콘텐츠 개발과 보급 등 신불교 운동을 펼치고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등 현안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데 있다(KBS대구 12월 1일 뉴스9 ‘대구불교총연합회 창립총회’).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쟁점으로

다소 평범한 보도지만 최근 한기총 산하 대구 개신교계 동향과 맞물려보면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등 현안’이 클로즈업된다. 한기총 산하 대구 개신교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계획을 백지화하라는 대규모 궐기대회, 서명운동을 이어왔다. 대구시가 국비와 시비를 투입해 ‘팔공산 불교테마공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은 급기야 한기총 산하 대구 개신교계 일각의 반발을 불렀고, ‘대구 불교총연합회 창립’의 배경도 이에 대한 대응임을 보도의 행간을 보면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팔공산 우리 문화재 ‘오리알’ 십상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한기총 산하 대구 개신교계 일각의 주장과 불교계의 대응(또는 반응) 중에는 ‘템플 스테이를 하는데 왜 국비를 대주느냐’는 것과 ‘우리가 언제 해달라고 했느냐’는 것이 포함돼 있다. 이러다가는 종교싸움이 날판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팔공산 일대가 우리나라 불교문화가 밀집해 있는 문화재지역이란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템플 스테이’는 ‘처치 스테이’로 대응할 수도 있고, ‘우리가 언제 해달라고 했느냐’는 데 대해서는 ‘했는지 안했는지’ 조사해볼 수도 있다. 그런데 종교간 시비가 붙으면 정작 관심을 가지고 예산을 투입해 가꾸고 보존해야 할 팔공산 일대 우리 문화재(불교문화(재)를 우리문화가 아니라고 부정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에 대한 대책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 십상이란 것이다.

그런데도 12월 1일 대구 공중파TV 세 채널은 두 거대종교를 의식했음인지 ‘대구불교총연합회 창립총회’란 단신성 행사 알림보도로 애매하게 처리했다. 보도 어디에도 ‘우리문화’는 없었다. 거대 종교 눈치 보기 ‘안전빵 보도’일 수는 있겠지만 오리무중 또는 축소지향 보도였다.

‘안전빵’ 보도…우리문화재 관심 실종


우리 대구.경북 시청자들에게 무엇이 뉴스가 돼야 하는가?
‘우리’가 배제된, 아니면 우리가 ‘강 건너 불’ 같은 구경거리가 되는 뉴스는 방송을 타니까 뉴스일지는 몰라도 우리와는 관련 없는 뉴스다. 현상만 짚는다면 책임 있는 당국자나 관계 기관들은 책임을 모면할 기회로 보고 은근히 환영할 것이지만 농민과 시.도민 등의 피해는 반복될 것이다. 눈치를 보면서 ‘안전빵’ 식으로 다룬다면(종교간 갈등?‘4대강 사업’과 문화재 관계처럼) 돈으로 계산할 수조차 없는 우리 문화재가 시들시들 사라지는데도 관심의 의제에조차 오를 수 없게 될 것이다.

이해 당사자는 사실을 은폐하고(우리 정부는 부인해왔지만, 미국이 병력과 함께 아프간에 5억 달러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이번 위키리크스 폭로에서 드러났듯이), 왜곡하고(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연평도에 가서 불에 그슬린 보온병을 보고 포탄이라고 말한(보도 된 뒤 망신당한) 장면을 모 신문이 카메라 기자의 연출 결과라고 보도했듯이), 가볍게 무시하고(구제역 사태를 제도 미비 탓, 농민 탓으로 돌리는 관계 당국자.단체 관계자처럼), 소통을 싫어하는(소외계층을 홀대하는 메이저 매체나 메인 프로그램과 달리  푸대접하지 않는 시청자참여방송에 대한 지원 삭감 노력 같은) 버릇이 있다.

살아 있는 ‘우리 뉴스’ 원해

시청자들은 살아 있는 ‘우리뉴스’를 원한다. ‘우리뉴스’라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은폐.왜곡.축소.무시하고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가 전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측의 노력은 작지만 크게 보고 지역민과 소통하는 노력 앞에 빛을  잃는다. 거창한 사건들이 꼬리를 무는 보도 현실에서도 지방과 지방민, (광고할 형편이 되지 않아) 돈이 안 되는 농민과 문화 같은 것을 언론이 애써 지켜야 하는 이유이자 방법이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11]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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