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KEC, 노동자 아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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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제발 작은 초코파이라도 넣게 해 주십시오"


"가족 대표로 이 자리에 나왔는데, 안 울려고 하는데 가족들을 생각하면 목이 매입니다.
술이나 고기, 떡 같은 걸 넣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작은 초코파이라도 제발 넣게 해 주십시오"


황인순씨는 울먹이며 거듭 거듭 호소했다. "제발 공권력 투입을 막아 주십시오", "제발 먹을 것, 음식을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제발 의료진이 들어가 진료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10월 28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앞.
구미 'KEC 노조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로 나선 황인순씨는 20분 가까이 말을 이어갔다. "제발, 제발"을 수 없이 되풀이했다.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국가인권위에 제발 호소합니다. 공권력 제말 막아주시고, 먹을 것 의료진 제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제발 작은 초코파이라도 넣게 해 주십시오"라며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를 호소하는 황인순씨...(2010.10.28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제발 작은 초코파이라도 넣게 해 주십시오"라며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를 호소하는 황인순씨...(2010.10.28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인권운동연대와 대구경북진보연대, 민주노총대구본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용역의 KEC 노동자 폭력과 경찰의 방조", "사측의 음식물 공급 거절에 대한 경찰의 역할 부족", "의료진 방문 거부"를 '인권침해' 이유로 꼽고,  "농성중인 노동자들이 심각한 인권침해에 놓여 있기에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인권침해 증언'에 나선 황인순씨는 "지난 일요일, 음식을 넣어달라고 찾아가니 회사측은 콧방귀만 끼고 비웃었을 뿐"이라며 "술이나 고기, 떡 같은 걸 넣어달라는 게 아니라 작은 초코파이라도 넣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사측이 교섭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이 2개월 먹을 음식을 갖고 들어갔다는 식으로 언론에 엉터리로 내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황씨는 "파업 시작하고 3개월동안 월급이 나오지 않았다"며 생계의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그는 "얼마나 일하고 싶으면 공장을 점거하겠냐"며 국가인권위의 도움을 간절히 호소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긴급구제'에 나설 지는 알 수 없다.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권혁장 소장은 "생명의 위협이 있거나, 방치할 경우 심각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을 때 긴급구제 조치 권고를 하게 된다"며 "지난 해 쌍용자동차 사태 때도 긴급구제 권고가 나오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KEC에 대한 긴급구제 역시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구사무소는 이들 단체의 '긴급구제' 신청서를 서울에 있는 국가인권위에 보내게 되고, 국가인권위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4명이 '긴급구제 조치 권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권혁장 소장은 "빠르면 내일, 늦어도 사흘 안에는 긴급구제 권고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인권.노동.사회단체들은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를 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대구지역 인권.노동.사회단체들은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를 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구미 KEC는 '타임오프제'를 비롯한 갈등으로 노조가 6월 9일 파업에 들어가자 사측은 6월 30일 직장 폐쇄로 맞섰다. 이후 노사 교섭이 끊긴 채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노조는 10월 21일 구미 1공장에 들어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타임오프제'를 받아들이겠다며 '직장폐쇄'를 풀고 '징계.고소.고발'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노조 파업과 점거가 '불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현재 구미 KEC 전체 조합원 700여명 가운데 350여명은 업무에 복귀했으나, 200여명은 공장 안에서, 150여명은 공장 밖에서 각각 농성하고 있다. 특히 공장 안 농성자 20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여성조합원이며,  노조지부장을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은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KEC 공장 주변에 12개 중대 1천2백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외부인의 공장 출입을 막고 강제 진압을 비롯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에 낸 '긴급구제 신청서' 중 일부 / 자료.인권운동연대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에 낸 '긴급구제 신청서' 중 일부 / 자료.인권운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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