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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의 한파...낡은 전기장판과 이불 두 장
[르포] 동대구역 일대 쪽방 / "난방비 없어 보일러도 못 틀어...추위와 질병, 이중고"
2010년 11월 11일 (목) 17:02:11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pnnews@pn.or.kr

늦가을 갑작스런 한파가 찾아왔다. 추워진 날씨에 '쪽방'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까?
동대구역 지하차도 근처(신암3.4동) 쪽방촌을 찾았다. 대부분 낡은 여인숙이나 여관을 개조한 작고 허름한, 말 그대로 '쪽방'이었다. 쪽방을 둘러 본 9일 저녁 7시부터 밤 11시. 그러나, 며칠째 들어오지 않아 집 주인도 소식을 모르는 방도 있었고, 간혹 불이 켜진 방의 문을 두드려도 경계심을 갖고 문을 잘 열어주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6곳의 여인숙 20군데 쪽방을 들렀으나 6명 밖에 만나지 못했다.

   
▲ 동대구역 뒤편 쪽방촌...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추운 날씨에 가장 필요한 난방, 쪽방촌은 대부분 연탄보일러와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나마 연탄보일러를 쓰는 쪽방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연탄 나눔운동'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정부에서 1인당 8만6천원가량의 '연탄쿠폰'이 지급돼 쿠폰 1장으로 400~500원가량의 연탄을 200장정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쪽방상담소 장민철 사무국장은 "집 주인들이 쪽방 주민들에게 지급된 연탄쿠폰을 모아 연탄을 구매하고 방세에서 빼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름보일러를 쓰는 쪽방이었다. 비싼 기름 값 때문에 집 주인들이 보일러를 잘 틀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개별난방'을 하는 쪽방 역시 난방비 걱정에 쉽게 보일러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전기장판과 두꺼운 이불로 찬바람을 막고 있었다.

3년째 쪽방에서 살고 있다는 김모(63)씨 역시 두꺼운 이불 두 장과 전기장판 하나로 생활하고 있었다. 방안에는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김씨는 "겨울에 따뜻한 물로 씻으려면 공동화장실에서 온수를 한 바가지 퍼와 씻어야 한다"며 "날씨가 추운 날에는 소주라도 한 잔 걸쳐야 따뜻하게 잘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방 안에는 넣어둘 곳 없는 여름 선풍기가 그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 김모(63)씨의 쪽방...넣어둘 곳 없는 선풍기가 여름 그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전기장판에 따른 화재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
대구쪽방상담소 강정우 팀장은 "쪽방 거주민들이 대부분 값 싼 중국산 전기장판을 이용하고 있는데다, 이들 대다수가 낡아 누전으로 인한 화재의 위험이 있다"고 걱정했다. 쪽방상담소는 낡은 전기장판을 교체해 주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 100여 가구의 전기장판을 바꿔 줄 계획이라고 한다.

쪽방 사람들은 추위 뿐 아니라 '질병'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동대구역 건너편 쪽방촌에서 만난 차모(58)씨는 당뇨를 앓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 해 공사현장에서 허리를 다쳐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차씨는 "한 달에 30만원정도 나오는 돈으로 근근이 살고 있다"며 "날씨도 춥고 몸도 아픈데다 일도 하지 못해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사업실패로 쪽방생활을 하게 됐다는 임모(39)씨는 고혈압과 척추협착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까지 틈틈이 대리운전을 하며 살아왔으나 허리가 너무 아파 지금은 아무 일도 못 한다"고 말했다.

   
▲ 쪽방...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현재 대구지역에는 중구 대신동과 성내동, 서구 비산동과 원대동, 동구 신암동과 신천동, 북구 칠성동과 대현동 일대에 쪽방이 몰려 있으며 전체 거주자는 대략 850명쯤 된다고 한다. 쪽방상담소 강정우 팀장은 "대구시가 최근 '동절기 특별보호대책'을 마련했으나 쪽방 거주민에게 절실한 '난방비' 지원과 '주거문제' 해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쪽방 거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쪽방상담소는 LH공사, (재)주거복지재단과 함께 쪽방.비닐하우스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매입임대주택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매물로 나온 원룸을 LH공사가 싼 가격에 매입해 저소득층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 주는 주거지원사업으로, 이 가운데 일부를 쪽방 거주민들에게 할당해 보증금 100만원, 월세 5~8만원정도로 살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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