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문화 파묻고 오는 새 내쫓는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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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 "KEC사태, 지도층은 뭘했나" / '눈먼 돈', '농민시위', '4대강’'


‘노조 간부의 분신이라는 비극까지 불러온 구미 KEC 노조의 파업과 공장 점거 사태에 대해 구미시장 등 이른바 지역 지도층 인사들은  뭘 했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안방서 외면당하는 구미 지도층

지난 8일 대구MBC 아침뉴스가 내보낸 ‘중부권 소식’은 공장 점거 사태와 노조간부 분신이란 비극으로까지 치달은 구미 지역 최대 현안 KEC 노조 파업사태에 야당 대표․지역사회 시민단체들이 중재를 위해 노력한 것과는 달리 생색만 낸 채 사태해결에 시종 뒷짐만 진 구미시장과 그 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에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진다고 보도했다.

대구MBC 11.8 아침뉴스 'KEC사태 지도층은 뭘했나?' / 남유진 구미시장(왼쪽)과 김성조 국회의원
대구MBC 11.8 아침뉴스 'KEC사태 지도층은 뭘했나?' / 남유진 구미시장(왼쪽)과 김성조 국회의원

이 보도는 KEC 사태의 전말을 다루는 보도가 아니었다. 바로 구미지역 최대 현안을 외면한 이 지역 지도층에 대해 여론은 싸늘하다는 사실을 전했다. KEC 사태 보도를 통해 구미지역 현안을 스스로 외면한 구미의 지도층. 그들의 자화상은 어떤 것인지 시청자들이 스스로 그려보도록 한 보도여서 가슴에 와 닿았다.

‘눈 먼 돈 만들기 네트워크’ 보도

‘감시 없는 350억원’
11월 10일 대구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004년 대구시 쓰레기 반입 중단사태가 벌어지자 대구시가 주민지원사업과 폐기물 관련법에 따라 매립장 주변 지역민에게 쏟아 부은 348억 원이 눈 먼 돈이 됐음을 고발했다. 매년 20억 원이 넘는 돈이 지원됐지만 해외견학, 체육대회, 노래자랑 등 일회성 행사에 사용되고 있고, 장기적인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예산이 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되자 온갖 이권단체가 개입하고 갈등은 커지는데 정작 대구시나 대구시의회는 팔짱만 낀 채 감사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한 마디로 ‘주민지원’ 명분을 팔아 시민․국민 혈세 3백48억 원을 공중에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이날 보도는 ‘눈 먼 돈’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었다. ‘혐오시설로 고통 받고 그 보상으로 주어진 돈 때문에 또 갈등을 겪고 있는 주민들….’ 그리고 기자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막후의 관계 공무원들. 시민․국민 혈세를 ‘눈 먼 돈’으로 만드는 ‘공무원-시 의원-주민대표’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시청자들에게 그리게 한 보도였다.

‘흉작 속 쌀값 폭락’ 이런 모순이…

지난 16일 KBS대구는 올해 대구․경북의 쌀 생산량이 60만6천 톤, 7년 만에 최저라고 보도했다. 지난해보다 13% 줄었다고 했다. 대구MBC도 17일 뉴스에서, 동북지방통계청 조사 결과 대구․경북지역 올해 쌀 생산량은 60만천 톤, 작년 69만9천 톤보다 13.4%가 줄었고  지난 9월 기준 예상량 61만천 톤보다 5천톤이 더 줄었다고 했다. 감소 원인은 재배면적 감소, 태풍 등 나빴던 기상여건, 단위면적 당 생산량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TBC도 19일 아침뉴스에서 같은 내용을 전했다. 원인은 경상북도의 벼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4.9% 줄었고 생육초기 저온현상과 비가 잦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TBC는 20일 아침뉴스에서는 지난해와 비교해 구미시의 벼 재배면적은 25%, 쌀 생산량은 34%나 줄었다고 했다. 또 성주군은 22.4% 고령군은 19.4%가 감소했고 도내 최대 곡창지역 상주시도 13%가 줄었다고 전했다. 벼 재배 면적이 줄고 단위면적당 생산량도 줄었으면, 지난 번 배추 한 포기 만5천원 사태를 보면 응당 쌀값이 폭등해야 할 텐데 그런 일은 현재까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지난 15일 TBC 프라임뉴스는 전농 농민들이 경북도청 앞에서 벼 야적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농민들의 요구는 한 마디로 쌀값 폭락 대책이었다.

농민들이 경북도청 앞에서 쌀 1,000여 가마를 쌓고 있다(2010.11.15)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농민들이 경북도청 앞에서 쌀 1,000여 가마를 쌓고 있다(2010.11.15)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KBS대구도 같은 날 뉴스9에서 흉년에도 아랑곳없는 쌀값 하락에 농민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MBC도 같은 날 뉴스데스크에서 농민들은 농사만 지어서는 살 수 없는 어려운 농업환경을 토로하며 정부와 경상북도에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벼 야적시위를 한 목적을 전했다. 농민들의 벼 야적시위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면 흉년 속의 쌀값 폭락은 농민들더러 부도를 내라는 이야기다. 제품을 만들었는데 시장에서는 생산 원가도 건질 수 없다면 그 회사는 부도를 낼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흉작 속의 쌀값 폭락을 다룬 일련의 보도. 폐농 앞에서 농민들은 몸부림치는데 정부의 농정은 여전히 농사 현장과 담 쌓았다면 내년 이맘때 보도가 그릴 자화상은 사망한 경북의 농부 얼굴일까? 대구사람 80%의 고향이라는 그 경북….

오는 새 내쫓고 기르는 새 구경하라는 ‘4대강’

‘낙동강 생태조성사업 본격  추진’
지난 10일 TBC 아침뉴스는 모래톱과 송림 우거진 산이 어우러져 절경을 자랑하는 낙동강 화면을 배경으로 국토해양부가 진행하는 4대강 주변 수변생태공간 조성 사업에 들어간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국토해양부는 이를 위해 이날부터 4대강 주변 수변생태 공간 조성을 위해 이팝나무와 영산홍, 소나무 등 만4천7백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것이다. TBC는 두루미를 텃새화해서 낙동강에서 서식하도록 한다는 구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18일 아침뉴스, ‘두루미 텃새화 한다’). 장소는 바로 낙동강 두루미 이동로인 해평습지가 있는 곳. 내년 말쯤 낙동강에 풀어 적응훈련을 시키고 3년 뒤 쯤 일반에 공개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올해 해평습지 두루미 절반 이하로 줄어

올해 구미 해평습지를 찾는 두루미가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두루미네트워크는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천 백50마리가 머물다 일본으로 넘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2천 5백 마리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준 것으로
4대강 사업으로 강하구의 준설토가 사라져 쉼터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두루미네트워크 측은 주장했습니다. (KBS대구 11.8 기사 전문)


그런데 KBS대구는 지난 8일 올해 해평습지 두루미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뉴스를 전했다.  ‘한국두루미네트워크’가 낙동강 해평습지를 관찰한 결과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천백50마리가 머물다 일본으로 넘어갔는데 지난해 2천5백 마리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것. 이 단체는 그 원인을 4대강 사업으로 강 하구의 준설토가 사라져 쉼터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곳 해평습지 둔치에서는 지난 8일 오후 2시, 대구가톨릭 생명평화연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사람들’이 열 번째 생명 평화미사를 가졌다(대구MBC 8일 뉴스데스크, ‘천주교 생명평화미사 “4대강 중단” 촉구’).

낙동강 모래톱과 송림. 그 사이에 펼쳐진 철새도래지. 자연이 인간의 보호 속에 만들어낸 절경을 이팝나무와 영산홍 등으로 갈아치우고, 날아오는 두루미는 쫓아내면서 기른 두루미를 감상하도록 하는 것. ‘4대강 사업’과 관련해 TBC 보도가 그리는 ‘4대강’의자화상은 분명하다-바로 인공의 강, 길들여진 철새.

문화재, 먼저 지켜야

문화재 파묻는 ‘4대강’/고고학계가 혀를 찬다
4대강사업 낙동강 함안보 구간, 경남 창녕 함안 농지 리모델링 지역. 국내 최고의 뱃조각이 나온 비봉리 패총(사적 486호)과 바로 인접한 선사 유적지를 몇몇 발굴기관들이 단 하루 현장 확인을 거쳐 올린 보고에 따라 낙동강 준설토를 3~7m 높이로 덮어버린 ‘4대강 사업’의 만행을 고발한 보도(한겨레, 22일 1․2면)는 속도전으로 진행되는 ‘4대강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문화한국’의 국격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국격 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은 낙동강 준설토 문제로 달성군 주민들을 모래 폭풍 속으로 내모는 등(TBC 9일 프라임뉴스, ‘마을 덮친 모래폭풍’) 야기하는 민생문제도 심각하다.

TBC 11.9 프라임뉴스 '마을 덮친 모래폭풍'
TBC 11.9 프라임뉴스 '마을 덮친 모래폭풍'

‘4대강 사업’이 하회마을 등 우리 문화의 터전을 위협하는 가운데 경상북도는 강탈되거나 유실된 우리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문화재환수운동을 벌이기로 했다(대구MBC 9일 뉴스데스크, ‘문화재 환수운동’). 보도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와 6.25 등을 거치며 일본과 미국 등으로 반출된 문화재는 공식적으로 11만 점이 넘게 밀반출된 것까지 합치면 훨씬 더 늘어나고 신라와 가야를 중심으로 우리지역 문화재도 수만 점에 이른다'고 했다. 그래서 문화재 찾기는 ‘주권 찾기’라는 것이다. 백번 옳다. 아니 늦었다. 그래서 대구MBC 보도는 ‘문화의 고장 경북’이란 자랑스런 자화상을 시청자들에게 그리게 했다. 빼앗긴 역사, 과거사 청산의 용기는 당연히 따라야겠지만….

우리나라 국격은 ‘문화국가’

그런데 생각해보라. 프랑스나 일본 사례에서 보듯 안 돌려주려는 문화재를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런데 ‘4대강 사업’은 무고하게 잘 있는 문화재를 파괴하고 묻어버리고 있지 않는가. 되찾는 일이 쉬운가, 지키는 일이 쉬운가? 이명박 대통령은 국격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국격은 적어도 백범 김 구 선생에게는 ‘문화국가 건설’이었다. 조국이 독립되기만 하면 독립 정부의 문지기라도 기꺼이 하겠다던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문화국가’가 아니던가. 찾으면서 지키기-이것이 언론보도가 그려야 할 문화 자화상이 아닐까?

자화상 보도가 향하는 곳

자화상 보도. 결국 시민의 살아 있는 양심, 지도자의 지도자 됨을 드러내고 그것에 호소한다. 물 흐르는 듯한 사회 만들기를 향해서. 그래서 기자의 살아 있는 보도 정신은 자화상 보도의 거울이다. 자화상 보도로 인해 시청자들은 건전한 시민정신으로 정화된다. 양심이 조각이라도 살아 있는 지도자라면 부끄러움을 회복하게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언론의 자화상은 누가 그릴까?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09]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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