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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 첫 기사의 주인공 '리영희'
준엄한 목소리로 질타하시던, 끝내 모시지 못한 리영희 선생님을 그리며...
2010년 12월 05일 (일) 16:08:04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2004년 대구 강연 / 사진제공.작가회의
2003년 10월 24일이었다. 리영희 선생님께서 대구교육대학에서 강연 하신 날. 난생 처음 그 분을 직접 뵈었고 또한 마지막으로 뵈었다. 그 때도 몸이 불편하셨다. 자리에 앉아 강연하시는 내내 힘들어 보였다. 2000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에는 예전처럼 정정하시지 못했다. 그리고 2010년 12월 5일 새벽, 그 분은 다시 못 올 먼 곳으로 떠나셨다.

그 날, 선생님의 강연 모습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며 취재수첩에 빼곡히 적었다. 공허한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구체적인 연도와 사실을 힘주어 말씀하셨다.  당시 참여정부의 이라크 파병 방침에 대한 칼같은 비판이었다. 파병을 주문한 미국에 대해서도 '세계지배전략에 따른 침략전쟁'이라며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선생님은 "미국은 이미 지난 71년에 '신 세계지배전략'을 세우고 그 전략에 따라 수많은 침략을 하거나 각 대륙의 대리정권을 내세워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 소중한 '명강'을 기자는 너무도 짧게 정리해 창간을 준비하던 평화뉴스에 실었다. 줄줄 이어지는 연도와 수치, 미국의 전략.작전을 다 적지도 못했고 그 명강을 풀어낼 능력도 부족했다. 그러나 그것은 평화뉴스의 첫 기사였다. 마음으로 존경하던 분의 강연을 기사로 쓴 기쁨, 정말 뿌듯했다. 그리고, 그 분은 평화뉴스 내내 사상의 지평이었고 기자가 따라 살아야 할 표상이었다.

이듬 해 2004년 2월 28일, '대안언론'이라 부르며 평화뉴스를 창간했다. 여전히 대안을 찾지 못하는 부끄러움에 늘 괴롭다. 부끄러움과 자책은 또 다른 발전을 부르기도 하지만 사람을 빨리 지치게도 한다. 힘들어 답답한 날이 많았다. 편집자의 기대에도 못미치니 지켜보는 독자는 얼마나 실망할까. 안되는 일 붙잡고 버티는 것 같은 암담함도 있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가끔 스며들었다.

   
▲ 강준만 저 / 개마고원
그러던 그 해 4월, '한국현대사의 길잡이 리영희'라는 책이 나왔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펴낸 리영희 선생님의 삶이었다. 그 책에는 우리 현대사와 언론사의 어두운 단면과 함께 리영희 선생님의 고난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책을 여러 후배들과 같이 읽고 토론했다. 아끼는 후배에게는 지금도 늘 그 책을 선물한다.

리영희 선생님의 고난. 그 책에는 여러 차례 해직된 선생님이 '책 외판원'으로 살던 장면이 나온다. 생계를 위해 동료 선후배들을 찾아다니며 책을 팔았다고 한다. 그 책이 선생님의 이념에 맞을 리 없었겠지만, 그것은 '생계'였다. 그 모습을 본 언론인들의 도움으로 선생님은 다시 언론인이 되었다고 한다.


오직 '진실' 만을 쫓던 언론인 리영희. 그 진실을 위해 수 차례 구속과 해직을 겪었다. 그러나, '전환시대의 논리',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우상과 이성', '자유인 자유인'을 비롯한 많은 저서를 통해 시대의 양심을 일깨웠다. 그 분의 말과 글에는 '진실'이 느껴졌다. 감춰진 사실을 밝히고 그 사실로 왜곡된 논리의 정곡을 찔렀다. 그리고 시대의 길을 제시했다. 양심이 가야 할, 지식인이 가야 할, 언론이 가야 할 그 시대의 길이었다.

평화뉴스를 하는 내내 그 분을 꼭 한번 모시고 싶었다. 해마다 창간일을 앞두고 강연을 시도했으나 그 때마다 '건강'이 문제였다. 2003년 10월 이후 대구에 오셨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선생님이 계시는 경기도로 찾아갈 계획도 세웠으나 그 조차도 여의치 않았다. 지금은 후회 뿐이다. 그 때 무조건 찾아갔어야 했다. 뵙지 못한다 하더라도 문 앞까지는 갔어야 했다.

준엄한 목소리로 질타하던 7년 전 강연이 눈에  선하다. 오늘 새벽 별세하셨다는 소식에 가슴이 미어진다. 살아 계신 분들 중에 가장 존경했다. 기자가 가야 할 길은 오직 '진실'이며 그 진실은 명확한 사실 뿐이라는,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으면 기사가 아니라는, 양심은 깨어있고 지식인은 시대를 읽고 실천해야 한다는, 참으로 오롯한 소명으로 살아야 한다는 표상이었다.

기자는 선생님의 추모사를 쓸 자격도 없다. 늘 그리워하고 모시고 싶어할 뿐이다. 끝내 모시지 못한 그 분, 오늘 다시 못 올 먼 곳으로 떠났으나 기자의 심장에는 여전히 살아 질책하실 것 같다. 너는 진실한가, 너는 진실로 가고 있는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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