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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없는 민통선에서 '서해'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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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 사건으로 출입 막힌 민통선..."언제까지 '편'과 '영해'로 맞서야하나"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임진강과 한강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같았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석양 아래 철새들만 남과 북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었다. 강 건너 북녘 땅이 눈 앞에 펼쳐졌다. 아직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임진강 주변 민통선 일대는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와는 달리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하구의 풍경. 왼쪽의 한강과 오른쪽의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흐르는 지점이다. 강 건너 보이는 곳이 북한 땅이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하구의 풍경. 왼쪽의 한강과 오른쪽의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흐르는 지점이다. 강 건너 보이는 곳이 북한 땅이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최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남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5일 대구지역 초.중.고교생 30여명을 포함한 70여명이 ‘2010 청소년 통일기행’으로 경기도 파주 민통선 인근 지역을 찾았다. 이날 기행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와 전교조대구지부가 함께 주최했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김두현 사무처장은 "오두산 전망대와 임진각은 남북 분단의 아픔과 동시에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며 "우리 청소년들이 분단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은 뒤 민통선 전역에 출입제한조치가 내려졌다. 이날 일정에는 민통선 지역 안에 있는 도라산역과 도라산 통일전망대에도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출입제한조치 때문에 갈 수 없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도 함께 출입이 금지됐지만 민통선 밖이라는 이유로 이 날부터 출입제한조치가 풀려 다행히 관람 할 수 있었다.

안내를 맡은 통일운동가 이시우 사진작가는 "최근 20년간 민통선 출입이 제한된 적을 보지 못했다"며 "그만큼 최근 남북 관계가 심각해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두산 전망대에서 NLL을 설명하는 통일운동가 이시우 사진작가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오두산 전망대에서 NLL을 설명하는 통일운동가 이시우 사진작가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에서 4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도착한 임진각. 명절 때마다 실향민과 이산가족들이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임진각과 실향민들이 제사를 지내는 ‘망배단’을 둘러본 뒤 바로 옆 ‘자유의 다리’를 찾았다. 다리 위를 50m쯤 걷자 더 이상 건널 수 없도록 벽과 철조망이 분단의 상징처럼 가로막고 있었다.

철조망에는 '평화 통일하자', '남과 북이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등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이 한 마디씩 적은 리본이 빼곡히 걸려있었다. 이 날 참가자들도 저마다 메시지를 리본에 적어 묶어 놓고 돌아왔다.  

벽과 철조망에 가로막힌 '자유의 다리'...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수 많은 메시지의 리본이 벽 가득 달려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벽과 철조망에 가로막힌 '자유의 다리'...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수 많은 메시지의 리본이 벽 가득 달려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임진각 옆 '자유의 다리'...휴전협정 뒤 포로들이 북쪽에서 이 다리를 건너며 "자유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임진각 옆 '자유의 다리'...휴전협정 뒤 포로들이 북쪽에서 이 다리를 건너며 "자유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중학생들이 가로막힌 '자유의 다리' 벽에 리본을 달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중학생들이 가로막힌 '자유의 다리' 벽에 리본을 달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참가자들은 임진각을 떠나 율곡 이이 선생이 학문을 연구하던 '화석정'을 잠시 둘러본 뒤 오두산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도착한 이들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 뱉었다.

이시우 작가가 "저 멀리 강 건너 보이는 곳이 북녁 땅"이라고 설명하자 학생들이 "아저씨 어디부터 어디까지 우리 땅이고, 북한 땅은 어디에요?"라며 호기심을 보였다. 관심있게 임진강과 북녁땅을 바라보는 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시우 작가는 이 자리에서 '정전협정'과 'NLL(서해 북방한계선)'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작가는 "정전협정 당시 육지에 군사분계선을 설정한 반면, 강과 바다에는 경계선을 명확히 정하지 않았다"며 "그뒤 연합군사령부가 서해바다에 임의로 그어 놓은 선이 바로 NLL"이라고 설명했다. 또 "NLL은 남북 간에 서로 합의 되지 않은 일방적인 경계선"이라며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과 서해교전 등 충돌의 근본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강 건너 오른쪽 위는 '북한' 땅이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강 건너 오른쪽 위는 '북한' 땅이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어 "10.4 공동선언 실천을 통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4 공동선언에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최소한의 합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작가는 특히 "서해 5도 인근 수역의 문제를 지금처럼 영해의 문제로만 접근한다면 연평도 포격 사건 같은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10.4 선언을 바탕으로 남북이 합의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김두현 사무처장은 "더 이상 '편'과 '영해'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남북간의 이해와 합의를 통해 모든 사태의 근본원인인 NLL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 중학생이 달아놓은 리본 "남한과 북한이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한 중학생이 달아놓은 리본 "남한과 북한이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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