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가슴 졸인 한 해, 새해에는 제발 평화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팔공산 갓바위> 군대 보낸 엄마, '입시' 가족, '취업' 바라는 연인..."내년에는"


"아들이 강원도 홍천에서 군복무 하고 있는데, 요즘 '연평도''나 '한미훈련' 같은 일이 자꾸 벌어져 불안해 죽겠어요..."

지난 6월 큰 아들을 군대에 보낸 한 아주머니(47.북구 복현동)는 2010년을 "마음 불안했던 한 해"라며 '평화"를 기원했다. "요즘 '북한', '군대'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 했어요. 별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게 부모심정 아니겠어요. 아무튼 새해에는 제발 남북이 서로 아무 일 없이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걱정 없이 발 뻗고 잘 수 있게..."

갓바위에서 불공을 드리는 시민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갓바위에서 불공을 드리는 시민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새해를 열흘 앞둔 12월 22일. 동짓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팔공산을 찾았다. '지성으로 기도드리면 누구나 한 가지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갓바위. 1시간가량 가파른 산길과 계단을 올라 도착한 갓바위에는 200여명이 불상을 향해 끊임없이 절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피운 초와 향 냄새가 갓바위 광장을 가득 메웠다.

갓바위를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입시와 취업, 사업과 건강에 대한 걱정과 소망을 갖고 있었다.

"온 가족이 뒷바라지...고생한만큼 원하는 대학에"


특히, 대학 합격을 기원하며 갓바위를 찾은 고3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들과 함께 온 성모(49.서구 평리동)씨는 "올 한해 아이와 부모 모두 정신없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성씨는 "아이 뒷바라지에 온 가족이 매달렸다"며 "특히, 학원비와 대학 등록금 마련 때문에 맞벌이하며 아이 챙기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아이는 공부하느라 정신없고, 부모는 아이 챙기느라 정신없었죠. 평소보다 점수가 덜 나와 아들이 조금 불안해하는데, 다들 점수가 조금씩 낮게 나왔다니 기대는 해 볼만 한 것 같아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를 열흘 앞둔 12월 22일 갓바위...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새해를 열흘 앞둔 12월 22일 갓바위...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딸과 함께 온 김은숙(46.영천시)씨는 "모든 신경을 아이에게 다 쏟은 해였다"고 말했다.
"수험생 있는 집은 대부분 다 그렇죠. 아이가 있으면 TV도 끄게 되고 말소리도 낮추고, 온 식구 모두 아이에게 생활을 맞출 수밖에 없죠. 서로 고생한 만큼 원하는 대학에 잘 갔으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라는 김씨의 딸 전효진(19)양은 "올 한해 다른 데 신경 쓸 겨를 없이 놀고 싶은 마음도 꾹 참으며 공부만 했다"며 "아슬아슬한 점수 때문에 불안하지만, 교대에 꼭 합격해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희망 잃은 한 해...새해엔 둘 다 취업을"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 '커플'의 모습도 보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윤모(26.경일대4)씨는 "희망을 잃은 한 해였다"고 말했다.
"둘 다 4학년인데 원서를 내는 곳 마다 매번 떨어졌어요. 점점 희망을 잃어가는 것 같아요. 1학기 때부터 자격증과 토익 공부에 매달려 거의 도서관에 살다시피 했는데, 취업준비를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서 그런지 쉽지 않네요. 내년에 둘 다 좋은 곳에 취직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취직하면 서로 바빠서 만날 시간이 부족해지겠지만 그래도 좋지 않겠어요?"

윤씨의 여자친구 정모(23.경일대4)씨도 "매일 도서관에 살며 토익 점수도 남들만큼 만들었는데도 죄다 떨어졌다"며 "속상하지만 계속 지원하다보면 언젠가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방학을 맞아 '취업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새해에 둘 다 취직한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말했다.

"아등바등...숨 좀 돌릴 수 있었으면"

사업을 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어 "힘들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침산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주석(53)씨는 "올 한해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아등바등 살았다"며 "새해엔 숨 졸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4년 전 가게를 오픈했는데 요즘 주변에 다른 가게가 많이 생겨 벌이가 시원치 않다"며 "내년에 업종을 바꿀 생각인데 잘될지 몰라 바람도 쐴 겸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갓바위를 찾은 시민들이 향과 초를 피우며 기도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갓바위를 찾은 시민들이 향과 초를 피우며 기도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피아노학원 강사인 이모(29.율하동)씨도 "바쁘고 힘든 한해였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아이들하고 매일 부딪히느라 정신없이 지내요. 그런데 강사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많이 힘들죠. 집에서 도움을 조금 얻고 그동안 모은 돈을 합쳐 내년에 피아노학원을 차릴 예정이에요. 이왕 마음먹은 일 잘 됐으면 좋겠어요."

"다 디제...우리 아들.손자 잘 살았으면"

갓바위에 오르기 전 산 중턱에서 한 손에 지팡이를 쥔 채 난간을 잡고 힘겹게 내려오는 한 할머니(76.동구 불로동)를 만났다. 할머니는 아침 일찍 갓바위에 올라 소원을 빌고 내려오는 중이라고 했다. "아이고, 올라갈 때 너무 용썼더니 오른팔 어껫죽지가 아파 죽겠네."

-"할머니 아픈데 왜 힘들게 올라갔다 왔어요?"
="아파도 할 수 없지. 내가 기도를 해야 우리 가족이 다 건강하게 잘 사는기라. 내야 이제 살날이 얼마 안 남았어도 우리 아들.손자는 오래오래 잘 살아야 안 되겠나."

-"올 한해 어땠어요? 조금 살만 하던가요?"
="먹고살기는 누구나 다 디제(힘들지). 안 힘든 사람이 어딧겠노. 근데 내년에는 형편이 조금 나아졌으면 좋겠고, 우리 애들도 건강하게 살면서 돈 많이 벌었으면 하는데... 우예 될지는 모르지"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다가올 2010년의 '사연'과 2011년의 '새해소망'을 '갓바위 부처님'에게 이렇게 털어 놓고 있었다.

'지성으로 기도드리면 누구나 한 가지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갓바위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지성으로 기도드리면 누구나 한 가지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갓바위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