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라고 특별할 게 있나요. 그저 우리 같은 서민들이 웃을 수 있는 한 해 되면 좋겠습니다"
아내와 함께 앞산 앞산을 찾은 우모(47.달서구 도원동)씨는 이같이 말하며 '기분 좋은 새해'를 기원했다. "올 한해 계속 안 좋은 소식만 들려와 어수선 했는데, 내년에는 기분 좋은 일들만 계속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거기다 로또까지 당첨되면 더 바랄 게 없겠죠."
새해를 앞둔 12월 29일과 30일 대구 앞산을 찾았다.
연이틀 내린 눈으로 미끄러운 산길에 세찬 바람을 안고 도착한 앞산 정상. 눈앞에 대구시 전경이 펼쳐지자 꽉 막혔던 가슴이 탁 트였다. 매섭게 불어오던 찬바람도 선선한 가을바람처럼 느껴졌다. 눈 덮인 겨울산에서 바라본 대구는 한 없이 고요하고 여유로운 풍경이었다. 항상 시끄럽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대구가 평소와는 다르게 보였다. 새해 첫 일출을 바라보는 등산객들의 심정이 이제야 이해가 됐다. 새해가 얼마 남지 않은 날, 앞산을 찾은 이들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평일인데다 며칠 전 내린 함박눈 탓에 등산로 곳곳이 얼어붙어 앞산을 찾은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 오전에 등반을 끝내고 하산하거나 등산로 주변 쉼터에 잠시 쉬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야 간혹 정상에 오르는 등산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날씨가 조금 풀린 30일에는 전날에 비해 등산객이 조금 더 많아 보였다. 점심 때 쯤 산 아래 절에서 나온 스님들이 얼음을 깨며 길 곳곳에 모래를 뿌리고 있었다. 행여나 이곳을 찾은 등산객들과 신도들이 다칠까 하는 스님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앞산을 찾은 시민들은 '안정'과 '풍요', '건강'과 '자녀', '취업'에 대한 새해 희망을 품고 있었다.
정상에서 만난 박모(52.여.달서구 상인동)씨는 "내년엔 나라가 조용했으면 좋겠다"며 '안정'을 기원했다. "종교편향, 국회 예산안 날치기, 연평도 사건 등 올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서로 이해해고 존중하고 타협할 줄 아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내년에는 별 탈 없이 모두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앞서 등산로에서 만난 김무한(52.서구 내당동)씨도 "그저 나라가 편안해졌으면 좋겠다"며 "많은 일이 있었던 올해와는 달리 내년엔 아무 일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또 '희망 찬 새해'를 기원했다.
동네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양재갑(59.남구 대명동)씨는 "대구 경기가 갈수록 바닥을 치고 있다"며 "내년에는 좀 살아났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씨는 "내년에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려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면 경기가 조금 나아질지 모르겠다"며 "행사와 관계없이 꾸준히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인과 함께 온 서모(59.달서구 송현동)씨는 "2011년이 어떨지 아무도 모르지만, 다 같이 잘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 사업도 잘되고, 다른 사람들 하는일도 잘되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죠. 아무튼 희망차고 밝은 새해가 됐으면 합니다."
'가족'과 '건강'에 대한 소망도 여전했다.
아이와 함께 눈 구경 왔다는 김유정(34.여.달서구 성당동) 씨는 "내년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며 "아무 탈 없이 학교에 잘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첫 발을 내딛는 만큼 더욱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벌써 학교 갈 나이가 된 아이를 보며 '이런 게 아이 키우는 재미구나'하는 생각도 들어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기쁘기도 해요. 예쁘고 착하게 잘 컸으면 좋겠네요."
하산 길에 만난 김모(42. 달서구 월성동)씨는 "가족 모두 건강한 것이 제일 우선"이라고 말했다. "아프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잖아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려면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해요. 거기다 우리 아이들 성적도 조금 오르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네요."
'취업'을 바라는 대학생의 모습도 보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케이블카를 타러 왔다는 이현동(25.계명대)씨는 "새해에 취업준비생인 4학년이 된다"며 "취업이 갈수록 어렵다는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올해 취업 경기가 조금 풀렸다는데, 내년엔 더 많이 좋아져서 좋은 직장을 취업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눈 덮인 대구 앞산, 시민들 "별 탈 없이 마음 편히...바닥 경기 나아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