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비정규직, '학교회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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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일해도 급여 그대로...학교 형편따라 해고...교육청 직접고용을"


10년 일한 근로자와 한 달 일한 근로자의 임금이 차이가 없다. 게다가 이들에겐 성과급, 근속수당, 상여금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른바 '학교회계직'이라 불리는 초.중.고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현실이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 조합원 70여명은 12월 27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학교회계직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방안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학교 비정규직의 교육감 직고용 ▶인력풀(pool)제 활성화 ▶근속수당과 호봉제 마련 ▶근무일수 차별 폐지와 연봉산정방식 변경  ▶학교 조리원 1인당 학생 수 적정수준 조절 ▶2012년 학교운영지원비 폐지에 따른 '구)육성회직원'의 기능직공무원 전환을 요구했다.

  '비정규' 조리원, 영양사, 행정보조...학교 회계에서 급여 받는 '학교회계직'

전국여성노조 대구지부 회원 70여명이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2010.12.27 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전국여성노조 대구지부 회원 70여명이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2010.12.27 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급식실 조리원, 비정규직 영양사, 행정보조, 전산보조, 교무보조, 특수학급보조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은 학교 회계에서 급여를 지급받아 '학교회계직'이라 불린다. 또 계약형태에 따라 '기간제계약직'과 '무기계약직', '구)육성회직원'으로 구분된다. 

현재 대구지역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는 5,000여명으로, 이 가운데 2,500여명이 조리원이다. 그리고, '구)육성회직원' 200여명을 비롯해 비정규직 영양사와 각종 보조업무 근로자들이 2,500여명이다.

학교회계직 근로자들의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고용불안'이다.
현재 해당 학교 '학교장'이 이들의 사용자(고용인)이기 때문에 '무기계약직'의 경우 명칭만 '무기계약'일 뿐, 학생 수 감소, 학급 수 감소, 예산 감소, 정규직 발령 등의 사유로 학교가 이들을 해고할 수 있다.  

 "학교 형편따라 해고, 고용불안...'인력풀제'도 유명무실"

심명희 교육선전부장
심명희 교육선전부장
전국여성노조 대경지부 심명희 교육선전부장은 "학교가 재정형편을 이유로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감이 이들을 직접고용 해 고용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감이 학교회계직 근로자의 사용자(고용인)가 될 경우, 이들이 쉽게 해고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대구시교육청 행정관리과 조직관리담당 정동섭 사무관은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학교회계직원 수를 줄일 수 있다"며 "이들의 고용승계를 위해 '인력풀(pool)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설학교와 학생 수가 늘어난 학교에 경력직으로 채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력풀(pool)제도란 기관이나 업체가 해당 직종에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일정 자격을 갖춘 근로자의 데이터베이스를 미리 등록해 인력이 필요할 때 채용하는 제도다.

그러나, 심명희 교선부장은 "대구시교육청의 '인력풀제'는 유명무실한 수준"이라며 "근본적 해결책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 인력풀 게시판에는 7명이 등록 돼 있었고, 모두 '미채용' 된 상태였다.

이에 대해 정동섭 사무관은 "공문을 통해 각 학교에 '인력풀제'를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내년엔 더욱 활성화시켜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급식실 조리원, 고된 노동에 월 80만원"

학교회계직 근로자들은 '처우개선'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이들은 연차에 따른 급여인상과 근속수당이 없어 10년차 근로자와 1년차 근로자의 임금이 동일한 실정이다. 또 최근 3년간 공무원임금이 동결돼 이들의 임금도 함께 동결됐다. 특히, 급식실 조리원들의 경우 최저임금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 80여만원을 받고 있는데다 1인당 학생 150여명의 급식을 맡고 있어 근로조건이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성서에서 조리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친환경급식을 이유로 각종 업무가 더욱 늘어나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현재 '초등 150명'과 '중등 130명' 기준인 조리사 1인당 급식담당인원을 각각 120명과 100명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4년 교육부에서 연봉제를 도입하며 급식 조리원들의 근무일수를 방학기간(휴일 포함)을 제외한 연 275일로 정했다. 이들은 10달치 임금을 12등분 해 매월 8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반면, 근무일수가 365일로 책정된 행정보조와 교무보조 등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 월 110여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더 많이 일해도 임금은 더 박해"

심명희 교선부장은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타 시도의 경우 '근무일수 차등적용 폐지'와 '근속수당' 지급 등 각종 '처우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대구는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대구시교육청에서도 현실적인 '연봉산정기준'과 처우개선을 위한 '단.중.장기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애 부지부장 / 박배일 대구본부장
박성애 부지부장 / 박배일 대구본부장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전교조 대구지부 박성애(옥산초 교사) 수석부지부장은 "남들보다 더 많이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왜 더 박한지 모르겠다"며 "이 부분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박배일 대구본부장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며 "똑같이 일한 만큼 똑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동섭 사무관은 "학교회계직원의 처우개선을 위해 올해 맞춤형복지비 20만원(연1회)을 지급하고, 우수근로자 40여명을 선발해 국토체험연수 기회를 제공했다"며 "내년에는 맞춤형복지비 50%인상, 국토체험연수 등 각종연수, 유공직원 교육감 표창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에도 학교회계직원 후생복지 및 사기진작 방안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불안...기능직공무원으로 전환해야"

이들은 교육부의 '2012년 학교운영지원비 폐지'정책에 따른 '구)육성회' 직원들의 고용불안 문제도 지적했다. 각 학교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이들도 학교 회계에서 급여를 지급받기 때문이다. 정규직에 비해 임금이 낮은 편이지만 이들은 호봉제가 인정 돼 다른 비정규직 근로자들 보다 임금이 높은 편이다.

전국여성노조 대구지부 회원 70여명이 12월 27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전국여성노조 대구지부 회원 70여명이 12월 27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심명희 교선부장은 "현재 학부모들에게 받고 있는 학교운영지원금을 전액 교육청이 지원할 경우 추후 교육청에서 예산부족을 이유로 '구)육성회'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거나 고용불안을 야기 시킬 수 있다"며 "기능직공무원으로 전환해 안정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담당 장해광 사무관은 "학교운영지원금을 내년 60%, 2012년 100% 교육청이 지원하게 된다"며 "현재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만큼 앞으로 교육청에서 대신 부담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여성노조는 12월 30일까지 교과부와 지역교육청 앞에서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및 전국공동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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