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를 아끼려던 서민들이 비싼 전기료와 불량제품으로 속을 태우고 있다.
날씨가 추워진 지난 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대구소비자연맹에는 난방기기 관련 피해사례가 55건 접수됐다. 한파가 몰아친 올들어서는 1월 24일까지 25건이나 접수돼 하루 한 건 꼴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전기히터 관련 민원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장판 관련 민원이 19건, 보일러 A/S 불만 민원이 10건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비싼 난방비와 불량, A/S 비용과 서비스 불만이었다.
난방비 아끼려다 전기요금 50만원...'업소용 기준'?
지난 해 12월 '하루 8시간 씩 한 달간 사용해도 전기요금 단돈 854원'이라는 TV홈쇼핑의 광고를 보고 전기히터 두 대를 구입한 박모(42.여.동구 방촌동)씨에게 최근 전기요금 30만원이 청구됐다. 비싼 전기요금에 놀란 박씨는 아직 개봉하지 않은 한 대를 반품하기 위해 판매처에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구에 사는 김모씨도 지난 해 12월 어머니 생신을 맞아 TV홈쇼핑을 통해 D업체의 전기히터를 사드렸다 낭패를 봤다. 난방비를 아끼려고 보일러를 잘 틀지 않는 어머니를 위해 선물했는데, 최근 전기요금이 50만원이나 청구됐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이 저렴하다'는 광고만 믿고 전기히터를 구매한 김씨는 업체의 허위과장광고와 TV홈쇼핑의 무책임한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대구소비자연맹에 민원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TV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몰에서 난방비가 저렴하다는 광고를 본 뒤 제품을 구입했다. 그러나 사무실과 오피스텔에서 사용하는 '업소용' 전기가 아닌 일반 '가정용' 전기에는 '누진세'가 적용돼 소비전력이 높은 전기히터를 사용하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것이다. 대구소비자연맹은 최근 유사한 사례가 늘어나자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제품의 허위과장광고 심의를 의뢰했지만, 아직까지 허위과장광고 판정을 받은 사례가 없어 피해자들이 보상받기는 힘든 실정이다. 해당 제품 판매처들은 광고에 '누진세 적용 전', '업소용 전기 기준'이라는 주의 문구를 고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소비자연맹 양순남 사무국장은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정마다 평균 소비전력을 확인하는 등 전기사용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고 ▶구입 전 상품의 소비전력을 확인할 것 ▶'누진세' 적용을 잊지 말 것 ▶구입 뒤 장시간 사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교환에 또 교환...결국 달라진 건 없어
전기장판에 대한 불량과 불친절한 A/S 민원 사례도 많았다.
대구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 12월 중순 홈쇼핑에서 구입한 전기매트에 온도조절기가 빠져있어 제조업체에 연락해 따로 온도조절기를 받았다. 그러나 온도조절기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다시 교환했지만 또 다시 온도조절기 전원이 계속 꺼지는 바람에 매트와 온도조절기 모두 A/S를 맡겼다. 수리를 요청한 뒤 18일이 지난 1월 21일에야 제품을 받은 김씨는 또 다시 온도조절기가 누락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참다못한 김씨가 "한 달 동안 제품을 사용해 보지도 못한 채 온 가족이 추위에 떨었다"며 항의하자 업체는 제품가격의 10%에 해당하는 금액보상을 제시했다.
지난 해 2월 인터넷쇼핑몰에서 전기장판을 구입한 박모씨는 최근 제품에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일어나 화재를 입을 뻔 했다. 박씨는 제조업체에 A/S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했으나 한 달째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대구소비자연맹 양순남 사무국장은 "잦은 고장을 일으키거나 A/S처리가 미흡한 경우가 많지만, 업체가 영세하거나 문을 닫은 경우도 있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Q마크' 등 인증마크가 부착돼 있는지 확인하거나 업체의 규모를 따져봐야 피해를 막을 있다"고 말했다. 또 "전기장판의 경우 보증기간이 1년이어서 고장 났을 때 제때 A/S를 요청해야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제품 불량에 A/S 불량, 불친절한 서비스
날씨가 추워지면서 보일러 고장 사례도 늘고 있지만 수리비용 문제로 마찰을 빚거나 A/S 직원의 불친절 등으로 소비자들이 민원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대구에 사는 박모씨는 지난 1월 16일 보일러가 고장 나 K업체의 새 모델로 교체했다. 그러나 설치기사가 "다음날 설치하면 안 되겠냐"며 투덜댔고, 설치가 끝난 뒤에도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 되지 않았다. 박씨는 다시 해당업체에 연락해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나 밤 12시가 넘도록 기사는 방문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박씨는 해당업체에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업체측은 "기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다음날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튿날 방문한 기사는 "보일러가 얼어 설치할 수 없다"며 근처에 열풍기를 틀어놓은 채 사라졌다. 6시간 동안 기사가 나타나지 않아 박씨가 대리점에 연락했으나, 오히려 업주가 "밤새 콜센터에 연락해 난리쳤느냐"며 통화 도중 전화를 끊어버렸다. 콜센터에 연락해 항의하니 "다시 설치해준다"고만 할 뿐 설치기사는 오지 않았다. 박씨는 추운 날씨에 보일러 설치는커녕 위험한 열풍기만 설치해 놓고 그냥 가버렸다며 가족들은 이틀 동안 추위에 떤 데다 아이들은 감기까지 걸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구소비자연맹 양순남 사무국장은 "간혹 소비자들이 사설업체에 수리를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추후 정식 A/S센터에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추운 날씨에 전열기나 보일러 구입이 늘고 있지만 고장도 잦아져 민원이 많다"면서 "이 같은 추세로 볼 때 앞으로 해당 민원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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