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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표제 거칠고 선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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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삭발', '결투', '망동...<영남일보> MB 신년좌담 사진 매우 과장


지난 몇 달 동안 대구 지역 일간신문의 중심 이슈는 ‘밀양 신공항’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지난 몇 달 동안 숙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화급한 사태는 구제역 재난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면 대구 지역 일간신문과 공중파 TV 3개 채널의 보도 경향은 어떤가? 신문은 밀양 신공항으로 연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고, TV채널도 비중 있는 기자보도로 ‘밀양 신공항’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구제역 재난의 민생 보도는 뒤로 밀리고 정치성 보도인 ‘밀양 신공항’은 매우 거칠어지고 있다.

'신공항', '내년 선거 의제' 강조

지난 10일 KBS대구는 ‘밀양 신공항’(‘영남권 신공항’)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그 두 번째 꼭지(집중2)에서 기자는 ‘밀양 신공항’이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강력한 선거의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어떤 맥락에서 ‘선거의제’로 떠오르고 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대구지역 일간신문과 TV 방송들이 지역 현안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면과 방송화면을 통해 이 지역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협조 여부에 따른 물갈이가 예상된다는 점을 배경에 깔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눈길 끄는 사실보다 반응․추측 기사 넘쳐

지난 한 주 동안 기자보도로 다룬 ‘밀양 신공항’ 관련 TV 보도로는 KBS대구는 뉴스9가 2월 7일 ‘지역의원 신공항 외면’, 11일 집중1-‘불신감 여전’, 집중2-‘후폭풍 우려’를 다뤘다.

KBS대구 '뉴스9'(2011.2.11)
KBS대구 '뉴스9'(2011.2.11)

대구MBC의 뉴스데스크는 2월 7일 “국회에서 투쟁”, 10일 “예정대로 발표한다”를 내보냈다. TBC는 프라임뉴스에서 7일 ‘신공항 밀양유치 촉구’, 9일 ‘입지선정 물 건너가나‥’, 10일 보도 ‘연기 가능성 일축‥의문은 여전’을 내보냈다. KBS대구의 집중1 보도는 TBC의 10일 보도 ‘연기 가능성 일축..의문은 여전’과 내용이 흡사하다. ‘오는 3월로 예정된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일부 중앙지 보도, “예정대로 발표한다”는 청와대 당국자 발언, 그 동안 정부의 행태로 봐 ‘못 믿겠다’는 대구․경북 주민들(실제로는 신공항 시도민 결사추진위)의 분위기 등이 보도의 주요 메시지였다. 눈길을 끄는 사실 취재보다 반응이나 그에 따른 추측 기사들이었다.

필수 '신공항'이 '상대적'으로 비치게 해

그런데 보도(KBS대구 집중2-‘후폭풍 우려’)를 보면 ‘밀양 신공항’ 걸림돌에 대한 ‘불신’ ‘결사반대’ 등의 분위기나 목소리는 대구․경북이 신 성장 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벌여 놓은 사업은 많은데 ‘기업 유치, 내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공항이 필’수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측(주로 부산 측)도 마찬가지로 이 같은 맥락의 이해판단에서 ‘밀양 신공항’을 반대한다고 할 것이고, 정부는 정부 나름의 판단 근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대구․경북의 판단 만큼이나 상대측도 동일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란 말이다. 그럴 경우 제3자(대구 지역 언론 보도와 다른 맥락으로 이 문제를 보도하는 중앙지 등)에게는 대구․경북의 ‘밀양 신공항’ 론은 상대적인 것으로 비치게 마련이다.

<동아일보> 2011년 2월 10일자 A8면(종합)
<동아일보> 2011년 2월 10일자 A8면(종합)

지난 2월 10일치 동아일보 A8면의 머리기사 ‘PK-TK 신공항 사생결단 / OK목장의 결투’는 PK와 TK가 하루 시간차를 두고 각각 ‘청와대 임태희’를 만난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은 그 좋은 실레이다.

상황 절박할수록 상대 보도논리 앞질러야

제 지역의 상황을 강 건너 불 보듯 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으나 대구․경북의 상황이 절박하면 절박할수록 영남권 신공항의 ‘밀양 입지’ 보도는 상대  측의 보도 태도를 앞서야 할 것이다. 강조하자면 내용과 태도 면에서 상대측이 반증할 수 없는 것이어야 전국의 여론이 수긍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매일신문은 지난 10일 3면을 통해 “영남은 생존권이 달린 문젠데/수도권 언론들 관심이나 있나”라는 제목으로 ‘수도권 일각과 조선일보 등 서울 언론이 9일 제기한 ‘동남권 신공항 정부 재검토설’과 관련해 ‘대구시․경북도의회는 물론 지역 시민단체와 기관들이 일제히 반박성명을 내고 분노하는 등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매일신문> 2011년 2월 10일자 3면('신공항 재검토설 보도' 분노)
<매일신문> 2011년 2월 10일자 3면('신공항 재검토설 보도' 분노)

마음에 안 든다고 '망동' 표현

그러면서 매일신문은 일부 중앙지의 보도에 대해 ‘妄動’(망동)이라고 부제를 달아 강조했다.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등의 주장에 대해 수긍하는 필자로서는 조선일보의 앞서 그 기사에 대해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구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자임할 매일신문의 이날 보도 태도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언어폭력이라고 할 수 있고 금도 있는 언론이라면 자제해야 할 언사가 아닌가? 대구․경북의 여론에 부담을 주기 십상인 보도 태도였다.
 
'女 삭발' 등 선정적 제목 버젓


그런가하면 영남일보는 ‘밀양 신공항’ 의사를 강력하게 천명하기 위해 대구․경북․울산․경남 등 4개 시․도의회가 국회의사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사실을 “女 시의원 삭발투혼, 밀양 하늘길 연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2월 7일치 1면 4단기사). 보기에 따라서는 매우 선정적인 제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영남권 신공항을 밀양에 유치하려는 대구․경북․울산․경남 등 4개 시․도의회의 결연한 의사는 되레 빛이 바래고 말았다. 

<영남일보> 2011년 2월 7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2월 7일자 1면

‘밀양 신공항’ 관련 보도가 거칠어져가기는 대구지역 공중파 TV 채널의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7일 대구MBC ‘국회에서 투쟁’ 보도에서는 대구시의회 의원들의 국회 앞 삭발식 현장에서 “머리를 깎는 것은 물론이고 이보다 더한 결심을 할 그런 생각입니다.”라는 신공항 밀양유치 특별위원회 오철환 위원장의 인터뷰를 내보내 시․도민의 절박한 심정을 강조했다.

대구MBC '뉴스데스크'(2011.2.7)
대구MBC '뉴스데스크'(2011.2.7)

TBC도 지난 7일 ‘신공항 밀양유치 촉구’ 보도에서 ‘그러나 밀양 신공항 유치의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계획했던 국회의사당 앞 삭발행사는 국회 사무처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강조했다. 결연한 의사(성명서 내용 등)보다는 시각적인 ‘삭발’이 너무 강조됐다.

구제역 민생재난 의제 몇몇 한정

‘밀양 신공항’이 KBS대구의 보도대로 선거의제로 떠오를 만큼 정치적인 것이라면 구제역은 민생 재난 보도이다. 그런데도 대구 지역 공중파 TV 세 채널은 재난에 걸맞은 깊이 있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TBC가 ‘1차접종 끝났지만…’ 보도(7일 프라임뉴스)를 통해 1차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보도 시점 현재로 경북도내 13개 시․군 59곳에서 소와 돼지 37만 4천여 마리가 살처분(경북도내 전체 사육두수의 17%로 소는 전체 사육두수의 7% 돼지는 21%)된 기록적인 피해와 함께 보도해 관심을 모았고 허술한 살처분 매몰로 수질오염이 우려되는 문제점은 TBC(‘오염여부 전면 조사’, 9일 프라임뉴스), KBS대구(‘매몰지 지하수 불안’ 8일 뉴스9), 대구MBC(“2차 환경 재앙 우려” 7일 뉴스데스크, 안동MBC 발)가 각각 보도하는데 그쳤다. 지금까지 구제역 보도가 폭발적인 확산과 살처분, 방역 공무원 과로사, 환경오염 등 몇 몇 의제에 한정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구제역 민생 재난 보도가 축산 웅도 경북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MB 대형 컬러사진, 이미지 과장․왜곡

<영남일보> 2011년 2월 2일자 4면(종합)
<영남일보> 2011년 2월 2일자 4면(종합)

뉴스는 신문과 방송이 선택한 메시지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보도하는 신문과 방송의 태도에 따라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이미지는 딴판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뉴스의 내용은 진실해야 하며 보도 태도는 진정성이 배어 있어야 한다. 선정적이거나 과장되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밀양 신공항’ 보도의 거칠고 선정적인 보도태도, 상대적이어서 반증 가능한 내용들이 ‘밀양 신공항’ 유치 타당성 알리기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면 구제역 보도는 민생재난을 대구지역 공중파 TV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가늠하게 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 신년 좌담회 뭘 담았나’ 보도(영남일보 2월 2일치 4면)는 이명박 대통령의 단독 사진을 이례적으로 독자의 시각이 시작되는 지점에 5단 컬러로 배치, 매우 과장된 이미지를 전했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21]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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