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의대 환경미화원 해고, 임금삭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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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작년과 같이 일하게 해 달라" / 대학 "전문인력 채용, 주5일 근무 적용"

 

대구한의대학교 환경미화원들이 '해고'와 '임금삭감' 이중고에 시달릴 처지에 놓였다.

대구한의대 환경미화원과 민주노총 일반노조 조합원, 지역 정당인을 비롯한 20여명은 15일 오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측의 일방적인 인원감원과 강제적 휴게시간, 휴일 부여로 고용불안과 임금삭감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부당한 용역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용역업체에 청소업무를 위탁하고도 학교 측이 인사에 개입하고 업무를 지시하는 것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이 같은 불법파견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대구한의대 시설관리지회와 민주노총 대구본부 일반노조 조합원 20여명은 2월15일 오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측의 '인원감축'과 '임금삭감', '불법파견'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한의대 시설관리지회와 민주노총 대구본부 일반노조 조합원 20여명은 2월15일 오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측의 '인원감축'과 '임금삭감', '불법파견'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한의대는 기존 청소용역업체와의 계약만료일(2.28)이 다가옴에 따라 지난 2월8일 청소용역공개입찰을 추진하면서 ▶환경미화원 7명 감원, ▶무급휴게시간 1일 1시간, ▶주 5일제 적용에 따른 토요일 휴무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1일부터 전체 환경미화원 33명 가운데 5분의 1가량인 7명이 해고되고, 주당 46시간이었던 근무시간이 주당 42시간으로 변경돼 임금도 월 3만원가량 삭감될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무급휴게시간이 적용돼 퇴근시간도 30분에서 1시간가량 늦어지게 됐다.

지난해까지 환경미화원들이 지급받은 임금은 한 달 평균 822,400원이었으나, 변경된 기준에 따르면 앞으로 33,136원이 삭감된 789,264원을 지급받게 된다. 2010년도 근무시간에 2011년 최저임금 인상액을 적용하면 실제 75,100원이 삭감된 셈이다.

환경미화원들의 근무조건이 악화될 처지에 놓인 가운데 노조는 그동안 학교 측이 '불법파견'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학교가 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반면, 실제로는 파견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도급계약의 경우 원청업체에서 근무하지만, 모든 지휘감독권한은 하청업체에게 있다. 반면, 파견의 경우 사용자가 파견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부 제한된 업종에서만 가능하다.

왼쪽부터 대구일반노조 정은정 위원장, 민주노총 대구본부 박배일 본부장, 대구한의대 시설관리지회 박원수 지회장, 대구일반노조 김대식 조직국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대구일반노조 정은정 위원장, 민주노총 대구본부 박배일 본부장, 대구한의대 시설관리지회 박원수 지회장, 대구일반노조 김대식 조직국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한의대 시설관리지회와 민주노총 대구본부 일반노조 조합원들은 15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불법파견'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박종철 감독관은 "노조 측에서 일부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고발장을 제출한 것 같다"며 "조사를 통해 사실여부를 확인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한의대 시설관리지회 박원수 지회장과 대구한의대 시설관리팀 이춘수 담당의 입장을 들어봤다.

박원수 지회장
박원수 지회장
- 대구한의대 시설관리지회 박원수 지회장

- 인원감축과 임금삭감에 대한 노조의 입장은?
= 솔직히 학교에서는 일이 줄었다고 하는데 오히려 늘었다. 폐쇄된 건물도 없는데다 도로의 쓰레기도 치워야 하고 식당부분도 일부 우리가 맡게 됐다. 해가 갈수록 업무가 늘고 있는데 인원과 임금을 줄이겠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시간 줄어든 부분을 따지면 올해 최저임금 상승분을 따졌을 때 8만원이 올라야 된다. 해고되는 7명은 또 어디로 가란 말인가. 우리는 그저 인원감축 없이 그대로 작년만큼 일하고 올해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만 달라는 것뿐이다. 

- '무급휴게시간' 무엇이 문제인가?
= 학교 측이 마음대로 휴게시간을 집어넣었다. 작년 노사협상 때도 이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결국 작년 협상에서 학기 중에는 오전 휴게시간 30분을 갖고 4시 30분에 퇴근하기로, 방학 중에는 휴게시간 없이 4시 퇴근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오전과 오후 각각 30분씩 휴게시간을 넣어 퇴근시간을 미루고, 토요일 근무도 없애겠다고 한다. 교직원들은 토요일 출근이 없지만, 공부하는 학생들과 운동하러 오는 시민들이 있어 청소해야 한다. 또 1주일간 모아놓은 쓰레기도 처리해야 한다. 우리는 휴게시간 없이 일 할 테니 퇴근시간을 앞당겨 달라는 것이다.  

- '불법파견' 어떤 이유인가?
= 우리를 무슨 노예마냥 중간업자한테 넘겨 놓고(도급계약)는 일 할 때마다 수시로 간섭한다. 청소 계획도 학교가 세우고 감독도 하면서 모든 책임은 업체에 미루고 있다. 뭐 하나 요구할 때 마다 우리는 모르니 업체에 요구하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근무하다가 다치는 경우, 이틀만 지나도 얼른 다른 사람으로 채워 넣는다. 이게 불법파견이 아니고 뭐겠는가. 게다가 임금은 대구지역 대학교 중 제일 적게 주면서 일은 숨 쉴 틈 없이 시키고 있다.

- 재활용품 판매수입을 놓고 말이 많던데?
= 노조에서 재활용품 처리를 맡은 것은 작년 4월부터다. 그 전까지 작업반장이 알아서 처리했다. 그 당시 10만원에서 15만원정도 받았다. 그때까지 학교에서 아무 말 없다가 노조가 맡은 뒤 업자들에게 꼼꼼히 따져 30만원정도 받아내니까 이제 와서 학교재산이라며 가져가겠다고 한다. 원래 반장이 수입을 장부에도 적지 않았던 것을 내가 3년 전부터 요구해 장부에 적기 시작했다. 학교 행사가 있어 일이 늦게 끝날 때 커피 한잔, 밥 한 끼 사준적도 없으면서, 우리가 간식 시켜먹거나 명절에 5만원정도 상여금처럼 나눠가지는 이 돈마저 가져가려 한다. 너무 한 처사다.

- 대구한의대 시설관리팀 이춘수 담당

- '인원감축', '임금삭감' 이유는?
= 감축이 아니다. 원래 남성 직원 3명은 교내 조경관리를 위해 작년 3월부터 용역업체측에 구인을 부탁해 용역업체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일이 힘든데 비해 임금이 적어 자주 그만두는 사례가 많고, 조경 일을 전문적으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부터 전문인력을 따로 채용하기 위해 제외시킨 것이다. 여성 직원의 경우 미술관련 학과 건물의 업무강도가 높아 10여년 전 부터 2명씩 배치했는데 5년 전 관련학과가 없어져 1명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도서관과 간호학관 근무인력도 같은 이유다. 또 환경미화원들의 연차에 따른 자연감소분도 충분히 계산했다.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 

- '무급휴게시간' 왜 적용하나?
= 작년 노조 측에서 먼저 오전 30분과 오후 30분 휴게시간을 요구했다. 그래서 넣은 것이다. 토요일의 경우 직원들도 출근하지 않고 학생들도 많이 없는데 굳이 청소할 필요가 없고, 환경미화원 분들이 주말에 쉬면서 가정도 챙기라는 취지에서 없앤 것이다. 쉬는 시간을 더 주겠다는 취지다. 우리가 따져본 결과 연간 183시간을 근무한다. 노조 측에서 요구하는 연간 200시간에서 17시간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결국 한 달에 1.5시간 정도 줄어든 것이다. 또 행사가 있어 퇴근이 늦어질 경우 특근수당도 따로 챙겨주게 돼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에 명시 된 내용으로 법에 손가락 하나도 대지 못한다.

- 작업지시, '불법파견' 아닌가?
= 법에는 그렇게 돼 있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 청소가 제대로 안됐거나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오히려 법대로 하면 서로가 불편하다. 법대로 하면 학교 담당자가 작업반장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이래라 저래라 지시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때그때 환경미화원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서로 편하고, 사람 사는데 그 정도는 부탁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노조가 문제 삼았다고 하니 업체가 선정되면 계약할 때 작업반장에게만 업무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 재활용품 판매비용, 갑자기 왜 학교가 관리하나?
= 다른 대학에서는 이미 학교가 재활용품 처리비용을 관리하고 있다. 원래 학교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학교재산이기 때문에 학교가 관리하는 것이 맞다. 재활용품을 판매해 월 40~50만원정도 수입을 얻는데 그동안 노조가 학교 측에는 10만원이라고 보고했다. 나머지 30만원을 서로 나눠가지거나 놀러가는 데 사용했다. 또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에서 이 돈을 놓고 다툰 적도 있는 걸로 안다. 올해부터 시행하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사용방안은 정해진 게 없지만, 환경미화원 복지와 용품구입,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할 예정이다.

대구한의대 시설관리지회와 민주노총 대구본부 일반노조는 2월15일 오후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학교 측의 '불법파견'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한의대 시설관리지회와 민주노총 대구본부 일반노조는 2월15일 오후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학교 측의 '불법파견'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한편, 대구한의대 시설관리지회와 민주노총 대구본부 일반노조 조합원들은 졸업식이 있는 18일 오전 대구한의대 정문에서 집회를 갖고 학교 측의 '인원감축'과 '임금삭감', '불법파견'에 항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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