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3년도 못 가 연평도 사건이 터졌다. 지금 한반도 주변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언론인이자 사학자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이 같이 말하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동북아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본과의 군사동맹에 대해서도 "서툰 외교정책"이라고 질타했다.
"북한 붕괴는 불행...힘 합해 민족통일국가를"
김삼웅 전 관장은 25일 저녁 '동북아 신냉전 위기와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로 열린 시국강연에서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교역하다보면 북한도 변할 것"이라며 "일본과 중국이 쉽게 한반도를 넘보지 못하도록 북한과 힘을 합해 민족통일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먼저 생존권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북한이 붕괴된다면 우리는 대단히 불행해진다"고 지적했다.
이 강연은 '평화뉴스' 창간 7돌을 맞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와 공동주최로 대구MBC 강당에서 열렸으며, 지역 시민사회와 학계, 정당 관계자를 비롯해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시간동안 진행됐다.
"MB, 오매불망 '북한 붕괴론' 환상"
특히, "이명박 정부는 오매불망 북한 붕괴론을 생각하고 북한이 붕괴되면 헌정사상 최초의 통일대통령이 된다는 환상을 갖고 있지만,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지 북한이 붕괴된다면 우리는 대단히 불행해진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의 평화는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을 없애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며 "결국 38선 이북 땅도 외세에 넘어가버리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군부와 중국이 굉장히 밀착돼 있어 북한이 붕괴된 뒤 중국이나 미국이 북한을 점령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일군사동맹?...대단히 서툰 외교정책"
김 전 관장은 최근 정부가 일본과 협의하고 있는 '한일 군사동맹'에 대해서도 "국제고아 신세로 전락한 북한을 일본과 동맹을 맺어 견제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서툰 외교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과거 일본의 침략을 예로 들어 "일본은 동학농민운동 때 10만이 넘는 백성을 학살하고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조선을 강탈했다"며 "해방 이후 쫓아냈던 일본군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것은 국민의 정서와 아픈 역사,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로 볼 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학자 '새뮤얼 헌팅턴'의 말을 소개하며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 밑에서 특수를 누리며 성장했지만, 새뮤얼 헌팅턴의 말처럼 미국의 힘이 조금만 약해진다면 일본은 가차 없이 중국 편을 들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일본과 미국에만 의존하고 있어, 중국의 힘이 커졌을 때 자칫 엉뚱한 화를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새뮤얼 헌팅턴은 1998년 도쿄에서 열린 강연에서 "일본은 중국이 미국과 국력이 비슷해진다면 가차 없이 중국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관장은 조선시대 '광해군'의 사례를 들어 동북아 외교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명나라와 청나라를 상대로 등거리 외교를 펼치며 국가안보를 잘 지켰던 광해군은 대단히 현명한 군주였다"며 "그러나 당시 보수 세력이었던 노론세력이 '명나라를 배반하고 오랑캐인 청나라와 외교한다'는 이유로 광해군을 쫓아냈고, 결국 병자호란으로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나라 왕에게 머리를 아홉 번 조아리는 굴욕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는 "노론세력들이 민족과 국가의 안위보다 자신의 안위와 기득권을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개발 붐이 일고 있는 중국이 지금은 상당히 유순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군사력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동북아 정세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관장은 "미국은 서서히 저물고, 중국은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며 "미국이 망한 뒤 일본이 중국의 편을 든다면 병자호란과 같은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저물어 가는 모습을 대비해 더 신중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1943년 3월 3일 전라남도 완도에서 태어난 김삼웅 전 관장은 소안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대 초반 사상계 신인논문상에 입상했다. 1972년 신민당보 민주전선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평민신문과 민주당보를 거쳐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주필 겸 상무이사를 지냈다. 2000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4년 1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제 7대 독립기념관장으로 재직했다.
김 전 관장의 저서로는 <리영희 평전>과 <단재 신채호 평전>, <백범 김구 평전>, <안중근 평전>, <죽산 조봉암 평전>, <장준하 평전>을 비롯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평전이 있으며, <곡필로 본 해방 50년>, <친일정치 100년사>, <왜곡과 진실의 역사>, <통일론 수난사>를 비롯한 근현대사를 기록한 역사서가 있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정경호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신냉전 시대에 어떻게 평화를 지킬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리비아, 남북 평화, 신냉전 체제, 동북아 문제 모두 평화의 문제로 해결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평화뉴스 유지웅 편집장은 "7년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해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대구에 기록 한 줄 남기는, 긴 역사에 벽돌 한 장 쌓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평화뉴스>는 '평화와 통일', '나눔과 섬김', 그리고 '지역공동체'를 가치로 2004년 2월 28일 창간한 대구경북인터넷신문으로, 지역 언론인과 종교인, 시민사회 인사 82명이 창간 주주로 참여했다.
평화뉴스 시국강연 /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강연 초록 - 동북아 신냉전 위기와 한반도 평화
평화뉴스 시국강연 /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강연 원고 - 한반도 주변 정세와 민족현실(20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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