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대한 시민운동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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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화 칼럼] "출마를 고민하는 시민운동 졸업예정자에게"


 형준에게
 난데없이 왠 편지냐고 한마디 하겠군. 나 또한 오랜만의 편지라 그런지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만나서 얘기하는 것보다는 편지가 더 나의 마음을 잘 전달할 것 같아서 요즘에는 좀 구태의연한 느낌이 드는 수단을 써보기로 했다. 편지는 쓰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뭔가 진지함을 느끼게 해 주잖아. 소주 한잔 하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지만 맑은 정신에서 말 하고싶다.

 오늘은 우리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자 해. 어쩌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일 수도 있는 그 미래 말이야. 그래. 이제와서 보니 형준과 만난 20여년 동안 항상 미래를 얘기한 듯 하다. 국가나 정치의 미래에서부터 우리들의 미래, 꿈을 꿔보았던 것이지. 뭔가 될 것 같은, 그 미래가 보일 것 같은 느낌.

 시민운동 졸업예정자들이라는 말을 쓰더군. 처음에는 웃었는데, 맞는 말이기도 해. 시민운동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1.5세대 혹은 2세대 시민운동가들이 벌써 40대중반부터 50대 초반이더군. 마치 동급생이 졸업하듯이 최근 몇 년을 거쳐서 한꺼번에 시민운동 현장에서의 역할을 마무리하는 흐름이더군. 이 분들의 새로운 역할은 뭘까? 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시민운동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사회 부문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지. 정당이 시민들의 의사를 수렴하고 대변하지 못하는 그 공백을 시민운동은 시민들의 지향을 대변하는 마치 정당 그것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잖아.

 한때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신뢰받는 집단을 꼽으라면 시민운동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할 때도 있었지. 그렇지만 이것은 어쩌면 지난 얘기라고 말하고 싶어. 현재의 시민운동에서 굳건하게 지켜야 할 영역과 변화시켜야 할 영역으로 분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어. 변화시켜야 할 영역이 뭘까? 바로 정치에 대한 시민운동의 태도라고 생각해. 시민운동의 많은 활동이 제도나 정책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인데, 그 제도와 정책을 생산하는 정치에 대해서는 항상 대항적으로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봐. 시민이 삶과 일터에서의 경험이나 필요, 요구가 자연스럽게 정책을 생산하게끔 멍석을 깔아주는 시민운동도 있어야 해. 또는 시민운동의 경험을 가지고 직접 정치를 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아,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해. 시민운동 졸업예정자들의 역할이나 시민운동의 전망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야. 시민운동을 지탱해준 정신, 그 정신을 공유한 사람들의 역할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고민이 곳곳에서 진행되더군. 아니지, 고민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인 시민을 만나고 있더군. ‘내가 꿈꾸는 나라’라는 시민정치운동에 대한 기획을 보면 2012년보다 더 길게보고 시민정치운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자는 움직임도 가시화되더군. 다행이라고 생각해. 늦었지만 지금에서라도 시작하고 있으니.

 그러면 형준이나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야하나 묻고 싶다. 우리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그 정신’을 간직한 형준의 역할을 묻고 있는 거야. 대구사회가 어떠하다는 얘긴 너무나도 많이 했으니 새삼 꺼내지 말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삶터를 위해 살아온 지난 시기를 보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는 거야. 하지만 이 물음은 너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대구사회를 변화시키고자 꿈을 꾸었던, 지금도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기도 해.

 내년 선거에 출마할까 고민하고 있다지? 너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여럿이잖아. 다시 미래를 얘기해 보자. 꿈을 꾸는 것은 한편으로 책임을 요구하고 있어, 그 꿈을 실현하고자 노력할 때 말이야. 그렇게 보면 결론은 이미 나와 있잖아. 너의 결정만이 남아있는 것이지. 다음에 보자.






[윤종화 칼럼 2]
윤종화 / 대구시민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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