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장애인 5명 임금 1억여원 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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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사업주 처벌" / 노동청 "밀린 임금부터" / 사업주 "형편 어려워"

 

한 지역 업체가 무려 6년 동안 상습적으로 장애인 근로자들의 임금을 체불해 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3~5개월마다 한 번씩 지급한 데다 피해자들에게 '체불임금지급합의서'를 작성하고도 지급을 차일피일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 장애인단체와 피해자, 피해자 가족을 비롯한 20여명은 10일 오전 고용노동청 북구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 근로자 5명이 6년 동안 모두 1억1천만원가량의 임금을 체불 당했다"며 "노동청과 검찰청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피해를 최대한 구제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근로자들이 6년 동안 아무런 도움과 구제를 받지 못하고, 법의 보호를 요청할 때 까지 당국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촉구했다.

장애인단체와 임금체불 피해자, 피해자 가족을 비롯한 20여명은 10일 오전 고용노동청 북구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년간 장애인 5명에 대한 체불임금 1억여원을 즉각 해결하고, 사업주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장애인단체와 임금체불 피해자, 피해자 가족을 비롯한 20여명은 10일 오전 고용노동청 북구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년간 장애인 5명에 대한 체불임금 1억여원을 즉각 해결하고, 사업주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상습적 임금체불, "임금 기준, 제대로 된 월급명세서 없어"

지적장애 2급 이모(여.27)씨와 지체장애 5급 이모(남.36)씨를 비롯한 장애인 근로자 5명은 각각 2004년과 2006년부터 2년에서 6년가량 지역의 한방비누 제조업체 J사에서 근무했다.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며 바쁠 때는 새벽 1시까지 야간근무를 했지만, 근무한 시간만큼의 임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했다.

한 장애인 근로자 부모는 "J사 대표 정모씨가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않고, 3~5개월 마다 한 번씩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30~90만원가량의 금액을 통장에 입금했다"며 "임금에 대한 기준과 제대로 된 월급명세서 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6년 동안 J사에서 근무했던 장애인 근로자 5명이 받지 못한 임금은 총 115,588,044원으로, 피해자의 부모들이 수년 전부터 임금지급을 요구했지만 정 대표는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사정이 나아지면 주겠다"며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해왔다.

게다가 피해자의 부모들이 지난해 고용노동청에 정 대표를 고소한 뒤 사건이 검찰청으로 넘어갈 무렵 형사입건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 부모들을 만나 '체불임금지급합의서'를 작성하고도 지금까지 지급을 미뤄왔다. 한 부모는 "정 대표가 피해자 5명의 부모들을 각각 따로 만나 합의서를 작성하고 밀린 임금 지급을 수차례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청 북구지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금체불을 당한 장애인근로자 가족이 당사자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고용노동청 북구지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금체불을 당한 장애인근로자 가족이 당사자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가압류 피해 회사 명의 이전, 검찰 고소

특히, 정 대표는 지난 2009년 8월 딸의 명의를 빌려 같은 공장을 개인사업체로 등록해 회사를 이중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J사를 폐업한 2010년 5월까지 서류상으로 법인체와 개인사업체가 같은 공장에서 동시에 존재한 것이다.

피해자 부모들은 "정 대표가 법원의 가압류를 피하기 위해 얼른 회사를 딸의 명의로 돌려놓은 편법을 쓴 것"이라며 "명의를 바꾼 회사마저도 올해 초 피해자들이 모르는 곳으로 이전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수차례 요구에도 불구하고 밀린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장애인 근로자 5명과 비장애인 근로자 2명은 지난 1월 31일 대구지방검찰청에 '체불임금지급합의서'를 이행하지 않은 내용으로 정 대표를 형사고소 했다.

왼쪽부터 장애인지역공동체 서승엽 사무처장, 대구DPI 육성완 대표와 서준호 사무국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장애인지역공동체 서승엽 사무처장, 대구DPI 육성완 대표와 서준호 사무국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겨우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제도적 보완책 마련해야" 

한 피해자의 부모는 "몸이 불편한 자녀를 취직시켜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열심히 회사에 다니도록 했다"며 "그러나 6년 동안 밀린 임금을 지금까지 주지 않는 사업주는 미안한 마음조차 없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장애인지역공동체 서승엽 사무처장은 "6년 간 장애인들의 피와 땀, 눈물과 한숨에 더해 부모들의 피멍까지 들어간 돈"이라며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악덕업주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DPI 육성완 대표는 "1억원이 넘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도 현행 법 상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3천만원밖에 선고받지 않는다"며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주 "회사 사정 어려워 임금체불", 노동고용청 "임금 해결 안 되면 법적 처벌"

이에 사업주는 임금체불을 인정하면서도 회사사정 악화를 이유로 들어 임금지급이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대표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30년 동안 특수비누 제조사업을 해 왔는데 2004년부터 회사사정이 안 좋아졌다"며 "특히, 비슷한 시기에 지병을 앓아 회사경영을 부인에게 맡기는 바람에 임금이 밀린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딸의 명의로 된 개인사업체에 대해서도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딸이 회사 영업을 돕기위해 만든 회사"라며 "이마저도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현재 딸은 대기업에 취직했고, 회사도 문을 닫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 "차량의 경우 회사 운영이 잘되던 2000년 초반에 구입했고, 아파트도 여동생이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대표는 "회사 자산과 사재를 털고, 빚까지 내 100여명의 사원들 임금과 퇴직금을 거의 다 정산했다"며 "배가 침몰하더라도 선장이 끝까지 책임지듯, 밀린 임금을 차근차근 값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애인근로자 임금체불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이 고용노동청 북구지청에서 심재동 지청장과 간담회를 갖고 조속한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장애인근로자 임금체불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이 고용노동청 북구지청에서 심재동 지청장과 간담회를 갖고 조속한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기자회견이 끝난 뒤 피해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고용노동청 심재동 북구지청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밀린 임금을 받아내는 것"이라며 "밀린 임금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해결이 어려울 경우 검찰을 통해 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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